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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수행 문성미(정행신, 54)  - 상

기자명 법보

100일 기도 익숙해지려 시작
어느덧 광명진언과 하나 돼
욕심 없는 소중함, 행복의 길

정행신, 54

지금부터 6~7년 전 즈음 큰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다. 부산 해운대 대광명사에 다니고 있던 나는 마침 수능시험 100일 기도 입재 법회에 동참한 것이 계기가 되어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과 같이 수능기도에 동참한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극락보전에 모여 스님의 집전 하에 매일 ‘나를 깨우는 108배’와 츰부다라니 108독 기도를 했다. 이 기도가 나에게는 다음 해에 고3 수험생이 되는 큰아이를 위한 기도였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신이 좀 더 기도에 익숙해질 수 있는가, 이 생각으로 동참을 이어갔다. 그래서 어쩌면 100일 기도를 간절하게 마음을 모으는 시기로 삼기보다는 절과 기도에 편안해지는 기회로 여겼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막상 내가 당사자가 되고보니 마음이 달려졌다. 큰아이가 고3이 되면서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듯 사시 예불에 동참하려고 노력했다. 나름 주어진 곳에서 맡은 소임과 봉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내가 수험생이 된 심정이었다. 수능 100일 기도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수시 접수를 할 때는 마음이 초조해지고 걱정도 되면서 내가 지금 하는 이 기도가 바른 기도인지 의문이 들기까지 했다. 그래도 같이 기도할 수 있는 수험생 어머니들이 있어 그나마 서로 의지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 되었다. 그래도 수능 시간이 가까워질 때는,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왠지 신경이 쓰이고 불안한 마음은 도무지 어쩔 수 없었다. 

마치 그런 수험생 어머니들의 마음을 대광명사 주지 목종 스님께서는 그대로 들여다보셨던 것 같다. 스님께서는 수험생 엄마들에게 격려와 위로의 법문을 해 주셨다. 그 법문 속에는 “어머니가 좋은 에너지로 간절하게 기도를 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에게 그 에너지가 전달된다”는 말씀이 담겨 있었다. 이 말씀을 듣고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진실한 마음으로, 욕심내지 않고, 오직 아이의 입장에서 기도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통하여 평안해지는 걸 느끼게 되었다. 서로가 원하는 쪽으로 마음이 모인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진로를 정하지 못했던 큰아이가 진로를 결정하게 되어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고마울 뿐이다. 

그렇게 시작한 100일 기도가 인연이 되어 그 이후에도 사시 예불은 꼭 참석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리고 예불 때마다 스님께서 축원해 주실 때는 마음을 가다듬어 ‘광명진언’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름 꾸준히 기도를 이어온 덕분인지 둘째, 셋째 아이가 수능시험을 치를 때에는 큰아이 때와는 조금 다르게 기도 자체가 자연스럽게 생활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두 아이 역시 큰 무리 없이 원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사할 뿐이다. 

특별히 어떤 방법을 정해서 기도를 하는 형식은 아니었다. 그저 항상 마음으로 ‘광명진언’을 반복하는 것을 꾸준히 이어갔다. 길을 걸을 때도, 잠시 시간이 날 때도, 늘 광명진언을 새겼다. 아침에 일어날 때, 잠들기 전에도 광명진언을 반복했다. 불안하거나 다급한 일이 있을 때 광명진언을 외우면 곧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기에 어느덧 광명진언과 나의 일상은 하나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아이들이 한 명 한 명 대학입시 준비를 할 때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 하지만 어머니들이 그 시간을 지혜롭게 잘 보내는 일이 무척 중요한 것 같다. 다시 수능을 앞두고 수험생 자녀를 둔 많은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기도를 이어가는 시기다. 이맘때가 되면 나도 덩달아 같이 기도하며 조금이라도 더 정성을 보태드리고 싶다.

부처님 법을 모르고 지냈을 때는 경제적으로 부유하면 그것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삶은 참 쉬운 것이고 가치가 없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부를 행복의 척도로 삼으며 좇기만 했던 삶이 부끄럽다. 지금은 그저 욕심 없이 있는 그대로 매일 매일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1557호 / 2020년 10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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