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덕행 ⑥
12. 덕행 ⑥
  • 박희택
  • 승인 2020.06.23 14:02
  • 호수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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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덕행은 우리수행의 자량이 된다

‘상락아정’이라는 열반 사덕은
‘금강경’서 설한 사상 여읜 경지
육바라밀‧칠각지‧팔정도 등은
구도의 길 가는 수행자의 덕행

‘열반경’에서 부처를 부처이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깨달음이라고 보면서, 이를 대열반(大涅槃)이라 부른다. 신체적 존재의 소멸이 소열반이라면, 대열반은 깨달음과 동의어가 된다. ‘열반경’은 대열반의 3대 특성으로 법신과 반야와 해탈을 들고 있다. 시공적 유한과 신체적 한계를 넘어 무한하고 영원한 생명의 법신, 법신의 이법(理法)을 깨친 지혜의 반야, 법신과 반야로부터 얻는 자유의 해탈이 대열반의 특성이다.

항상성[常], 안락성[樂], 자재성[我], 해탈성[淨]의 열반사덕은 대열반의 3대 특성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 법신에서 항상성의 덕이, 반야에서 자재성의 덕이, 해탈에서 안락성과 해탈성의 덕이 나온다고 경전해석학적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열반사덕을 ‘금강경’에서 설하는 사상(四相)을 여읜 여래의 진실을 말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일찍이 성철 스님은 ‘금강경’의 사상을 시공객주(時空客主)로 해석한 바 있다. 아상(我相)은 주관, 인상(人相)은 객관, 중생상(衆生相)은 공간, 수자상(壽者相)은 시간이라는 독창적이고 설득력 있는 시각이다. 이의 연장선에서 열반사덕의 항상성은 시간에 집착하지 않는 덕이며, 안락성은 공간에 집착하지 않는 덕이고, 자재성은 주관에 집착하지 않는 덕이며, 해탈성은 객관에 집착하지 않는 덕이라 할 수 있다.

안락성이 공간에 집착하지 않는 덕이라는 점과 해탈성이 객관에 집착하지 않는 덕이라는 점에 대해 다소의 해설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보행왕정론’ 안락해탈품 품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안락성과 해탈성은 짝으로 운위되곤 한다. 안락과 해탈은 일차적으로 대상[境]인 공간과 객관에 각각 취착하지 않음으로써 얻어지는 덕이다.

오덕으로는 유교의 오상(五常)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 회자된다. 인의예지는 ‘논어’에 기반하여 ‘맹자’에서 통합용어로 개념화되었는데(공손추상6, 고자상6, 진심상21), 한나라 동중서가 신을 부가하여 오상으로 굳어졌다. 오상의 원형은 ‘맹자’ 이루상편 제27장에 나오는 인의지예락(仁義智禮樂)인데, 낙 대신에 신이 자리 잡은 것이다.

불교의 오덕으로 여러 설이 거론되나, 오지(五智)의 덕성을 헤아려 보는 것이 적절하다. 우리는 전식득지(轉識得智)하여 사지(四智)를 얻는다. 대원경지(大圓鏡智)는 제8식 아뢰야식을, 평등성지(平等性智)는 제7식 말라식을, 묘관찰지(妙觀察智)는 제6식 분별식을, 성소작지(成所作智)는 전5식 안의비설신식을 전환하여 득한다. 이들 네 별지(別智, 특성적 지혜)는 법신불의 총지(總智, 일체적 지혜)인 법계체성지(法界體性智)의 분화가 된다. 요컨대 법계성, 대원성, 평등성, 묘관성, 성소성을 오덕이라 할 수 있다.

불교의 육덕은 육바라밀로써, 칠덕은 칠각지(七覺支)로써, 팔덕은 팔정도로써, 구덕은 구방편(九方便, 대일경7)으로써 새겨볼 수 있는데, 지면상 상론(詳論)은 피하고자 한다. 십덕은 ‘화엄경’에 주로 등장한다. 십주(十住), 십행(十行), 십회향(十廻向), 십지(十地) 등은 구도와 구제의 길을 가는 수행자에게 한결 같이 절실한 덕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나, 익히 알려진 내용이라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고찰하지는 않는다. 이제 다만 ‘법화삼부경’의 개경(開經)인 ‘무량의경’의 덕행품을 음미하는 것으로 경전 읽는 기쁨 덕행편을 갈무리하려 한다.

‘무량의경’ 덕행품은 대장엄보살이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공덕이 된 부처님의 덕행은 우리의 수행에 자량(資糧)이 된다. 이는 대만 증엄 스님이 인도하는 세계 최대 최상의 봉사공동체 자재공덕회가 ‘무량의경’을 소의경전으로 삼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덕행품 게송분의 두어 구절을 새겨보도록 하자.

“훌륭하셔라, 크게 깨친 큰 성인은 때[垢] 없고 물듦 없고 집착 없네. 하늘과 사람과 상마(象馬)를 길들여서, 도의 바람 덕의 향기 일체에 스며들게 하시네(道風德香熏一切).”
“여러 겁에 몸을 손상시키면서 게으르지 않았고, 밤낮으로 마음을 거두어 선정에 들었으며, 모든 도법을 두루 배워(遍學一切衆道法), 지혜의 경계에 깊이 들었네.”

박희택 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yebak26@naver.com

 

[1542호 / 2020년 6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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