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5월16일 설레이는 가슴으로 세상에 첫선을 보였던 〈법보신문〉이 어언 10년의 성상을 넘어서 지령 500호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무량겁의 절대 경지를 말하는 불교적 시간관(時間觀)에 견주어 볼 때 500이라는 숫자는 한낱 티끌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러나 중생심이란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이어서 지령 500호의 신문을 발간함에 이르러 독자님들께 다시 한번 자축과 다짐의 말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지령 500호에 이르기까지 〈법보신문〉이 걸어온 발자취는 영욕과 희비, 좌절과 희망이 점철되었던 지난 10여년의 우리 불교사에 다름아니었습니다. 육군 17사단 훼불사건에서 보았듯이 정법을 훼손하는 무리가 발호할 때 〈법보신문〉은 호법신장이 되어 정법수호에 앞장섰습니다. 94년 조계종 종단개혁 불사에서처럼 교단이 바르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혼미를 거듭하고 있을 때 〈법보신문〉은 파사현정의 기치를 앞장서 들었습니다. 특정종파의 요구가 있다고 해서 검정고시의 공휴일 실시를 평일로 바꾸는 등 국가권력의 편향적 행사가 발생했을때 지체없이 이의 시정을 촉구하는 장군죽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법보신문〉이 걸어온 궤적이 언제나 자랑스러운 것만은 아니었음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독자님들과 〈법보신문〉을 아끼는 여러분들에게 실망과 허탈감을 안겨주는 일들도 없지 않았습니다.
이제, 〈법보신문〉은 맡은 바 사명에 소홀할 때마다 독자들께서 보내주셨던 따가운 질책과 매서운 비판을 거울삼아 제2의 출발을 하려고 합니다. 애독자 여러분, 지령 500호를 맞아 〈법보신문〉은 더욱 더 믿음직스럽고 공정한 정론지로 거듭나겠습니다. 초대 발행인 월산 큰스님이 내려주신 창간정신 즉,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선양하고(尊敬眞理), 팽배해있는 아집과 교만심을 항복받으며(屈伏我慢), 옳고 밝은 것을 드러내고 확산하는데(公明正大) 전 임직원이 앞장서 나가겠습니다.
〈법보신문〉의 진정한 주인은 독자라는 점을 새삼 인식하고, 문명사적인 전환기를 맞아 시대를 이끌어가는 신문이 되겠습니다. 과거와 오늘에 대한 심도있는 검증에 그치지 않고, 다가오는 미래를 조망하는 한편 나아가 그 불교적 대안을 제시하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겠습니다.
작금 불자들은 잇따라 발생한 불행한 종단사태를 맞아 깊은 좌절과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한탄과 실망의 구렁텅이에 머무를 수는 없는 일입니다.〈법보신문〉은 진흙에서 연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좌절에 실의에서 한국불교가 새롭게 일어날 수 있도록 불교언론으로서의 사명을 다할 것입니다.
`새롭게 일어서는 불교 구현'은 〈법보신문〉 창간호의 1면 머릿기사의 제목이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령 500호를 내는 오늘이야말로 불교가 새롭게 일어서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지령 500호 발간을 〈법보신문〉 제2출발의 시점으로 삼겠다는 약속을 드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애독자 여러분, 그리고 2천만 불자 여러분. 저는 발행인으로서 앞으로 〈법보신문〉이 불교의 미래를 선도하는 불교정론지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지켜봐 주시고, 지금까지 〈법보신문〉에 보내주셨던 것보다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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