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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신통을 바라는 자를 교화하다

오온에 대한 집착 벗어나는 것이 신통

물위 걷고 미래 예언하는 능력
세속 욕망 키우는 사술에 불과
부처님은 세속적 신통 경계해
삼학 통한 열반성취가 참 신통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신기한 것에 마음이 끌린다. 특히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속속들이 안다던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정확하게 알아맞히면 십중팔구는 그 사람에게 마음을 완전하게 빼앗기고 말 것이다. 사실 많은 종교인들이 이러한 비상한 능력을 통해 자신을 어필하고, 나아가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 그럼, 불교는 어떠한가. 아니 부처님은 어떠하셨을까.

‘디가니까야’에 보면 ‘께왓다(Kevaḍḍha)의 경’이 있다. 이 경은 께왓다라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부처님과 나눈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그 내용이 바로 ‘신통’과 관련된 내용이다. 대화의 한 장면을 소개해 보자.

[께왓다] “세존이시여, 이 나란다(Nāḷandā)는 부유하고 번창하여 인구가 많고 사람들로 붐비며 세존께 깊은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인간을 넘어선 법에 기인한 신통의 기적을 나툴 수 있는 비구를 한 분 지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면 날란다의 더 많은 사람들이 세존께 깊은 믿음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DN.I, p.211)

께왓다의 말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실제 물 위를 걷거나 하늘을 나는 이적을 보여주면 그것보다 더 극적인 것이 어디 있을 것이며, 그것을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믿음을 일으킬 것인지 추측해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붓다] “께왓다여, 나는 비구들에게 ‘오라, 비구들이여. 흰옷을 입은 재가자들에게 인간을 넘어선 법에 기인한 신통의 기적을 나투어라’라고 그처럼 법을 설하지 않습니다.” (DN.I, p.211)

흰옷은 재가자의 상징이다. 부처님 당시 인도인들은 흰옷을 즐겨 입은 것 같다. 부처님은 신통력이 뛰어난 비구스님 한 분만 보내주시면 좋겠다는 께왓다의 제안에, ‘나는 그와 같이 가르치지 않습니다’라고 단호하게 거절하고 계신다. 경전에서는 이러한 부처님의 거절에도 거듭거듭 께왓다의 요청이 이어진다. 그러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붓다] “께왓다여, 나는 세 가지 기적을 최상의 지혜로 실현하여 드러냅니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신통의 기적과 남의 마음을 아는 기적과 가르침의 기적입니다.”(DN.I, p.212)

신통의 기적은 물 위를 걷고, 하늘을 날고, 벽을 통과하는 등 신체를 통해 나타내는 불가사의한 능력을 말한다. 남의 마음을 아는 기적이란 말 그대로 상대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능력을 말한다. 물 위를 걷거나 하늘을 나는 신통력은 둘째 치고라도, 예언을 잘하거나 지금 나의 심리상태를 너무나도 잘 알아맞히면, 우리는 그의 능력에 감복하며 두려움을 갖고 맹목적인 믿음을 갖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신통은 세속적 욕망을 키울 뿐, 올바른 생각과 행동과 말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사술(邪術)일 뿐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러한 신통을 경계하시면서, 가르침을 통한 신통을 말씀하신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을 통한 신통은 계율의 성취(도덕성의 내면화), 선정의 성취, 지혜의 성취이다. 즉 계정혜 삼학(三學)을 통해 오온에 대한 집착을 벗어나 열반을 성취하게 하는 신통을 말씀하신 것이다. 허황한 자아관념에 사로잡혀 욕망을 추구하는 삶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부처님은 우리가 왜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바로 보여주는 분이다. 이상한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시키거나, 병을 고치거나 예언을 하는 등과 같은 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일은 부처님이 경계하고 또 경계하신 내용이다. 

도덕적 완성을 추구하여 내면과 삶의 모습이 한결같으면 자연스레 선정을 성취하고, 이를 통해 지혜를 얻으면 자신과 세상을 구성하는 의식의 굴레에서 벗어나 어떠한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해탈을 성취하게 된다. 부처님은 한결같이 이러한 해탈의 길로 안내하는 가르침을 통해 우리를 교화하신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46호 / 2020년 7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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