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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인연 ➃

기자명 박희택

인과는 삼세에 걸쳐 발현된다

‘과거현재인과경’의 내용은
부처님의 전기적 인과 담겨
과거 인, 현재 과로 나타나고
현재 인은 미래 과로 드러나

인과를 설하는 대표적인 경전은 ‘과거현재인과경’이다. 이 경은 석가모니부처님이 과거세에 지은 원인과 현세에 받은 결과에 대해 제자들에게 설한 전기적(傳記的) 인과경이다. 4권으로 구성된 인과경은 과거 보광불(연등불) 재세 시에 선혜선인(善慧仙人)이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성취하기 위하여 지은 선업을 말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선혜선인은 “원수이거나 친한 사이이거나 한결같이 평등하게 대하면서, 보시로써 가난한 이들을 섭수하고, 지계로써 무너뜨림을 섭수하며, 인욕으로써 성냄을 섭수하고, 정진으로써 게으름을 섭수하며, 선정으로써 어지러운 뜻을 섭수하고, 지혜로써 어리석음을 섭수하였다”고 그 선업을 개괄하고 있다(제1권). 이 같은 선업공덕으로 보광불로부터 수기(授記)받고, 천왕과 전륜성왕을 번갈아 36차례나 한 후, 도솔천에 성선백보살(聖善白菩薩)의 이름으로 태어났다. 도솔천에서 인간이 사는 염부제(남섬부주)의 가비라국으로 내려와 백정왕의 싯다르타태자가 된 내력을 아름다운 경전문학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제1권이 마무리된다.

제2~4권은 싯다르타태자의 성장과 출가, 6년간의 수행과 보리수 아래에서의 성도, 초전법륜, 야사와 가섭 삼형제의 교화, 빈비사라왕과 사리불과 목건련의 귀의, 대가섭의 교화 등이 유려한 문장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 경전에서 붓다가 설하고자 한 요체는 경전 대미에 있는, 보광불 재세 시에 선혜선인으로서 지은 선업과 그 공덕의 인과적 의미에 관한 다음의 말씀이라 할 것이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지나간 세상에 심었던 인(因)은 한량없는 겁을 지나면서도 마침내 닳아 없어지지 않는다. 나는 옛날에 애써 부지런히 온갖 선한 일을 닦아 익히고 큰 서원을 세워서 마음에서 물러나지 아니하였던 까닭에 지금에 이르러 일체종지를 성취하였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애써 도와 행을 닦되 게으르지 말지니라.”

이와 같은 말씀에는 삼세양중인과(三世兩重因果)의 관점이 드러나 있다. 과거의 인(因)이 현재의 과(果)로 나타나고, 현재 인이 미래의 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과거-현재-미래 삼세에 걸쳐서 인과응보의 이치가 무한히 계속되는 이치를 말한다. 그렇기에 전세에 지은 인을 알고자 하면 금세에 받고 있는 과를 보면 되고, 내세에 받을 과를 알고자 하면 금세에 짓는 인을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과가 삼세에 걸쳐서 발현[業感]됨에 있어서 감과(感果)의 시차는 있을 수 있다. ‘법구경’ 악행품에도 “악이 아직 무르익기 전에는 악한 사람도 복을 받지만, 악이 무르익게 되면 스스로 혹독한 죄를 받는다. 선이 아직 무르익기 전에는 착한 사람도 화(禍)를 당하지만, 선이 무르익게 되면 반드시 복을 받는다”고 설하고 있다.

이를 이론적으로 순현업(順現業, 지은 인의 과를 현생에 받음)과 순차업(順次業, 지은 인의 과를 다음생에 받음)과 순후업(順後業, 지은 인의 과를 제3생 이후에 받음) 등의 삼시업(三時業)으로 설명하게 된다. 삼시업은 과를 받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고 하여 정업(定業)이라 하는데, 그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부정업(不定業)도 상정할 수 있다. 부정업은 순부정업(順不定業)이 되는 것이다. 삼시업에 순부정업을 아울러 사업(四業)이라 칭한다. 어떻든 인에 따른 과를 반드시 받게 된다는 것이 붓다의 가르침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수많은 현상[果]의 원인[因]을 케이스별로 실감나게 일러주는 경전으로는 ‘업보차별경’과 ‘자비도량참법’이 있다. 전자는 ‘죄복보응경’의 이본으로 볼 수도 있는 경이며, 후자는 천하의 호불군주 양무제가 죽은 황후를 위하여 지공선사 등 고승들에게 명하여 전10권으로 편집한 것으로 제3~6권 현과보편(顯果報篇)에는 인과의 사례가 절실하게 설해져 있다.

이외에 대장경에 입장(入藏)되어 있진 않으나 세간에서 널리 회자되는 ‘불설삼세인과경’ 역시 선악응보의 이치를 간곡하게 표현한 것으로 위경(僞經) 여부를 넘어서 있다. 한 구절을 독송해보자. “금생에 즐거움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무슨 까닭인가? 전생에 꽃을 잘 가꾸고 자연을 사랑한 공덕이니라.”

박희택 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yebak26@naver.com

 

[1550호 / 2020년 8월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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