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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마음 읽으며 깊어진 사유에서 나와 타인, 자연과 세상 이치를 읽다

  • 불서
  • 입력 2020.06.15 13:41
  • 수정 2020.06.15 13:46
  • 호수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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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읽는 시간’ / 보경 스님 지음‧권윤주 그림 / 불광출판사

‘고양이를 읽는 시간’

“냥이에 대한 책임감은 뜻밖에도 내 삶에 대한 충실한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굳이 누구와 대화를 하거나 라디오를 듣듯이 시간을 흘려보낼 마땅한 것이 하나도 없이 조그만 뇌로 하루 24시간을 가늠하며 살아가는 냥이의 시간은 눈물겹다. 하물며 사람인 내가 빈 마당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튕겨 오르는 한낮의 햇살처럼 기쁘게 살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산중에 사는 스님과 야생 고양이의 만남을 담은 보경 스님의 전작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가 주목을 받은 것은, 인간 대 반려동물의 관계를 일방적인 돌봄이 아니라, 존재와 존재의 대등한 만남으로 보는 특별한 시각 때문이었다. 전작이 겨울 이야기라면 이 책 ‘고양이를 읽는 시간’은 이후의 여름 이야기다.

평생 만 권의 책을 읽겠다고 발원할 만큼 책읽기에 푹 빠진 독서가이기도 한 스님은 고양이를 만난 뒤 책을 읽듯 ‘고양이의 마음이 이건가?’ 하고 읽기 시작했다. 읽으니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읽으면서 생각 또한 익어갔다. 우연히 마주친 한 고양이에서 시작된 스님의 사유를 펼쳐놓은 책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 고양이 돌보는 일을 ‘읽는다’고 표현한 스님은 읽는 행위야말로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는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세상의 수많은 오해와 그로 인한 불행들이 읽기에 서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다가온 고양이를 정성으로 읽으며 깊어진 스님의 사유가 담긴 책은 독자에게 내 안의 나 그리고 타인, 자연과 세상의 이치를 바르게 읽는 법을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냥이와 내가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같이 지낼 수 있는 비결은 냥이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가 냥이와 살아가는 첫째 원칙이 냥이가 오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나는 아직 고양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냥이가 원하지 않는 일을 재촉하지 않는다. 대신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냥이의 마음을 알아내기가 보다 수월해진다.”
“완벽함은 넘치지 않음, 혹은 부족함이 없는 심리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이나 사물이 어떻게 완벽함을 주겠는가. 그 외물의 온전함은 밖으로부터 전이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의 주체인 내가 느끼는 것이다.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충만한 행복이 외물을 아름답고 완벽하게 보이게 한다. 냥이의 완벽함은 냥이가 구족하고 있다기보다 냥이를 사랑스럽게 보는 내 마음에 부족함이 없다는 의미다. 콩깍지가 씌였지!”

저자는 이렇게 냥이를 볼 때마다 ‘읽는다’는 마음으로 대했다. 잘 읽으려면 어떤 선입견도 갖지 않고 마주하는 사물을 빈 마음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밖으로 외물을 대하는 자신의 마음이 고요해지면 사물은 거울처럼 스스로 본질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언어의 벽이 가로막혀 있음에도 마음을 두드려 잘 읽어내면 생에 대한 공감을 경험할 수 있다. 상대가 고양이가 아닌, 사람이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양이를 읽는 책에서 세상살이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이유다. 1만 6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41호 / 2020년 6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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