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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깨달음이 뭔가요” 돌직구에 일본불교 선지식 6명이 들려준 답은?

  • 불서
  • 입력 2020.08.03 11:17
  • 호수 1548
  • 댓글 0

‘깨달음이 뭐라고’ / 고이데 요코 지음‧정현옥 옮김 / 불광출판사

‘깨달음이 뭐라고’

“스님, 도대체 깨달음이 뭡니까?”

수행 좀 했다는 선승들이 답답한 마음에 스승에게 던진 이 질문에 돌아온 답은 천둥소리 같은 ‘할!’이거나, 다짜고짜 날아오는 몽둥이 찜질이었다. 옛 선사들의 일화를 전하는 이야기에서 이 물음에 자상하게 일러주는 스승을 찾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지금도 그렇다. ‘깨달음’이 뭔지 궁금하지만, 속 시원하게 알려줄 만한 선지식 찾기가 막막하다. 그런데 자칭 불교 마니아라는 서른두 살의 여성이 오늘날 일본에서 수행력과 불교적 활동력을 인정받는 여섯 스님을 찾아 “도대체 깨달음이 뭐고, 내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고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렸다.

불교계 텍스트를 중심으로 편집 및 집필활동에 주력해온 고이데 요코는 ‘부처님은 대체 누구인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으면서 불교에 흠뻑 빠졌다. 그리고 자신이 찾고자 하는 그 ‘무언가’를 만나기 위해 불교서적을 보고, 스님과 학자들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 좌선과 염불을 하면서 문득 불교 한가운데는 ‘깨달음’이란 단어로 표현되는 세계가 있다는데 생각이 머물렀다.

그리고 깨달음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할 때마다 삶에 대해 넓고 깊은 시각을 갖게 된 그녀는 인터넷 안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의 절 히간지에 글을 연재하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내로라하는 스님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모두 여섯 회에 걸쳐 ‘열려라! 깨달음이여!’를 주제로 스님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 ‘깨달음이 뭐라고’이다.

저자가 먼저 만난 후지타 잇쇼(조동종 국제센터 소장) 스님은 “깨달음이란,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라고 했고, 요코타 난레이(임제종 엔카쿠지파 관장) 스님은 “세상에 아무것도 깨달을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 깨달음”이라고 일러준다. 그리고 ‘생각 버리기 연습’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고이케 류노스케(전 쓰쿠요미지 주지) 스님도 같은 질문에 “궁극적이고 소박하게 표현하면 ‘깨달음’이란 것은 아무래도 좋다”며 무엇보다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호리사와 소몬(산젠인 문주) 스님은 “깨달음 따위는 어디에도 없더군요. 지금 모습 그대로가 부처라는 뜻입니다. 이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지가 고행”이라며 깨달음을 찾으려 헤매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런가하면 샤쿠 텟슈(뇨라이지 주지) 스님은 “나와 타인의 경계가 무너지면 고뇌 역시 사라질 거예요. 그게 바로 깨달음이며 구원일 겁니다”라고 말하고, 오미네 아키라(전 센류지 주지) 스님은 “깨달음이란 진실 된 말을 듣고, 그에 따라 인생을 살아갈 때 그 가치를 의미하는 단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여섯 스님들이 들려준 답은 각기 다르면서도 ‘깨달음이란 일상을 벗어나지 않으며 오히려 삶에 밀접한 무엇이라는 관점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스님들은 공통적으로 깨달음에 집착하지 말고, 깨달음을 좇기보다 지금의 삶에 충실할 것을 당부한다. 더불어 책은 스님들이 어떤 동기로 출가했고, 출가 후 삶은 어땠으며, 어떤 신념을 갖고 살고 있는지 등 보통의 삶과 다른 스님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엿볼 수 있다. 덕분에 긴 시간 수행하며 살아온 스님들이 삶에서 체득한 알토란같은 지혜도 얻을 수 있다. 1만68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48호 / 2020년 8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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