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해외로 나가지 않게 우리 손으로 지켜야죠”
“문화재, 해외로 나가지 않게 우리 손으로 지켜야죠”
  • 정주연 기자
  • 승인 2020.10.16 14:05
  • 호수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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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문화재 지킴이'로 통하는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이 중명전 앞에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중명전(重明殿, 사적 제124호)'은 1904년 덕수궁 화재 이후 황제의 거처로 사용됐던 공간이며 1905년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된 역사가 있는 장소다. 1976년 민간에 매각됐던 중명전을 2006년 문화재청이 인수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2010년 문화재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전시' '안내해설' 등을 운영하며 역사 보전에 힘쓰고 있다. 
'문화재 지킴이'로 통하는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이 중명전 앞에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중명전(重明殿, 사적 제124호)'은 1904년 덕수궁 화재 이후 황제의 거처로 사용됐던 공간이며 1905년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된 역사가 있는 장소다. 1976년 민간에 매각됐던 중명전을 2006년 문화재청이 인수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2010년 문화재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전시' '안내해설' 등을 운영하며 역사 보전에 힘쓰고 있다. 

“고향이 아닌 이국 땅에 놓여있는 문화재를 보면 가슴이 아프죠. 해외로 반출되면 찾아오기가 어려워요. 20여년 전 ‘초조대장경’이 경매에 나왔을 때도 인수비용이 없어 이곳저곳에서 돈을 빌렸어요. 남의 손에 가고나면 그땐 더 이상 돈 문제가 아니잖아요.”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문화재 지킴이'로 통한다. 2006년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김 이사장은 문화유산국민신탁을 설립해 해외로 반출될 수도 있는 국내 문화재들을 지켜오고 있다. 또 보전가치가 있으나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문화유산들을 발굴하고 매입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외에도 시민운동·교육·홍보 등으로 문화유산에 대한 자발적인 국민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2007년 설립된 문화유산국민신탁은 2010년 김종규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새롭게 도약했다. 그는 ‘문화유산 우리 손으로 지키기’ 운동을 추진하면서 2012년에 워싱턴 DC에 위치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을 100여년 만에 매입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이외에도 재개발로 무너질 뻔한 ‘동래정씨 문중의 종택과 농지’ ‘이상의 집’ ‘향토사학자 윤경렬 선생의 경주 옛집’ 등을 매입하며 문화유산 보전에 힘쓰고 있다. 300여명에 머물던 회원수는 1만5000명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사단법인 4월회가 주최하는 ‘4·19문화상’을 받기도 했다.

김 이사장의 문화재 지킴이 활동은 동국대 경제학과를 졸업 후, 친형 김봉규 회장이 창립한 삼성출판사에 입사하면서 비롯됐다. 그는 1964년부터 10년간 부산지사장을 지내며 틈나는대로 헌책방을 누볐다. 친형은 “애써서 새책 팔아 헌책을 사냐”고 나무랐지만, 그는 “고서를 모아 박물관을 만들어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의 발원은 1990년 삼성출판박물관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초로 세워진 출판·인쇄 박물관이다. 당시 그는 문화재 경매에 참여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문화재 소유자들을 상대로 문화재를 매입해 박물관에 보존되도록 힘써왔다. 삼성출판박물관에는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13’(국보 제265호) ‘월인석보 권22·23’(보물 제745-7·745-8호) ‘남명천화상송증도가'(보물 제758-1호) ‘금강반야바라밀경'(보물 제877호) ‘불과환오선사벽암록’(보물 제1093호) 등 국보급 전적을 비롯, 희귀 양장본까지 40여만점이 소장돼 있다.

김 이사장은 그간의 여정에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때마다 정신적 버팀목이 됐던 효당 스님(嚆堂, 1904~1979)을 떠올렸습니다. 효당 스님은 제게 ‘세상에 왔거든 무엇이든 하나는 제대로 남겨놓고 가라'는 말을 자주 하셨어요. 효당 스님 말씀은 박물관 운영이 힘들었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틴 원천이 됐습니다.”

그런 그는 불교문화재에도 남다른 애정을 가졌다. “고려 고종26년 ‘남명천화상송증도가(보물 제758-1호)’는 독일 ‘구텐베르크성서’보다 적어도 200년 이상 앞서 간행됐어요. 다른 나라보다 훨씬 이전에 우리 나라는 금속활자 인쇄술이 발달돼 있었음을 실물로 보여주는 세계적인 보물이죠. 또 세계 최고(最古)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 있는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부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어요?”

한편 김 이사장은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서울세계박물관대회 공동조직위원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용산국립중앙박물관 개관준비위원장, 국립박물관 문화재단 이사장,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분과회장, 광화문포럼 회장 등을 역임하며 문화유산 수집과 연구활용 등을 위해 앞장서왔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57호 / 2020년 10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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