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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경시·물질만능 일깨우는 계기되길”

  • 인터뷰
  • 입력 2020.08.18 14:34
  • 수정 2020.08.18 14:37
  • 호수 1549
  • 댓글 0

암각화 탁본전 여는 일감 스님

9월15~21일 서울 아라아트센터서
7천년 전 조성 암각화 60점 소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생명 경시와 물질 위주의 삶에 기인한 현재를 돌아보자는 취지로 암각화 전시회를 추진하게 됐습니다. 지금의 위기는 자연의 순리에 반해 생명을 경시하고 소비를 조장하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고대인들은 하늘과 땅 그리고 생명을 숭배하고 두려워하며 사랑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배워야 할 삶의 자세입니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 스님이 10여년 간 러시아와 몽골,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을 순례하며 탁본한 암각화 작품으로 전시회를 연다. 9월15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암각화 탁본전에는 7000여년 전 고대인들이 바위에 새긴 암각화 탁본 6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스님이 암각화와 탁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5년 전 동심원, 십자무늬, 기하문 등으로 구성된 고성 장기리 암각화 탁본 기회를 만나면서다. 이후 민족문화의 뿌리와 원천인 알타이문화의 원류를 찾아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을 순례하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만난 암각화를 탁본했다. 작게는 몇 십 센티미터에서 크게는 3~4미터에 이르기까지 직접 탁본한 암각화만 160점에 달한다.

“암각화 탁본전은 지난해 4월 알타이 유목민들의 의약품 지원을 위해 개최한 사진전 ‘알타이, 푸른 하늘을 꿈꾸며’가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몽골 타왕복드국립공원의 풍경과 암각화, 유목민의 모습을 담은 사진작품 100여점을 전시하며 암각화 탁본 2점을 함께 소개했는데, 많은 분들이 암각화 탁본전을 제안했습니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분들에게 암각화가 주는 메시지가 울림이 될 것 같아 전시회 개최를 결정했습니다.”

스님은 암각화를 ‘종교화’로 정의했다. 일감 스님은 “고대인들이 하늘과 땅과 생명을 숭배하고 두려워하며 사랑한 것은 그들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바위에 동물을 새겨 넣은 건 더 많은 동물을 잡게 해달라는 욕심이 아니다. 가죽과 고기로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준 동물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자, 좋은 곳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선한 마음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스님이 공개한 암각화 탁본에는 사슴, 말, 표범 등의 동물이 하늘로 날아가는 듯 땅에서 하늘로 향해 있고, 주둥이가 새의 부리처럼 표현돼 있기도 했다. 스님은 “암각화를 통해 고대인들은 사냥한 동물이 하늘 세상에 가기를 바라며 천도재도 지내줬음을 알 수 있다”며 “‘스키타이 사슴’이라고 불리는 몽골 타왕복드의 ‘사슴보살’ 암각화는 사람들을 위해 고기와 가죽을 내어 준 사슴이 하늘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길 기원하는 당시 사람들의 바람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일감 스님은 “모든 탁본은 해당 국가의 허가를 받아 진행했고, 인류의 문화유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작업했다”며 “고대인들이 남긴 소중한 유산을 감상하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새기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49호 / 2020년 8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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