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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화엄성중 – 8부4왕중의 해탈경계

기자명 해주 스님

부처님이 자신의 미래불이니 스스로 제도대상이며 또한 제도자

8부중이 다 왕이라 불리고 있으니 왕은 자재함을 뜻해
윤회중생이었으나 부처님 만나 삼보 외호 화엄성중 변신
81개 해탈문과 게찬…해탈의 길로 더욱 명료하게 이끌어

 ‘화엄경’ 권3 변상도. 고려목판.
<그림3> ‘화엄경’ 권3 변상도의 한글표기

‘화엄경’ 제3권 (세주묘엄품 3)에서는 중계의 8부중(8부4왕중)과 하계의 호법선신 가운데 5류중의 해탈경계가 설해져 있습니다. 8부중은 건달바왕(乾達婆王)·구반다왕(鳩槃茶王)·제대용왕[諸大龍王]·야차왕(夜叉王)·마후라가왕(摩喉羅伽王)·긴나라왕(緊那羅王)·가루라왕(迦樓羅王)·아수라왕(阿修羅王)이고, 주주신(主晝神)·주야신(主夜神)·주방신(主方神)·주공신(主空神)·주풍신(主風神)의 5류는 호법선신입니다. 변상도에서는 이들 각 부류의 대표가 게찬하였음을 네모 속에 밝혀두고 있습니다.<그림3 참조>

8부중에서 처음의 건달바왕은 동방 지국천중 건달바의 왕입니다. 건달바란 심향(尋香) 또는 식향(食香) 등의 의미이니, 음식향기를 먹고 살기 때문입니다. 제석천의 아악을 맡고 음악으로 불법을 돕는 신중입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보면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거나 난봉을 부리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건달이라고 부릅니다. 그것은 건달바를 줄여서 건달이라고는 하나, 건달바의 이미지가 잘못 전해져 왔기 때문이겠습니다.

다음 구반다왕은 남방 증장천중 구반다의 왕입니다. 구반다는 염미귀(厭眉鬼) 또는 동과귀(冬瓜鬼)로 번역되며, 사람의 정기를 빨아 먹는다는 귀신으로서 말머리에 사람 몸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화엄회상에서 구반다왕은 중생들을 이익케 하는 신중입니다. 

다음 제대용왕은 모든 용 가운데 왕으로서 서방 광목천중입니다. 바다 등 물속에 살며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는 일을 주관하는 신중입니다.

다음 야차왕은 북방 다문천중 야차의 왕입니다. 야차는 대개 사람을 괴롭히거나 해친다는 사나운 귀신으로 간주되는데, 화엄회상에서 야차왕은 중생들을 수호하는 선신입니다. 허공에 날라 다니는 것이 매우 빨라서 경첩(輕捷)이라 번역됩니다. 

다음 마후라가왕은 대복행(大腹行)이라 번역되는 마후라가의 왕입니다. 머리는 뱀과 같고 몸은 사람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데, 주로 사찰을 돌면서 사찰 주변을 지키는 가람신입니다.

다음 긴나라왕은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며 춤추는 음악신[歌神]으로서 주변을 즐겁게 해주는 긴나라의 왕입니다. 그 형상은 이마에 뿔이 하나 있으나 얼굴이 단정한 사람 머리에 새의 몸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 가루라왕은 금시조(金翅鳥)라고 불리는 가루라의 왕입니다. 금시조는 용을 잡아먹고 사는 새이니, 바다에서 용을 낚아채 가는 것은 생사바다에서 중생들을 열반의 저 언덕으로 건너게 해준다는 상징적 비유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수라왕은 제석천왕과 싸운 악신인 아수라의 왕입니다. 아수라는 수라장이니 아수라장이라는 말이 담고 있듯이 싸우기를 좋아하는 중생계로서 육도의 한 갈래입니다. 그런데 화엄회상에서 아수라왕은 아만과 번뇌를 꺾어서 조복한 성스러운 신중입니다.

이상의 8부중이 다 왕이라 불리고 있으니 왕은 자재하다는 뜻입니다. 이 8부중을 8부4왕중이라 부르는 것은 8부중 가운데 특히 전반의 4부중은 4천왕과 연계되기 때문에 합해서 말한 것이고, 천룡팔부라 일컫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8부중들은 대개 놀고 싸우기를 좋아하거나 축생이거나 사람을 해치는 귀신 등의 육도윤회 중생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을 만나 해탈하여 삼보를 옹호하며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고 즐겁게 해주는 화엄성중이 되었습니다. 이 8부4왕중은 특히 중생세간을 대표하는 세주들이라고 하겠습니다. 

8부의 각 부류들 역시 인간계 사람과 마찬가지로 교화대상이기도 하고 교화하는 교화자가 되기도 함을 알 수 있습니다. 개개 부류들이 악한 무리이기도 하고 선한 대중이기도 합니다. 육도 윤회하는 무리이기도 하고 해탈문을 증득한 성중이기도 합니다. 

모든 존재를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천과 성문·연각·보살·불의 열로 나누어 십법계(十法界)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천태교학에서는 십계 각각 십계를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지옥 중생에게는 지어서 만든 선은 없으나 선의 성품은 본래 있으며, 부처님에게도 지어서 받은 악은 없으나 악의 성품은 없지 않으니, 그래서 악한 중생을 제도할 수 있고 악한 중생이 제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화엄교학에서는 선과 악이 따로 없고 선악이 둘이 아닌 선뿐이므로 선악에 자재하도록 합니다. 십법계의 차별문을 요달하면 모든 존재인 법의 성품이 원융하여 두 모습이 없음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설잠 스님은 ‘법성게’의 ‘법성원융무이상’을 주석하면서, 일체 유정·무정 모든 존재가 본래 둘이 없는데 다만 세상 사람들이 망상 분별을 냄으로써 십법계를 날조했다고 하여, 십법계에 대한 집착을 경계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자기를 제도해주시는 부처님도 바로 자신의 미래불이니, 스스로 제도대상이면서 자체불로서 제도자이기도 한 것입니다. 

‘화엄경’ 제1권에서는 8부 신중들이 큰 법에 믿음과 이해를 내어서 법문을 수학하며, 아만과 모든 번뇌를 꺾어서 조복하며, 중생들을 수호하기를 부지런히 하고 게으르지 아니하였다고 합니다. 이같이 정진함으로써 모두 해탈문을 성취하였음을 알 수 있겠습니다. 그리하여 변상도<제3권>에서 8부중의 명호아래 ‘게찬’을 명기하고 있는 바와 같이, 대표되는 왕들이 각 상수중의 해탈문과 연결하여 부처님을 게송으로 찬탄합니다. 

8부중의 해탈경계는 81개의 해탈문과 81개의 게찬으로 나타납니다.<표7> 이 가운데서 몇 가지 들어본다면, ‘자재한 방편으로 일체 중생을 거두어 주는 해탈문’<지국 건달바왕>, ‘일체 원망과 해침을 소멸하는 힘의 해탈문’<증장 구반다왕>, ‘청정하게 구호하는 음성으로 일체 두려움을 소멸하여 제거하는 해탈문’<덕차가 용왕>, ‘일체 중생을 수호하여 도에 머물러서 헛되이 지나는 이가 없게 하는 해탈문’<용적대군 야차왕>, ‘일체 신통과 방편으로 중생들에게 공덕을 모으게 하는 해탈문’<선혜 마후라가왕>, ‘능히 위없는 법의 기쁨을 내어 일체가 안락을 받게 하는 해탈문’<묘화당 긴나라왕>, ‘널리 법계에 안주하여 중생들을 교화하는 해탈문’<불가괴보계 가루라왕>, ‘일체 중생의 고통을 소멸하여 청정하게 하는 해탈문’<교환술 아수라왕> 등입니다.

이러한 등의 해탈문으로 얻은 부처님의 경계를 찬탄한 게송의 내용도 몇 가지만 언급해보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광명을 비추어 편안한 길을 나타내어 구제해주시며, 중생들의 성내고 어리석은 번뇌를 자비로 다 없애주시며, 두려운 길에서 윤회하는 고통을 쉬게 해주시며, 악업과 미혹에 얽히고 덮여 있는 중생들에게 적정한 법을 보이시며, 원만한 바라밀 광명으로 중생들을 구제해주시며, 오랜 겁 동안의 모든 불국토를 한 찰나에 다 밝게 나타내셔서 중생들을 교화해 주시며, 중생들을 위하여 세간에 출현하셔서 광대하고 깊은 복전을 지으시며, 부처님의 낱낱 모공 가운데 공덕이 충만하여 일체 세간을 다 이롭고 즐겁게 해주십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 중생들에게 번뇌·고통은 소멸하고 안락·공덕은 증장하여 법계에 안주하게 해주심을 깊이 믿고, 해탈문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도록 해야겠습니다. 

세간에 있는 안락한 일이여/ 일체가 다 부처님을 친견하여 일어남이라.
도사께서 모든 중생들을 이익케 하셔서/ 널리 구호하여 귀의할 곳을 지으셨도다. 

세간소유안락사 (世間所有安樂事) 
일체개유견불흥 (一切皆由見佛興)
도사이익제중생 (導師利益諸衆生) 
보작구호귀의처 (普作救護歸依處)

부처님을 친견하고 귀의함으로써 언제나 기쁘고 즐겁고 안락하게 살 수 있음을 선혜광명천 긴나라가 깨달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중생들에게 안락한 귀의처가 되는 것 역시 우리가 닦을 수 있는 해탈의 길임을 깊이 새기게 합니다.

해주 스님 동국대 명예교수 jeon@dongguk.edu

 

[1536호 / 2020년 5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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