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양은정의 ‘버려진 애완견’
84. 양은정의 ‘버려진 애완견’
  • 신현득
  • 승인 2020.07.28 10:39
  • 호수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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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찾아 헤매는 버려진 개를 보면서
생명‧동물사랑 실종 세태 꼬집은 시

아파트 모퉁이에서 발견된 개
거리를 헤매다가 병든채 앓아
아기들 친구로 애완견 됐지만
싫증난 주인 이기심에 버려져

“우리가 사람을 도와 온 것은, 사람이 바위 동굴에 살면서 석기를 사용했던 원시시대부터야. 멍 멍….” 개는 1만8000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사람과 같이 살면서 사람을 도와 왔다고 한다. “집을 지키는 일을 했지. 사냥을 도왔지. 멍 멍….” 

사람들이 동굴을 버리고 집을 짓게 되자, 개는 집 지키는 일을 맡아 왔다. 그리고 창과 활을 들고 사냥을 나선 사냥꾼을 따라다니며 사냥을 도왔다고 한다. 개는 슬기를 지닌 고마운 가축이다. 그밖에도 사람을 도운 일이 여러 가지다. 아가들이 응가를 하면 응가를 치워주었다. ‘똥개’라는 말을 들어가며 그 일을 했다. 

집을 지켜주고, 사냥을 도와주고, 응가를 치워주고…,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개에게 슬기와 뛰어난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개는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각이 밝다. 떨어져 있는 무리, 누구 누구를 냄새로 구별할 수 있을 정도라 한다. 그 위에 놀라운 청각을 지녔다. 청각은 사람의 네 배다. 이런 청각으로 멀리서 나는 바스락 소리도 듣고 알아낸다. 이런 감각을 가지고 훈련을 받으면 나라를 지키는 군견이 된다. 아기들 친구가 돼주다 보니 애완견이 되었다. 

사람과 같이 지내온 개는 우리 설화에도 많이 등장한다. 불구덩이에서 주인을 살려낸 오수(獒樹)의 개 이야기는 교과서에 실릴 만큼 감동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개를 사랑하고, 보호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기르던 애완견을 내다버리는 일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니 큰일이다. 동시 한 편을 살피면서 생각해보자.  

 

버려진 애완견 / 양은정

아파트 앞 모퉁이에서 
끙끙 앓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그림자에
이리저리 채이고

눈곱 낀 눈망울엔
웃음이 사라진 지 오래.
단물 빠진 껌처럼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순한 두 발 앞에 모우고
고요히 떨고 있다.

양은정 동시집 ‘햇빛 세탁소’(2020)에서

 

아파트 모퉁이에 애완견이 버려져 있다. 눈곱이 끼어 있고 앓는 소리를 내는 걸 보니 거리를 헤매다가 병이 든 것 같다. 지나는 사람들 발길에 차이고 있다. 시멘트바닥에 엎드려서 떨고 있다. 너무도 가엾다. 

이 애완견은 전에 어느 꼬마와 어울려 재미나게 지낸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때는 즐겁고 좋았다. 그런데 꼬마가 개에게 싫증이 났을 것이다. 그래서  애완견을 버리기로 했을 것이다. 마음씨 나쁜 사람이 개를 버리는 방법이 있다. 눈을 가리고 멀리까지 가서 산기슭이나 길가에 던져버리는 것이다. 

“갑자기 나는 집을 잃었다. 주인을 잃었다. 어쩌지? 멍 멍.” 애완견은 주인 꼬마의 나쁜 마음을 모른다. 주인 식구들은 고맙고 착한 사람으로만 여겨 왔고, 지금도 그들을 원망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다. 그들이 자기를 내다버렸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집을 찾아오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고 멀리까지 와서 던져버렸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잘못해서 길을 잃고, 집을 잃고, 주인을 잃었다. 길을 찾고, 집을 찾고, 주인을 찾자. 멍 멍!” 애완견은 집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지치고 병이 들었다. 생명 사랑, 동물 사랑이란 말은 어디로 간 것일까? 주인을 위해 생명을 바친 오수의 개 이야기가 생각난다.  

시의 작자 양은정 시인은 전북 순창 출신으로, 동시 창작과 함께 그림책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전기한 동시집 ‘햇빛 세탁소’와 그림책 ‘우리 동네 웃음꽃’(양은정 글·그림) 등이 있으며 전북 아동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47호 / 2020년 7월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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