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을 참배하는 불자들이 자주 찾는 곳 중 하나가 불교용품점이다. 불서와 법구가 주류를 이루는데 염주, 불감, 촛대 등의 법구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불교의 상징성과 신앙의식이 농축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법구를 품고 있다는 건 자신이 불자임을 자각하려는 노력임과 동시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상징물을 소유함으로써 신앙심은 깊어지고 자긍심은 고취된다.
5월6일을 기점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며 ‘생활방역’에 따른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됐다. 일상생활과 경제·사회활동을 영위하면서도 감염예방을 철저히 지속해 나가는 장기·지속적 방역체계다. 자연스레 사찰을 찾는 불자들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교용품점들도 내심 이 점을 인식하며 불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름의 정성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에 자리한 불교용품점들은 이러한 희망을 접어야만 할 뻔했다. 서울시가 ‘재난긴급생활비’ 사용처에서 종교단체를 배제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이용을 제한한 업종은 총 31개였는데 복권·다단계 판매, 카지노, 단란주점, 칵테일바, 안마시술소 등 유흥사행성 업종이 대다수다. 일리 있는 조치다. 그런데 서울시는 사찰 등 종교단체에서의 사용까지 제한했다. 사찰에서 판매하는 불교용품이나 생필품은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로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조계종은 즉각 공문을 통해 서울시에 항의했다. 법보신문 취재에 서울시는 “신천지에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빈대 잡으려다 집 태우는 격’이다. 신천지 관련 업체에 대해서만 사용을 제한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조계종의 항의와 법보신문의 보도를 접한 서울시가 물러섰다. “재난긴급생활비 제한 업종에서 종교단체는 빼겠다”고 밝혀온 것이다. 조계종의 항의처럼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산문폐쇄, 법회중단 등 어느 종교단체보다도 선제적으로 바이러스 감염과 확산 방지를 위한 선제조치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교계를 유흥업소 및 사치품목 등과 동격으로 취급한 것에 대한 씁쓸함은 쉽게 가셔지지 않는다.
[1537호 / 2020년 5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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