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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이 품은 전통, 세계유산 가치로 읽다

  • 불서
  • 입력 2020.08.03 11:19
  • 수정 2020.08.03 15:24
  • 호수 1548
  • 댓글 0

‘한국의 산사 세계의 유산’ / 주수완 지음 / 조계종출판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불국사‧석굴암, 그리고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이름만 들어도 그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사랑받는 한국의 산사들이다. 한국인이라면 한 곳 정도는 가봤을 법한 이들 사찰은 1995년과 2018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한국의 사찰이 우리들만의 유산이 아니라,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하고 후손에게 전해줘야 할 가치가 있음을 인정받은 셈이다.

이 사찰들을 미술사학자인 주수완 우석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동산분과 및 무형문화재 전문위원)가 찾아 그 속 이야기를 ‘한국의 산사 세계의 유산’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수없이 사찰을 답사하고 스님들을 만나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옮기면서도, 각 사찰들이 담고 있는 불교적이고 전통적인 의미를 세계유산의 보편적 가치로 해석하는 탁월함을 보여준다.

저자는 “불교는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에 의해 인도에서 일어나 타클라마칸 사막과 중국 대륙을 거쳐 우리에게 이르기까지 세계를 풍미했다. 그중에서 특히 대승불교는 마치 비잔틴 제국이 그리스‧로마 문화의 마지막 집합체였던 것처럼 한반도에서 긴 세월 동양사상의 압축된 형태로서 고이 간직되어 있었다”고 한국불교문화의 가치를 평가했다.

저자는 1995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해인사와 불국사‧석굴암의 경우 기록문화재의 각별한 가치와 위대한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데 방점을 두고 주목했다. 또 2018년 등재된 일곱 사찰은 불교 그 자체를 담고 있는 그릇이자 불교문화의 총체적 성격으로 보고 깊이 살폈다. 따라서 책을 통해 한국불교가 지닌 진정성, 다양성, 특수성, 보편성, 융합성, 역사성을 두루 유기적으로 이해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사천왕은 여러 사찰마다 유사한 모습이지만, 사천왕이 밟고 있는 형상들은 다양하다. 통도사는 하나만 악귀이고, 나머지는 관복을 입은 관리의 모습인데, 혹 기울어져가던 조선의 운명을 걱정하던 사람들이 당시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관리들을 비판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의 산사 세계의 유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산사를 담아냈다. 사진은 조계산 선암사 전경.

일주문을 지나 만날 수 있는 사천왕을 보면서 이러한 관점을 제시한 저자는 석탑과 대웅전을 비롯한 여러 전각 등 어느 한 곳도 이유 없이 자리한 곳이 없음을 일러준다. 산사에서는 시선을 두는 어느 곳에나 그것을 배치한 선조들의 지혜와 배려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이론과 현학적 해석을 최대한 배제하면서도 보통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 해설하며 아름다운 가람배치에 깃든 정수를 세심하게 소개한다. 덕분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산사를 보게 된다. 또한 세계의 유산으로 공유되는 한국의 산사는 건축물이 주인공이 되어 위압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곳 어느 시간이든 마주한 인간이 주인공이라는 가르침까지 얻을 수 있다.

사찰의 가람배치를 보면서 “각각의 개성이 존중되는 가운데 전체라는 질서가 유지되는 양상은 현대사회가 집단과 개인의 관계를 정의함에 있어 가장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모델일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한 저자는 책에 산사의 풍경과 일상을 담은 사진을 첨가해 독자들이 세계유산을 입체적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산사 세계의 유산’은 한국 산사가 지닌 의미를 이해하고 산사가 품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천년 넘게 전승되어온 우리의 뛰어난 전통문화의 우수성까지 느끼게 하는 길라잡이라 할 만하다. 1만7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48호 / 2020년 8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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