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과도한 스트레스, 디지털 기기의 블루라이트,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의 카페인 등으로 신경계가 각성된 상태로 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잠이 잘 오지 않고 수많은 생각이 떠올라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하지만 떠오르는 생각에 저항하지 않고 마음의 밧줄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서 내면의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마련해 주면 마음은 고요해지고 흥분한 몸도 점차 가라앉는다. 최근 연구에서 명상이 불면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잠자기 명상을 시작해 보자. 시간은 2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반드시 화장실을 다녀오고 문단속도 하는 등 평소 잠들기 전에 하는 일을 모두 끝내라. 잠잘 준비가 다 되었다면 등을 대고 이불을 덮고 똑바로 누워라. 잠시 시간을 갖고 침대가 몸을 떠받치고 있는 느낌, 침대에 파묻히는 느낌을 음미해보자. 그리고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쉬면서 심호흡을 서너 차례 한 후, 숨을 내쉬면서 그 날 하루의 생각과 감정이 저 멀리 사라지고 몸의 모든 긴장이 녹아 없어지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잠자기 명상의 1단계로 몸과 마음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자각해보자. 수많은 생각이 떠올라도 그냥 그렇게 떠오르게 두고 저항 없이 천천히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 몸을 훑는 과정을 서너 번 되풀이해보자. 이 시점에서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의 부풀고 꺼지는 느낌을 자각하기만 하면 된다. 주의가 흐트러지고 마음이 여기저기 헤매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곧바로 다시 현재로 돌아오자. 2~3분 정도 흘렀다고 느껴지면 그냥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2단계에서는 오늘 하루를 처음부터 끝까지 무심히 돌이켜 본다. 먼저 아침에 눈을 뜬 직후를 떠올려보자. ‘되감기’ 버튼을 누른 듯 마음이 그날 겪은 일, 모임, 대화를 재생해보자. 자세히 기억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침대에서 몸을 돌려 일어나는 장면, 알람을 끄는 장면, 욕실로 걸어가는 장면, 샤워하는 장면, 아침을 먹는 장면, 명상하는 장면, 직장으로 걸어가는 장면, 동료와 인사하는 장면 등을 떠올리면 된다. 3분 정도 할애해 하루를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대충 훑어보는 것이다. 마음이 재생하고 있는 그 장면을 무심히 지켜보면 된다.

3단계에서는 지금 이 순간으로 다시 돌아와 몸에 초점을 맞춘다. 발끝으로 내려가 왼발 새끼발가락에 주의를 기울이며 신경을 끈다고 상상하자. 새끼발가락에 집중하면서 ‘힘을 빼자’ 또는 ‘그저 쉬자’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어도 좋다. 왼쪽 새끼발가락에 이어 발 전체, 발목,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와 골반까지 차례차례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 다음엔 반대편 오른발 새끼발가락부터 시작해서 차례차례 골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계속해서 허리, 가슴까지 올라가고 팔, 손바닥, 손가락으로 차례차례 내려간 후 다시 목구멍, 목, 얼굴, 머리로 올라간다. 잠깐 멈춰 긴장이 풀리는 느낌, 통제를 포기하는 느낌을 즐기면서 잠들 때까지 마음이 이 생각 저 생각 자유로이 떠돌아도 내버려 두자. 그럼 명상 전보다 수월하게 잠들 것이다.

이렇게 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수면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누적되면 단지 잠을 못자서 다음날 피곤해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 뇌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기억이 형성되지 못해 공부한 내용을 떠올릴 수 없을 것이다. 또 내분비계의 균형이 깨지면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비만 가능성이 높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아져서 기분이 엉망이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면역체계가 건강하게 작동하지 못하면 각종 질병에 쉽게 노출되고 정신이 명료하지 못해 주의를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다. 각종 수면 관련 건강보조제 등이 난무하는 요즘 약 복용 대신 명상을 통해 수면의 질을 한층 높여보는 것은 어떨까.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46호 / 2020년 7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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