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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안위 앞서 인류 고통에 관심 가져라

코로나19 사태가 종교의 역사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것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는 것 같다. 종교라는 것의 본질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기본으로 하는 것인데 그것이 제한받는 사태야말로 종교의 뿌리를 뒤흔들 수밖에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하여, 모임 자체를 금지하거나 자제를 요청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미 많은 종교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더욱 문제를 어렵게 한다. 단지 코로나19로 한정지을 것이 아니고, 인류가 이런 문명의 형태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와 비슷한 질병이나 재앙이 인류를 덮치리라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기 힘들어지는 구조를 예비하지 않을 수 없으며, 거기에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것이 종교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린 교회 소모임 금지 조처에 대하여 교회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금지 취소’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을 제기했고, 그에 42만여명이 동의했다는 것은 코로나19가 종교계에 얼마나 위협적이며, 또 종교인들이 얼마나 위기에 처해있는가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방식의 대응, 즉 모임 금지를 해제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나려는 방식은 애초부터 근본적인 대응책이 될 수 없다. 힘들더라도 새로운 포교와 신행의 방식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며, 그것의 성패가 종교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 보아야 한다. 지난 21일 한국종교연합 주최로 열린 ‘코로나 이후의 종교문화생활의 변화와 그 대응’ 포럼에서 나온 다양한 종교계의 반응 또한 이런 종교사의 분기점에 선 여러 가지 반성과 전망을 드러내고 있다.

종교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적극적인 방향으로의 대응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도 당분간은 집회를 통하여, 직접 대면을 통하여 포교와 신행활동을 하는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흐름을 역행하는 일이 될 것이다. 새로운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영상 포교, 비대면 포교의 영역에 새로운 방식을 연구 개발하는 것에 힘을 쏟아야 한다. 비대면 포교와 신행, 그리고 소규모 내지 일대일 대면 포교와 신행을 조화롭게 배분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종교의 재정 영역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 방식으로 시주금이나 헌금 등을 유지하는 것으로는 종교 재정의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종교 재정을 확보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아니 구태여 참신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종교의 보수성 때문에 거부감을 가지고 열어놓지 못하였던 여러 기부의 방식을 활성화하면 될 것이다. 대중적인 방식으로 완전히 뿌리내린 카드리더기의 사용, 정말 극단적으로 말하여 유튜브에 많이 동원되는 말풍선의 방식까지도 거부감 없이 참조해야 한다. 그것들이 가지는 문제점을 보완하여, 종교적 심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방식 속에 그런 방법들을 안착시킬 수 있는가를 연구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코로나19사태 속에서 종교의 위기를 논하는 것보다, 인류가 처한 근본적인 문제 상황을 종교가 극복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다. 인류를 괴로움에 빠뜨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길 만이 종교가 살아남는 길이다. 중생의 괴로움을 건지는 것을 근본으로 하는 불교야 말할 것도 없다. 불교의 안위를 걱정하는데 머물지 말고 코로나19가 가져온 세계적인 괴로움을 건지는데 앞장서는 것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런 대승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이야말로 불교가 있어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이요, 그것을 통해서 불교가 세상을 이끌어가는 종교로 우뚝 설 수 있다.

이 환란의 시대가 가져온 괴로움을 어떻게 헤쳐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찾아가려는 노력, 그리고 나와 이웃의 아픔을 함께 건지기 위한 현실적인 실천, 그것이 불교계를 중심으로 해서 뜨겁게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547호 / 2020년 7월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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