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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일반인을 교화하는 방법

복 쌓으라는 차제설법도 적극 활용

불교사 최초의 재가 신자는 
야사 아버지·어머니·전부인
진리와 깨달음엔 차별 없어 
수행자와 똑같이 교화 설법

불교사 최초의 재가 신자는 야사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전부인이었다. 붓다가 정각을 성취한 뒤 몇 개월이 지난 시점에 재가신자가 생겨난 것이다. 이후 마가다의 빔비사라왕을 비롯한 많은 대신들과 사람들이 부처님의 재가신자 그룹을 형성하게 된다. 붓다는 출가 제자와 재가 제자 모두에게 동일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디가니까야’의 ‘대반열반경’에 잘 나타나 있다. 

“빠삐만이여! 나는 나의 비구 제자들이, 비구니 제자들이, 청신사 제자들이, 청신녀 제자들이 학식있고, 교양있고, 숙련되고, 많은 지식을 갖추고, 가르침을 수지하고, 가르침에 따라 진리를 실천하고, 화합하며 공경하고, 진리에 따르는 수행자가 되어, 스스로 스승의 가르침을 배운 후에, 그것을 알리고, 가르치고, 시설하고, 제공하고, 현시하고, 설명하고, 명료하게 하고, 다른 사람과의 논쟁이 생기면 진리로써 잘 비판하여 절복하고, 이치에 맞게 진리를 가르칠 수 있을 때까지는 반열반에 들지 않겠다.”

붓다에게는 적어도 출가제자와 재가제자의 구별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생활의 방식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재가제자는 여기까지만 하고, 그 이상은 출가자만이 할 수 있다는 식의 차별이 없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진리에는 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붓다의 가르침에는 특별히 정해진 패턴이 없다. 이 이야기는 가르침을 구하는 상대에 맞게 가르침이 시설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초전법륜의 경우에는 중도와 팔정도의 가르침이 먼저 설해졌고, 우루웰라 삼형제에 대해서는 신통과 불을 비유로 한 12처의 가르침을 통해 교화하셨다. 

그런데 재가자에게는 나름 정해진 가르침의 패턴이 존재한다. 그것을 차제설법이라고 한다. 차제설법이란 베풂에 대한 이야기(施論), 계행에 대한 이야기(戒論), 하늘나라에 대한 이야기(生天論),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의 위험, 타락, 오염과 욕망에서 떠날 때 오는 공덕의 가르침을 말한다. 말하자면 베풂의 삶과 도덕적 삶을 살게 되면, 그 결과로 하늘나라에 태어난다는 것이고, 욕망의 위험을 잘 알아 욕망에 물들지 않으면 공덕[福]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곧 인과에 대한 가르침이다. 이러한 인과법에 눈을 뜨게 되면, ‘건강한 마음, 유연한 마음, 열린 마음, 기뻐하는 마음, 청정한 마음’이 생겨나게 된다.

결국 차제설법의 요지는 생천론, 즉 공덕을 쌓아 하늘나라에 태어나는 가르침이다. 그리고 이것이 재가자에게 설하는 가르침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출가와 재가의 구별이 생겨나게 된다. 즉 재가자에게는 생천을 말하고, 출가자에게는 해탈, 열반을 말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붓다에게는 출가, 재가의 차별이 없다. 그래서 인과에 눈을 뜨게 되면 이어서 해탈법인 ‘사성제(四聖諦)’의 가르침을 설하신다. 붓다의 가르침은 결국 고통의 문제를 바르게 직시하고 그것을 온전하게 해결하는데 있다. 사성제는 바로 그에 대한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면 진리의 눈을 얻게 된다.

“마치 청정하여 반점이 없는 천이 올바로 색깔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훌륭한 가문의 아들(혹은 왕, 대부호인 장자, 바라문, 여인들)에게 진리의 눈이 생겨났다. ‘무엇이든 생겨나는 것은 그 모든 것이 소멸하는 것이다.’”(Vinya, I, p.16, 17, 23, 37 등)

붓다의 가르침에는 차별이 없지만, 순서는 있다. 하지만 그 순서도 일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본이 되는 것은 세상의 이치인 인과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인과의 이치를 분명히 알게 되면, 삶속에서 베풂과 도덕적 행이 저절로 갖추어지게 된다. 그래서 붓다는 재가자에게 복을 쌓은 삶의 방식을 차제설법으로 이해시키고, 해탈문인 사성제를 그 다음에 가르친다. 전자가 복을 쌓은 것이라면 후자는 지혜의 눈을 갖게 한다. 즉 복과 지혜의 구족인 것이다. 복과 지혜는 불교 실천론의 두 축이다. 붓다는 이들 가르침을 통해 일반 재가자들이 이 땅에서 깨달음의 삶을 구현하도록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34호 / 2020년 4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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