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천지 교리 정당화 위해 천년고찰까지 악용

  • 교계
  • 입력 2020.07.24 15:30
  • 수정 2020.07.24 19:10
  • 호수 1547
  • 댓글 10

천지일보 발행인이 ‘통도사’ 영상 유포…곳곳에 불교 왜곡
“부처님은 해탈 알지 못하고 그 답 아는 주인 위해 역사”
“신천지 교세 확장 위한 의도·종교 갈등 부추기나” 비판

천지TV 캡쳐.
천지TV 캡쳐.

코로나19 확산 진원지로 공분을 일으킨 신천지 교인이자 천지일보 발행인이 자신의 교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불보종찰 통도사까지 악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인터넷 방송 천지TV가 7월12일 유튜브에 올린 30분 분량의 ‘신앙의 노정 담은 천년고찰 통도사’는 이상면 천지일보 발행인이 통도사 경내 일주문, 불이문, 천왕문, 금강계단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소개하는 영상이다. 문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 중 하나인 통도사의 불교적·역사적 가치와 불교문화에 담긴 의미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기독교 교리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천지일보가 신천지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신천지 교세 확장을 위해 다른 종교에 대한 왜곡과 종교 갈등까지 마다하지 않는 행태라고 비판 받고 있다.

이 발행인은 불교 및 통도사의 역사에 대해 그럴듯하게 설명하면서도 기독교 성서와 교묘하게 연결 지었다. 영상에는 불교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거나 침소봉대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부처님은 생로병사를 깨달았지만 해탈을 위한 답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답의 주인이 된 분(하나님)이 누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부처님도 (이 땅에) 역사한 것”이라는 망발에 가까운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천지TV 캡쳐.
천지TV 캡쳐.

또 “천사들을 이끌어가는 책임자를 ‘왕’이라고 말하고 구도의 길에 접어든 신앙인들을 인도하고 심판하는 역할을 사천왕이 즉 네 천사장이 한다”며 “비파를 들고 있는 천사장은 성경을 들고 있다. 선비와 도둑놈을 밟고 있는 모습은 요한계시록과 표현만 다르지 역할은 같다”고 획일화한다. 진리가 둘이 아님을 상징하는 불이문(不二門)에 대한 해석도 상식을 벗어나기는 마찬가지다. “요한복음 10장 30절을 보면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라고 말하고 있다”는 그는 불이문 현판을 가리키며 “하나님과 예수님이 하나가 됨을 말하는 것은 완전함이 만들어진 것이고 불이문을 통과하면 신의 반열에 올라 천국으로 들어간다. 불자들도 신의 경지로 가기 위해서 수행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전개한다.

궤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대웅전에는 반드시 부처가 있어야 하지만 통도사에는 불상이 없다”며 “원래 부처님의 가르침은 불상을 만들지 말라는 계명이 있다. 그것을 모든 종교가 마찬가지”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성경에서는 말씀이 육신이 됐다는 말이 있다. 하나님이 곧 말씀이고 진리이고 예수님이 곧 진리”라고 결론지었다. 이는 통도사를 은근히 띄워주는 듯하면서도 불상이 모셔진 대다수 사찰들에 대한 폄훼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불교경전에서 부처님이 불상을 만들지 말라고 한 구절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불상을 조성하는 공덕은 수없이 나온다. 다만 ‘금강경’에서처럼 불상이라는 형상에 집착해서는 안 될 것을 강조한 말은 있다. 이는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르다. 집착을 괴로움으로 보는 불교에서는 아무리 성스러운 불상이라도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보지만 불상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씨의 발언은 한국불교의 문화와 신행형태를 부정하는 것으로 충분히 비춰질 수 있다.

천지TV 캡쳐.
천지TV 캡쳐.

특히 올해 2월 대구에서 신천지교회로 인해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이 발행인은 사과는커녕 “코로나라는 재앙을 통해 하늘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느냐를 파악할 시점이다. 우리는 귀소본능으로 창조하신 분이 계신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창조주는 불교인을 비롯한 신앙인들이 소망하는 천국을 오래전부터 이미 (통도사의) 이곳저곳에 담아뒀다”고 주장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통도사는 물론 불교 전체가 하나님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며, 하나님을 신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영상은 현재 3만6000명이 시청했으며 “불도의 길이 하나님의 역사와 같은 깨달음을 준다.” “석가모니도 생로병사를 해결해줄 하나님을 찾은 것 같다.” “종교의 끝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 등 댓글이 달려 불교를 왜곡되게 이해하게 한다는 우려가 사실임을 확인시켰다.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도심 스님은 “다종교 사회에서 다른 종교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대화와 평화의 첫걸음”이라며 “일간신문 대표라는 분의 그릇된 불교관이 지속된다면 불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확산되고 종교 갈등도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47호 / 2020년 7월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