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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살기 ‘출가’

기자명 성원 스님

노스님과 도반돼 차담 나누다 보면
내 출가는 간절했나 돌아보게 돼
미래 향해 함께 가는 도반 더 그리워

불자들과 대화하다 보면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언젠가부터 절 집안에서는 스님들에게 언제 출가했는지, 왜 출가했는지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 불문율같이 되어있다. 특히 왜 출가했는지를 누군가 물으면 오래 절에 다닌 불자들이 얼른 신입 신도를 제지하기까지 한다. 물론 출가의 인연은 스님들의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같이 부처님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불자들에게 출가를 비밀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이유가 무엇일까?

도반이라는 말의 어감이 참 좋다. ‘도를 향해 함께 가는 반려자’라는 뜻이다. 부부를 ‘인생의 반려자’라고 하는 말도 세속적 의미에서 어감이 따스하다. 강원 시절 워낙 허물없이 지내다보니 도반들의 출가 인연들을 서로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강원 때 만난 도반들이 죽마고우처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토록 친밀했던 도반들이 각자 인연 따라 바쁘게 살다 보니 얼굴 한 번 보기조차 어렵다. 

“제주에서 사문으로 사는 것이 답답하지 않는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때마다 “아무리 그래도 제주에는 아직 호흡할 정도의 산소가 충분히 있어 답답지는 않다”라고 하면서 웃어넘긴다. ‘제주에서의 삶 중에서 갇힌 듯 한 기분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도반들이 가까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허전한 공복감은 비단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라 제주에 사는 스님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 했던가. 각자 허전한 공복을 느끼다 보니 승랍이 10년, 20년 격차가 나도 자주 만나 진솔하게 대화하며 제법 도반 같이 지내곤 한다.

몇 년 동안 어른 스님들과 자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말 출가 초기에 느꼈던 신심을 다시 일으키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절을 짓고 부처님을 모시는 불사 이야기며, 옛적 염불 가락에 관한 이야기나 정진의 에피소드를 전해 듣다 보면 ‘절 집안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가까운 절에 사시는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불사를 하다 보면 화두만이 간절한 것이 아니고 불사를 완성하겠다는 일념의 간절함이 정말 화두의 간절함보다 더 크다고 느낄 때도 있다”라고 하셨다. 온 열정을 다 쏟아 부어 부처님의 집을 완성하고자 매달렸고 이제 가람을 여법히 갖추신 스님께서는 이제는 “절을 짓는 불사는 스님이 하는 것도 아니요, 신도들이 하는 것도 아니다. 오직 부처님께서 필요에 따라 지으시고 우리는 심부름 할 뿐이다”고 하시며 늘 초연한 삶의 자세를 견지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노스님들과 도반이 되어 차담을 나누면서 나의 출가는 과연 간절했었는가? 진실했었던가? 출가자로서의 삶은 과연 당당했었는가? 자꾸 되돌아보게 된다. 

많은 사람이 출가에 대해 단절에 더 많은 의미를 두고 그 이유를 궁금해 하니 스님들은 입을 다무시는 것 같다. 출가는 단절의 의미도 있지만 새 출발의 의미 또한 담겨 있는 것이다. 어디에 방점을 찍는가에 따라 출가는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한 생에 다시 한 번 태어나는 기쁨의 순간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성원 스님

세속 모든 인연을 다 잊어버리고 오직 미래의 도를 향해 함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도반들이 장맛비에 더욱 그립다. 한 생에 두 번 살기, 오직 출가만이 가능하지 않을까?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543호 / 2020년 7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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