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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라미숙(자비심, 63)- 상

기자명 법보

50세에 갑자기 남편 사업부도
기도에 매달려 하루하루 견뎌
만배 후 그 무엇이든 하겠다는
결심 세우고 불교용품점 근무

자비심, 63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세상은 사바의 세계”라 하셨다. 삼천대천세계가 모두 사바세계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탐(貪), 진(瞋), 치(痴) 삼독(三毒)의 번뇌를 겪어내야 하고, 고통을 참고 살아야만 하는 세계…. 인내를 강요당하는 세간, 인내하지 못하면 안 되는 세계, 그것이 사바세계라는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며 무던히도 견디며 왔다.

우리 모두 숱한 사연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 다양한 인생살이에 부처님 법을 만났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부처님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사소한 나의 신행과 원력이나마 글로 옮겨보고자 한다.

내 나이 50세 때 내게는 오지 않을 것 같던 벼락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나서 집이 경매로 사라져 버렸다. 가족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동생 집에서 2개월 동안 기거할 때는 너무나도 앞날이 막막했다. 의지할 곳이라고는 오직 부처님뿐이었다. 

통도사부산포교원을 거쳐 지금의 홍법사에 이르기까지, 불교는 오랜 세월 내가 힘들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용기와 원력의 충전소였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었다. 

그렇더라도 삶이 너무도 벅차던 그 때, 홍법사에서 강화도 전등사로 향하는 사찰순례에 동참하게 되었다. 순례단에서 부산을 떠나 강화 전등사의 법당에 도착하자마자 부처님 전에 무릎을 꿇고 한 없이 울었다. 그리고 부처님께 애원하듯 매달렸다.

“부처님, 부처님.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부처님! 도와주십시오. 부처님!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그렇게 한참을 목 놓아 울고 또 울었다.

그날 이후 오직, 부처님께 기도를 올려야겠다는 일심으로 100일 기도를 접수하였다. 100일 기간 중 매일 참회의 절 수행을 했다. 3000배, 5000배, 만 배…. 절을 올리며 지난날의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들을 참회하고 또 참회했다. 눈물과 땀의 범벅 속에서 오직, 부처님께 모든 걸 받치는 심정으로 절을 올렸다. 

그 시기 나는 가족들을 부양해야만 했기에 일자리가 절실히 필요했었다. 간곡한 기도는 참회의 정진에 이어 일자리가 생기기를 염원하는 발원을 담았다.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마침 불교용품점인 ‘백광’의 2호점이 생겼고, 여기에서 근무할 불자를 구하고 있다며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께서 그곳으로 추천해 주셨다. 덕분에 나는 10년 동안 정말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처님의 품 안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

절박할 때, 간절할 때, 인연 지어진 나의 직장…. 나는 ‘스님께 이 은혜 꼭 갚겠습니다’라고 결심하며 열심히 일했다. 또,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를 올렸다. 단 하루도 허투루 넘기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고 일심으로 참회하며 일심으로 감사의 절을 하며 기도를 올렸다. 

‘부처님 은혜 갚으며 살겠습니다. 스님 은혜 갚으며 살겠습니다.’ 매일매일 기도 속에 하루도 빠짐없이 참회하고 감사하였다. 그렇게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어느덧 나의 나이는 예순이 되었다. 딸들은 인연을 맺어 결혼하게 되었고, 외손주도 생겼다. 외할머니가 되어 외손주들의 육아를 담당하기 위한 상황이 되고 보니 이번에는 직장을 퇴사하게 되었다. 직장 생활을 회향하면서 나는 다시 발원을 세웠다.

‘과연 내가 앞으로는 무엇으로 부처님 전에 그리고 스님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을까? 비록, 육아를 맡고 있지만 나는 무엇인가 부처님의 은혜를 갚으며 살아가고 싶다.’ 이 같이 고민하던 차에 홍법사 평생교육원에서 ‘사찰요리’를 접하게 된 것이다.

‘그래! 바로 이거야. 사찰요리를 배워서 재능기부를 하는 거야!’ 비록 대한민국 주부로 살아온 요리 실력이지만, 평소 요리를 좋아하고 음식을 나누며 느끼는 즐거움을 소중히 생각해 온 나는 무엇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음식으로 몸 건강과 정신 건강 모두를 충족할 수 있는 사찰음식에 깊은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1534호 / 2020년 4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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