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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건강과 명상

개개인 건강뿐 아니라 삶의 질 향상에 도움

스트레스는 기계의 모래알처럼
방치하다보면 결국 멈춰 서게 돼
명상은 심신 유해요인 감소시켜
다른 이와의 관계도 더 좋게 해

심장병 전문의 존 자마라 박사팀이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명상이 이들의 심혈관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했다. 놀랍게도 8개월간 명상을 한 환자들은 러닝머신 테스트를 할 때 흉통을 느끼기 시작하는 시점이 대조군에 비해 12%나 더 높은 강도에서 시작됐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러닝머신 테스트를 하는 동안 명상 그룹은 심장이 받는 스트레스를 암시하는 심전도 변화가 시작되는 시간이 18%나 지연된 반면, 대조군은 아무 변화도 없었다. 명상과 심혈관 건강에 관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동맥벽의 두께 변화도 발견됐다. 명상이 좁아진 동맥을 정상으로 되돌리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는 허혈성 심장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생명을 구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에머리대학의 정신병리학자인 찰스 네메로프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어렸을 때 신체적, 성적 학대를 경험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가벼운 스트레스 상황에도 더 많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행히도 이러한 힘든 경험이 스트레스를 다루는 경로를 비정상적으로 변형시킨 것이다. 어릴 때는 뇌의 스트레스 조절경로가 다소 비정상적이어도 신체적으로는 정상적일 수 있지만, 이것이 수십년 축적되어 중년에 이른 사람의 몸은 그렇지 못하다. 어린 시절에 겪은 신체적, 성적 학대 등 심각한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아주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매일 조금씩 받는 스트레스 요인은 기계의 기어에 쌓이는 모래 알갱이로 비유할 수 있다. 처음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지만 방치하면 기어에 큰 영향을 주어 결국 멈춰 세우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축적된 스트레스는 우리 생활에 큰 지장을 준다. 그런데 연구에 의하면 스트레스 유발요인과 반응에 대한 마음챙김이 스트레스 반응으로 생기는 해로운 영향을 줄이거나 완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과 전립선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명상이 스트레스 증상의 감소, 통증의 완화, 뇌의 회백질 밀도 증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기능 향상과 관련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밖에 다른 연구들에서도 명상이 코르티솔 수치를 낮출 뿐 아니라 건강한 수면을 유도하고, 면역 기능을 개선하며, 인지 기능을 향상시켜 치매를 겪고 있는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토론토대학의 연구에서는 명상이 현재 순간을 경험하는 것과 관련된 뇌 영역에서 신경 활동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렇듯 명상을 하게 되면 뇌의 특정 부분에서 일어나는 기능을 질적으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생각을 현실로 받아들이기보다 생각 자체로 알아차리는 연습을 통해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게 됨으로써 스트레스에 쉽게 압도되지 않는다. 명상이 염증을 감소시키고, 집중력도 높이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더 좋게 만든다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명상을 하면 우리 자신을 비난이 아닌 친절로 대하면서 현재로 부드럽게 돌아갈 수 있고, 늘 깨어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생각의 자동 반응에 무심코 휩싸이는 대신 조기경고 신호를 기민하게 알아차려 우리 모두가 가진 치유의 잠재력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명상을 하게 되면 자신의 가치관과 도덕성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일종의 든든한 내적 중심축을 형성해준다. 수천년 전 종교 집단에서 시작된 명상이 이제는 심장병 전문의부터 암 연구자들까지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임상 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명상은 우리에게 단순히 질병 증상을 줄이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으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유도해가고 있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42호 / 2020년 6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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