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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총림 범어사 금강암 회주 정만 스님

“보살이 되기 위해서는 자비심‧인욕심‧용심을 잘 간직해야”

99번을 참았어도 100번째 참지 못하면 결국 참지 못한 것
자비심은 인욕심에서 비롯되고 마음 씀에 따라서 발현돼
마음 씀씀이 그 자체가 우리를 보살로도 마구니로도 만들어

조계종 홍보국 제공
조계종 홍보국 제공

“제약막작(諸惡莫作)하고 중선봉행(衆善奉行)하라, 자정기의(自淨其意)하는 것이 시제불교(是諸佛敎)이니라.”

비바시불(毘婆尸佛)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에 이르기까지 과거칠불께서 모든 중생에게 내려주신 칠불통게(七佛通偈)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악을 짓지 말고 선을 행하라, 자기의 마음과 뜻을 맑고 깨끗히 하는 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옛 중국 선사의 일화에 보면, 도림 스님이라는 선사께서 자리매김하고 계셨을 때의 일입니다. 당송 8대가의 한 사람인 백낙천 시인이 도림 스님께서 계신 곳을 찾아가 부처님의 대의를 물었을 때, 도림 스님께서 이 칠불통게를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답을 들은 백낙천 시인은 “그 답은 세 살 어린아이도 아는 내용인데 어떻게 부처님의 큰 뜻을 그 한마디로 압축을 하십니까?”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도림 스님께서는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는 쉬운 내용이지만 실천하기는 아흔 살 먹은 노인도 힘든 일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는 오늘 범어사의 법석에서 오랜만에 여러 불자님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생전예수재와 백중 기도 7재를 맞아 들려 드릴 부처님의 가르침은 아마도 귀가 아프도록 들어오신 내용일 겁니다. 대신 그 내용을 압축해서 쉽게 전해 드릴까 합니다.

여러분께서 이 자리에 앉아있기까지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답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바로 여러분이 이 자리에 있는 것, 말하자면 여러분이 존재하고 있는 것, 살아있는 것이 가장 잘한 일입니다. 살면서 여러분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을 것입니다. 어릴 때 그리고 성장하여 결혼하고, 자녀를 두고 그 과정에서 많은 좋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그러나 여러분이 가장 잘한 것 가운데 하나는 여러분이 지금 존재해 있다는 것, 살아있다는 겁니다.

여러분이 만약 죽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모든 인연을 멸해버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귀에 담을 수도 없고 마음에 담을 수도 없습니다. 여러분이 가장 잘하고 있는 것은 현재 이 자리에 있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있다는, 불전에 성심을 다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아시는 소설가 박완서 씨가 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분이시지만 이분의 글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내 두 발로 내 호흡으로 숨을 쉬고 다니는 것 자체가 큰 복이다.” 여러분, 자신의 몸뚱이를 가치로 따져 보신 적 있으신가요?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는 몇십억씩 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몸뚱이가 얼마나 가는지 아시는 분 있으신가요? 박완서 씨 말씀에 의하면 51억입니다. 여러분이 숨 쉬고 건강하게 다니시는 것은 여러분이 51억짜리를 갖고 다니시는 것입니다. 심장을 하나 바꾸려면 5억 원이 든다고 합니다. 신장을 바꾸려면 3천만 원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렇게 각종 장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그것을 환산하면 51억이라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51억이라는 몸뚱이를 갖고 살아가는 분입니다.

심지어는 우리가 쓰러져서 구급차를 불러 산소호흡기를 쓰고 가면 1시간에 36만 원씩 받는다고 합니다. 그것을 하루로 환산하면 860만 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하루 동안 두 다리로 건강한 모습으로 다니는 것이 참으로 대단한 일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그 가치를 모르고 살아갑니다. 조금만 힘들면 짜증을 내고 고통스러워하며 스스로 비하하면서 이 비싼 몸뚱이를 갖고 다니면서도 그 가치를 모르고 학대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말씀 가운데 가장 먼저 ‘자비심’에 관한 이야기를 드릴까 합니다. 중국 송나라 당시 범문정이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이분이 젊었을 때는 백수건달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러면서 돌아다니고 있을 때, 마침 앞에 관상을 보는 분이 있었습니다. ‘저 사람에게 가서 나의 미래를 물어볼까?’ 하고 가서 묻습니다. “여보시오. 내가 관상을 보고 싶은데 한번 봐주시오.”

관상 보시는 분이 “무엇을 보고 싶소?”하고 이야기를 합니다. 범문정은 “나의 미래를 보고 싶습니다. 과연 내가 훌륭한 관료가 될 수 있는지 한번 봐주시오.” 그러나 범문정이라는 사람은 키는 작고 얼굴도 아마 잘생긴 모습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관상 보는 이가 말하길, “당신은 관료는커녕 미관말직, 가장 낮은 일도 하지 못할 상이오”라고 합니다. 그러자 범문정은 다시 묻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의사가 될 수 있을지 봐주시오.”

현대사회에서 의사는 굉장한 직업이지만, 옛 중국의 의사는 서로 하지 않으려고 하는 천한 직업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다치고 힘든 험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보아야 하고, 심지어는 약을 캐기 위해 산에 직접 가는 일도 허다했기에 의사가 된다는 것은 쉽게 선택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범문정의 말에 관상쟁이는 “아니 당신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훌륭한 관료가 되고 싶어서 미래를 물어봤는데 왜 갑자기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의사에 대한 일을 물어보십니까?” 하고 묻습니다. 그러자 범문정이 대답합니다.

“나는 이 어지러운 세상에 어렵게 사는 백성에게 훌륭한 정치를 베푸는 관료를 해볼까 했는데 당신이 나에게 관료를 못 한다, 미관말직도 힘들다고 해서 그렇다면 의사라도 되어서 육체가 아픈 사람들에게 정말 나의 힘을 다해서 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물어본 것입니다.”

그랬더니 관상쟁이가 다시 범문정을 쳐다봅니다. 가만히 보니까 그동안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 보입니다. “당신은 의사는 못 하겠네요. 그러나 훌륭한 정치가가 될 수는 있겠소.”

“아니 당신이 나에게 관료가 되지 못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정치가가 될 수 있다니, 그것은 무슨 말입니까?” 범문정이 이렇게 말하니 관상쟁이가 웃으며 답을 합니다. “사람이 관상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처음에 보는 것은 색상입니다. 생긴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색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골격의 상, 골상입니다. 그런데 제가 못 보는 것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는 것은 심상입니다. 당신은 색상이나 골상은 형편이 없지만 모든 백성의 고통을 해소하고자 하는 자비스러운 마음이 당신을 앞으로 훌륭한 정치인으로 만들 것입니다.”

그 이후 범문정은 나중에 송나라의 재상이 되어 아주 어진 정치를 베풀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비심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남을 생각하고 많은 사람을 위해 베풀려고 하는 마음입니다. 나에게 불이익이 있더라도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 하겠다는 마음, 자비심은 바로 불교가 가진 근본 사상입니다.

두 번째로는 ‘인욕’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금강경’에 부처님께서 인욕보살이셨을 당시 500생을 참는 수행만 하셨다고 합니다. 설령 자기의 살을 저미는 그러한 고통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을 원망하지 않고 참아내는 인욕보살의 수행을 하신 모습들이 ‘금강경’에 나와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참아야 할 일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많이 참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내가 얼마나 참았는데….” 그런데 참다 참다 못 참는 것은 참는 것이 아닙니다. 참다 참다 참아야 참는 것입니다.

아흔아홉 번을 참고 100번째 가서 못 참는다는 것은 결국 못 참았다는 의미입니다. 무엇보다 자비는 인욕을 먹고 삽니다. 자비는 부처님과 모든 보살님께서 우리에게 내려주신 지상과제입니다. 참아야 자비가 주어집니다. 끝까지 기다려주고 참고 또 참고 끝까지 참아야 참는 것이다, 이것이 인욕 보살의 실천입니다.

다음으로 불교에서는 ‘용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 이야기한 것은 자비심과 인내심입니다. 용심은 쓸 용(用), 마음 심(心) 자입니다. 마음을 쓴다는 것은 물론 자비심, 인내심이 모두 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여러분에게 주어진 복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심보(心寶)라고 말합니다. 마음보물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심보가 고약하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마음 씀 그 자체가 우리를 보살로 만들기도 하고 마구니로 만들기도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그저 손바닥을 뒤집는 차이에 불과합니다. “하면 보살”이고 “안 하면 마구니”가 되는 경우가 참 많이 있습니다. 이렇듯 용심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마음을 쓰는가에 따라 보살이 되기도 하고 우리가 바람직하지 못할 수 있음을 밝히는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내 생각이 어떠냐에 따라 마음의 보배가 될 수도 있고 마음에 해가 되는 박보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비심, 인욕심, 용심 이 세 가지만 잘 간수하고 살아간다면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갈 때 보살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보살이 무엇입니까?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하는 분입니다. 위로는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고 아래로는 모든 중생을 위해 이로움을 베푸는 존재입니다. 보살이 가진 가장 기본자세는 자비심입니다. 자비심은 인욕심에서 비롯됩니다. 또 인욕심을 위해서는 용심에 따라서 많은 사람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혹시 부처님의 법 아닌 표현으로 여러분의 귀에 거슬리는 말이 있었다면 이 자리에서 부처님의 증명 아래 모두 소멸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불심에 관세음보살님의 자비심이 함께해서 여러분을 밝게 하고 여러분의 가족을 밝게 하여 원하시는 모든 바가 원만 성취되기를 기원합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7월27일 금정총림 범어사(주지 경선 스님) 설법전에서 봉행된 ‘백중지장기도 및 생전예수재 7재 법회’에서 정만 스님이 설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1548호 / 2020년 8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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