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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수행 김민정(수인지, 53)-상

기자명 법보

첫아이 5세때 법당에 처음 가
학촌사와 인연맺어 경전독송
주지스님 뵙던 그날 못 잊어
남편 월천, 내겐 수인지 법명

수인지, 53

어릴 적 우리 가족은 종교가 없었다. 부활절이나 성탄절에 간식을 받으려고 교회에 간 기억은 있지만 절에는 부처님오신날조차 가본 기억이 없다. 가정환경 조사서의 종교란에는 늘 ‘무교(無敎)’라고 적었다. 종교가 있어야 한다거나 어떤 종교가 좋다는 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대학교 1학년 때, 천주교 신자인 외숙모의 권유로 영세를 받아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성당에 간 것은 절실한 믿음보다는 미사포나 영성체 같은 미사에 대해 갖는 동경과 내가 살던 동네 성당의 보좌 신부님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 보좌 신부님을 뵙는 게 좋아서 2년 정도 열심히 성당을 다니다가 그 신부님이 다른 성당으로 가신 후에는 점차 시들해졌다. 그 즈음 지금 남편을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졸업하고 결혼하면서 성당에는 발길이 멀어졌다. 여전히 절은 전국 각지에 있는 관광지에 불과했다. 유명 사찰에 가더라도 경내를 한 번 둘러보면 끝이었고 늘 절 아래 식당의 음식만 최대 관심사였다. 

첫 아이가 5살 무렵이 되던 어느 가을날, 가족과 함께 잠시 바람 쐬러 갔던 등산로에서 조그만 절이 눈에 띄었고 구경하자며 안으로 들어갔다. 왜 그랬는지 아직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법당 안으로 들어갔다. 늘 무신론을 주장했던 남편은 갓 돌이 된 둘째 딸을 안고 절 마당을 둘러보고 있었다. 나는 다섯 살 아들의 손을 잡고 불전함에 보시금을 넣은 뒤 부처님을 향해 합장 반배를 했다. 그리고 잠시 법당에 앉아 아들과 함께 작은 소원을 발원하고 나왔다.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던 이 날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법당에 들어간 날이었고 한때 천주교 신자였던 내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부처님께 올린 첫 인사였다. 

소원은 일주일 후 바로 성취되었다. 이때부터 막연하게나마 기도의 힘을 믿기 시작한 것 같다. 이 일을 계기로 종교가 없는 줄 알았던 어머니가 가끔 다니신 절이 있는 것도 알게 되고, 그 절에서 어머니와 같이 가서 스님을 뵙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절에는 초파일에 등 달고 동짓날 팥죽 먹는 게 고작이었다. 그 마저도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잊고 지냈다.

시간이 흘러 나이 50세가 되던 2017년 여름, 뜬금없이 마음 속에서 남편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머니께서 쓰러지시고 수술하실 때도, 아들이 고3일 때도, 남편 사업이 어려울 때도 기도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울진에서 산신철야기도를 하는 절을 찾았다. 부부동반 모임에서 알고 지낸 동생에게 같이 가자고 전화를 했다. 동생이 잠깐 알아본다고 하더니 다시 전화가 와서는 내가 가려던 절은 무당이 하는 절이니 그곳 말고 다른 절에 가자고 했다. 한 달 후 따라간 절이 현의 스님께서 주지로 계시는 마산 학촌사다. 그 동생은 절하는 법, 기도하는 법, 법당 예절을 가르쳐 준 고마운 인연이다. 

학촌사에서는 매주 화요일 저녁 ‘금강경’ 독송을 하고 스님께서 해설을 해주셨다. 이 법회에 참여해서 스님을 처음 뵌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던가. 그때부터 나는 일요일도 마다하지 않고 거의 매일 절에 갔다. ‘반야심경’을 외우지 못하고 ‘천수경’이 뭔지도 몰랐지만 기도하는 자체만으로 행복하고 환희심이 났다. 경을 외우는 꿈을 꿀 정도로 몰입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보살님은 3000배 하실 수 있을 거 같아요”라는 스님의 제안에 용기를 내어 그날 오후 바로 3000배를 시작해서 밤 11시에 마쳤다. 절을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눈물이 철철 흘러내렸다. 나이 50에 처음 해본 3000배로 며칠 동안 무릎이며 온몸이 아팠지만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그렇게 마음이 가벼울 수 없었다. 3000배를 한 후 스님께서 남편에게는 월천(月天)이라는 법명을, 나에게는 수인지(修因地)라는 법명을 주셨다. 진정한 불자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 것이다.

처음 학촌사에 간 날부터 스님께서는 나와 우리 가족의 상황에 맞게 기도 발원과 기도하는 경전을 달리 말씀해 주셨다.

 

[1536호 / 2020년 5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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