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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km 인도성지 걷는 ‘만행결사’ 기대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0.05.25 13:18
  • 수정 2020.06.10 17:54
  • 호수 1539
  • 댓글 0

신라 고승들의 구법행을 최치원은 이렇게 묘사했다. ‘무릇 길이란 멀다고 해서 사람이 못가는 법이 없고, 사람에게 이국이란 따로 없다. 그렇기에 신라 사람들은 승려이건 유학자이건 반드시 서쪽으로 대양을 건너서 몇 겹의 통역을 거쳐 말을 통하면서 공부하러 간다.’ 구도열정과 그에 따른 고난이 단 몇 문장에 농축돼 있다. 

‘떠날 때는 100명이지만 돌아온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 회자되던 그때 혜초 스님도 길을 떠났다. 인도와 중앙아시아, 아랍 땅을 밟은 혜초 스님은 세계 4대 여행기의 하나로 평가받는 ‘왕오천축국전’을 남겼다. 파미르 고원을 마주하며 쓴 시는 구도길에 놓인 험난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차디찬 눈이 얼음까지 끌어 모으고/ 찬바람 땅이 갈라져라 매섭게 부는구나/ 망망대해는 얼어붙어 단을 쌓은 듯/ 강물은 제멋대로 벼랑을 갉아 먹는다/ 용문의  폭포수마저 얼어 끊기고/ 우물 테두리는 도사린 뱀처럼 얼었다/ 불을 벗 삼아 오르며 노래하고 있지만/ 저 파미르 고원을 넘을 수 있을지’ 구법을 향한 열정이 있었기에 그 고원을 넘었을 것이다.

지난해 동안거 결제 당시 천막결사를 단행했던 상월선원이 인도로 떠나는 ‘만행결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이 스며있는 성지 7곳을 순례하겠다는 계획인데 1080km에 이르는 그 길을 오롯이 걷겠다고 한다. 11월17일부터 12월31일까지 45일간의 여정이다. 기후, 음식, 물이 다른 이국땅에서 하루 평균 30km를 걷는다는 건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다. 신심과 원력이 빚어내는 구도열정이 아니고는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상월선원이 전하는 원력은 수행가풍 진작, 불교중흥, 대한민국 화합, 평화실현 등 네 가지다. 천막결사의 정신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여기 이 자리에서 내 몸은 말라버려도 좋다, 가죽과 뼈와 살이 녹아버려도 좋다. 어느 세상에서도 얻기 어려운 저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이 자리에서 죽어도 결코 일어서지 않겠다’는 결기는 파미르 고원을 넘어섰던 혜초 스님의 구도열정과 맞닿는다. 이번 결사의 총도감을 맡은 호산 스님의 당부처럼 “부처님의 길을 통해 지혜와 자비를 체득하고 나눔과 회향의 조화로운 공덕을 발현하며 천막결사 정신을 풍요롭게 만드는 수행의 장”에 큰 관심이 있기를 기대한다.

 

[1539호 / 2020년 5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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