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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유가량의 소림사3 : 남북소림’(1986)

복수·자비 가치 적절히 균형 이룬 무협영화

일주문·부도탑 배경으로 로케이션 촬영해 장소성 부각
두 무술 수행승이 협력해 총독의 폭정 응징하는 서사
하소의 처분은 살생금지 지키려는 감독의 연출 엿보여

‘남북소림’은 복수의 가치를 중시하는 무협영화와 자비의 실천을 강조하는 불교영화의 장르가 공존한다.

소림사는 달마조사의 ‘역근경(易筋經)’과 ‘세수경(洗髓經)’을 통해 무예를 전승받았다고 한다. 달마조사의 경서가 무술 교본에 대한 역사적 고증을 했다면 소림사는 무예의 도량이라는 등식은 ‘소림사’ 영화의 흥행 성공과 해외 배급으로 뿌리내렸다. 몇 해 전에 필자가 소림사를 방문했을 때 눈에 띄는 변화는 주변에 즐비한 노란색 체육복을 입은 무술학교 학생들의 훈련 모습이었다. 소림사로 가는 길은 좌우로 도열한 무술학교의 사열을 통과하고 비로소 소림사의 일주문에 당도하는 하나의 통과제의처럼 보였다. 영화 ‘소림사’ 시리즈의 성공은 소림사를 중국불교의 대표적인 사찰이자 무술의 성지라는 역사 콘텐츠의 브랜드 가치를 확고하게 구축했다. ‘소림사’와 ‘소림사 3: 남북 소림’은 소림사의 일주문과 부도탑을 배경으로 로케이션 촬영해 소림사 영화의 장소성을 부각시켰다.

‘소림사 3: 남북 소림’은 남북으로 나눈 두 무술 수행승들이 협력해 총독의 폭정을 응징하는 서사다. 첫 작품과 동일한 것은 주인공에 이연걸이 캐스팅된 것과 부친의 원수를 갚기 위해 소림사에 몸을 의탁하고 무술을 연마해 부모의 원수를 갚는다는 이야기이다. 

무협영화에서 주인공은 반드시 복수를 이행하며 이를 통해 협(俠)의 정신을 실천한다. 협의 정신은 사마천에 의하면 ‘정의에 의거하지 않지만 승낙한 일은 반드시 성의를 다하고 자신의 생사를 돌보지 않고 타인을 위해 임무를 수행하며 자신의 공덕은 지푸라기처럼 여기는 태도’이다. 주인공이 체득하고 실천하는 협의 정신은 정의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지만 신의와 타인을 위한 자기희생이다. ‘소림사:3 남북 소림’에서 주인공을 이끄는 것은 협의 정신에 가깝다. 무협영화에서 은혜를 입은 자에 대한 보은과 부모의 원수는 반드시 되갚는 것을 우선 가치로 둔다. 

첫 장면은 하소에 의해 부당하게 처형된 두 인물이 등장한다. 아마 이 인물은 지명 스님(이연걸)과 하소의 생일연에 자객으로 침투한 사마연(황추연)의 부친일 것이다. 주인공의 인연은 선대에 이미 정혼자로 약조하여 발에 방울이 달린 발찌를 증표로 남겼다. 부적과 같은 발찌는 두 인물의 수행할 동일한 임무도 환기시킨다. 그들의 임무는 부친의 원수 하소를 처단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방울 달린 발찌를 착용한 정혼자 찾는 것이다.  
 

지명은 재가 제자들이 하소의 생일잔치에 사자놀이 축하단으로 참석하려고 하자 무단으로 산문을 떠난다. 그는 하소에게 복수를 위해 생일연에 참석하나 그곳에서 자객으로 침투한 사마연을 만난다. 그들은 하소의 처단에 실패하고 도주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지명 일행의 도주는 신분을 속이고 하소의 통치지역을 통과하기 위한 양지기로 변신한다. 지명은 양떼를 몰고 가는 양지기 소녀로, 사마연과 조위는 양의 탈을 쓰고 양으로 변신하여 통과한다. 이 장면은 오디세우스의 퀴클롭스 동굴 탈출의 모티프를 패러디한다.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고 귀향길에 오른 오디세우스는 퀴클롭스의 동굴에 붙잡힌다. 그의 일행은 퀴클롭스에게 포도주를 먹여 잠들게 한 다음 올리브나무 몽둥이에 불에 붙여서 눈을 찌른다. 퀴클롭스가 실명을 하자 오디세우스는 동굴의 양떼들이 밖으로 나갈 때 3마리를 한 조로 묶어서 가운데 양의 배에 매달려 퀴클롭스의 동굴 문을 무사히 통과한다. 지명과 사마연도 하소의 군대가 지키는 지역을 양떼로 변장하여 통과한다. 두 번째 변장은 결국 발각되어 권법으로 위험 지역에서 벗어난다. 삼인은 서로 이름을 묻고 하소에게 복수하려는 동지라는 사실과 북소림과 남소림의 출가제자와 재가 제자임을 확인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의 발견은 사마연의 발찌이다. 지명은 정혼의 징표인 방울 달린 발찌를 통해 사마연이 자신의 정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명은 누워있는 사마연에게 옷을 덮어주면서 마음을 표하지만 이내 소림사로 돌아간다. 

지명은 소림사에서 3년 면벽의 벌을 받지만 동굴에서 탈출하여 하소에게 붙잡힌 사마연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다. 마지막 시퀀스에서 지명의 임무는 부친의 원수 갚는 것과 정혼녀를 구하는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지명과 조위는 소하의 배를 가로막는다. 그들은 뗏목으로 다리를 만들고 뗏목 위에 죽창을 배치하여 강물에 내려오는 선체를 파손한다. 지명과 조위는 하소의 군대와 결전을 벌이지만 중과부적으로 위기에 처한다. 이때 ‘소림사’ 영화에서 관습적으로 등장하는 위기의 순간에 구원병으로 당도하는 승병들이 합류한다. 수도승들은 지명과 조위를 구하기 위해 뗏목을 가로 질러 하소의 배로 향한다. 스님은 ‘소림의 정의 실현을 위해’라는 명분으로 전투에 참여를 허한다. 이 장면에서 복수의 가치를 중시하는 무협영화와 자비의 실천을 강조하는 불교영화의 장르적 균형이 무협영화로 기운다. ‘소림사 3: 남북 소림’은 남북 소림제자들의 협공으로 하소를 처단한다. 하소에 네 명의 소림 제자들이 협공을 하면서 일진일퇴를 거듭한다. 겨루기 장면에서 덩굴 식물의 열매를 칼로 몇 번 자르는 행위는 하소의 참수에 대한 예시적 장면이다. 결국 하소는 출가제자에 의한 응징보다는 재가제자인 사마연의 칼에 참수를 당한다. 사마연에 의한 하소의 처벌은 불교영화의 살생금지에 대한 불문율을 지키려는 감독의 연출 의도가 엿보인다. 지명은 소림사로 돌아가고 그의 발찌를 조위에게 전하면서 사마연과 인연을 맺도록 한다. 사마연은 발찌는 손에든 조위를 정혼자로 오해하며 지명은 불문에 입문하기 위해 소림사로 향하는 모습을 익스트림 롱샷으로 보여준다. 큰 화면은 두 가지 길을 보여준다. 한 길은 지명의 소림사로 향하는 방향이며 다른 길은 사마연의 강호로 향하는 곳이다. 두 가지 길은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강호에서 자유로워지는 지점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문학산 영화평론가·부산대 교수

 

[1536호 / 2020년 5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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