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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수행 포기하려 한 소나 비구

“수행도 팽팽하거나 느슨하면 안돼”

소나, 수행 마음대로 안되자
좌절감으로 인해 포기하려해
부처님 비파 현 비유로 들며
조화로운 ‘수행의 길’ 제시

출가 수행자의 삶을 우리는 위대한 포기라는 말로도 설명한다. 세속적 권력, 부, 인간관계, 가치 등을 모두 포기하는 삶이란 의미이다. 그런데 이러한 포기를 누구의 강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기에 ‘위대한 포기’인 것이다.

단순히 출가가 아니라 ‘출가 수행자’라고 하는 말에서 그 비장함과 엄중함을 느끼게 된다. 비구는 빨리어 ‘빅쿠(bhikkhu)’를 음사한 말로 ‘걸식 수행자’란 의미가 된다. 무소유의 삶을 살면서 위로는 해탈을 구하고, 뭇 사람들의 복전이 되는 존재가 바로 비구인 것이다. 

소나 꼴리윗사(Soṇa koḷivisassa)라는 재가자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환희하여 출가하였다. 소나 비구는 열심히 용맹정진하였는데, 어느 날 경행을 하다가 두 발을 다쳐 제법 많은 피를 흘리게 되었다. 그 후 소나비구는 홀로 수행을 하다가 이런 생각을 하였다. 누구든지 세존의 제자들은 용맹정진하는 자들인데, 나는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집착 없이 번뇌로부터 마음을 해탈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나의 속가에는 재물이 있다. 나는 재물을 누릴 수 있고 공덕을 쌓을 수 있다. 내가 환속하여 속가에 돌아가 재물을 누리고 공덕을 쌓으면 어떨까.(Vin.I, p.182)

사실 수행을 하다보면, 수행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소나 비구와 같이 물러나는 마음을 갖기가 쉽다. 수행을 대충했다면 아마도 위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나 비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수행자들처럼 깨달음을 얻지 못했으니 좌절감 또한 컸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출가수행의 결실을 얻지 못할 바에야 속가로 돌아가 공덕을 쌓는 일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 것이다. 

한편 소나 비구가 이렇게 물러나는 생각을 하고 있음을 부처님께서 아시고 그를 찾아가게 된다. 부처님은 소나 비구의 생각을 확인한 후 소나가 비파를 잘 연주한 것을 가지고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다.

“[붓다] 소나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대가 비파의 현을 너무 당기면 그때에 그대의 비파가 온전한 소리를 내거나 사용하기 적당한가?
[소나]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붓다] 소나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대가 비파의 현을 너무 느슨하게 하면 그때에 그대의 비파가 온전한 소리를 내거나 사용하기 적당한가? [소나]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붓다] 소나여! 그대가 비파의 현을 너무 당기지도 않고 너무 느슨하게 하지도 않으면 그때에 그대의 비파가 온전한 소리를 내거나 사용하기 적당한가?
[소나]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붓다] 이와 같이 소나여. 너무 지나치게 열심히 정진하면 흥분으로 이끌어지고 너무 느슨하게 정진하면 나태로 이끌어진다. 그러니 소나여! 그대는 정진을 조화롭게 확립하고 능력을 조화롭게 수호하고 거기서 [수행의] 상(nimitta)을 파악하라.(Vin.I, p.182~183)”

소나 비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얼마 되지 않아 수행의 과보를 성취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부처님의 10대 명호 가운데 하나가 조어장부(Purisadammasārathī, 調御丈夫)이다. 이는 조련사가 코끼리를 잘 길들여 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처럼, 그와 같이 사람들을 잘 길들여 해탈의 길로 인도하신다는 의미이다. 경전에서는 구체적으로 “께시여! 나도 사람을 길들일 때 온화하게 길들이기도 하고 혹독하게 길들이기도 하고 온화함과 혹독함 둘 다로 길들이기도 한다.”(AN.II, Kesi sutta)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교화의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것이다. 상대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여,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이끄는데,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고 강한 방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수행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분이 바로 부처님이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42호 / 2020년 6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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