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장애 편견 깬 아름다운 청년이 일상생활과 자기 내면 바라본 이야기
뇌병변장애 편견 깬 아름다운 청년이 일상생활과 자기 내면 바라본 이야기
  • 심정섭 전문위원
  • 승인 2020.10.19 14:18
  • 호수 155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에는 답이 없어 좋다’ / 김영관 지음 / 도반
‘시에는 답이 없어 좋다’

“뛰어보라고 뛰어다니라고/ 다들 너 나이 때는 그런다고/ 글쎄요/ 다들 그런다고 그것이 맞는 거라고/ 말 좀 빠르게 말하라고 다들 답답해한다고/ 글쎄요/ 내가 말을 빨리하면 알아들을 자신 있으신지요/ 걷는 자세가 왜 이렇게 구부정하냐고 불량해 보인다고/ 글쎄요/ 그 사람들 세상을 보는 눈이/ 그렇게 보라고 시킨 머리가/ 탁한 건 아닌지…”

사람의 생각에 따라, 혹은 마음의 깊이에 따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또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다 다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세상 사람들은 마치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답이 정해져 있다는 식으로 자신들의 기준을 제시하고 거기에 미치지 못하면 모자라고 문제 있는 사람 취급한다. 뇌병변장애를 앓게 된 이 청년도 그랬다.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는 평탄(?)했다. 세상 사람들의 기준에서 볼 때 유년시절과 청소년시절을 평범하게 보냈고, 대학에 진학하며 요리사의 꿈도 키웠다. 그런데 군 생활 중 뜻하지 않은 큰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뇌병변장애가 생겼다. 말을 하는 것이 어눌해졌고, 걷는 것도 편하지 않게 되면서 그 전에는 없었던 세상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느끼게 됐다. 그러면서 스스로 조금씩 움츠러들고 세상과도 점차 담을 쌓게 됐다.  

그러나 이내 그 병을 이해해주는 친구들이 생겼고 자신을 이해하고 발맞춰 걸어 줄 사람들이 있어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칼을 들고 식재료를 다듬으며 요리하는 요리사를 꿈꾸던 청년은 느리지만 이제 펜을 들어 메모를 하고 키보드를 치며 글자라는 재료를 하나하나 잘 깎고 다듬어 하얀 종이에 나열해가고 있다. 아직 배워야 할 것도, 경험해봐야 할 것도 많지만 서두르지 않고 조금 느리더라도 천천히 하나씩 이뤄가겠다는 원도 세웠다. 뇌병변장애를 가진 시인 김영관이다.

‘시에는 답이 없어 좋다’는 그 청년 김영관이 마음에서 꺼낸 이야기를 벼리고 다듬어낸 시 50여편을 담았다. “시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해서 좋다”는 시인의 시들은 일상생활 중에서 부딪치는 여러 풍경과 일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자신을 순간순간 놓치지 않고 적어간 글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부드러운 시, 세상에 화가 나서 거칠게 나온 시, 토닥토닥 자신을 위로하는 시 등 여러 느낌으로 다가오는 시들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고착화된 편견을 깨고 좁아진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57호 / 2020년 10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영관 2020-10-20 03:37:58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