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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중흥과 쇠퇴 중대 기로에 섰다”

  • 교계
  • 입력 2020.10.23 20:44
  • 수정 2020.10.23 22:56
  • 호수 1558
  • 댓글 6

만행결사 자비순례 대중공사
10월23일 소노문 양평리조트
종단 중진스님들 기조 발제
구체적 자료 제시·대안 모색

탈종교화에 따른 종교인구 감소와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신행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종교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출가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사찰마다 젊은 불자들의 유입 감소와 고령불자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한국불교의 미래 또한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중흥과 쇠퇴’의 중대 기로에 선 한국불교의 현재 모습을 진단하고, 조계종 미래를 위해 무엇을 변화시키고 준비해야 할지를 모색하는 대중공사가 개최됐다.

조계종 중앙종회와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단은 10월23일 소노문 양평리조트에서 ‘한국불교 어디를 걷고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를 주제로 17대 중앙종회의원 연수 및 만행결사 2차 대중공사를 진행했다. 대중공사는 교육·포교·재정과 관련한 종단의 현황을 살펴보고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새로운 포교전략과 수행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을 발원하며 10월7일 대구 동화사에서 서울 봉은사까지 500km 국토순례에 나선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단이 그동안 체험하고 느낀 불교미래에 대한 고민들을 함께 나누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날 대중공사에서는 종단 현안과 관련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조계종 교육원장 진우, 백년대계본부장 정념(월정사 주지), 해인사 주지 현응, 화엄사 주지 덕문, 총무원 총무부장 금곡 스님이 발제자로 나섰다. 5명 스님들은 종단 내부에서 차기 총무원장 후보들로 꼽히는 종단의 중진스님들이다. 이들 스님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은 향후 종단변화의 밑그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총무원 총무부장 금곡 스님

첫 발제에 나선 총무원 총무부장 금곡 스님은 지난 10여년간 중창불사한 흥천사 사례를 언급하면서 “사찰재정 문제는 신도들의 신심과 원력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스님에 따르면 흥천사는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사찰, 신도와 지역주민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사찰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젊은 부부들의 육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집을 개원했고, 지역 어르신들을 모시는 경로잔치,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사업 등 나눔과 봉사를 실천했다. 그 결과 신도가 없이 황폐하게 방치됐던 흥천사는 이제 도심대표사찰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스님은 “사찰재정은 신도들의 신행활동을 근간으로 형성되는 재화”라며 “어떻게 사찰이 신도들에게 감동을 주고, 공감을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 “이제 승려사회도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만큼 승려노후복지 문제도 현실화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구본사별 부분 재정통합 또는 부분 재정공유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구 내 지역별 승려주거복지 거점사찰을 지정하고, 거점사찰에는 부분재정통합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주거복지시설을 위한 재정적인 지원을 하자는 취지다.

백년대계본부장 정념 스님
백년대계본부장 정념 스님

백년대계본부장 정념 스님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문화 등 우리가 기존에 누려왔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비대면 문화 속에서 과연 어떻게 생존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절박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스님에 따르면 지금은 전환의 시기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예측하는 정책이 수립되고 있다. 불교계도 이에 대한 유무형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우리가 가진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스님은 “지금 불교계에 요구되는 것은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불교미래를 위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라며 “교학체계를 정립하고 디지털시대 수행, 명상, 힐링 문화를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출가자를 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원장 진우 스님
교육원장 진우 스님

교육원장 진우 스님은 출가자 감소와 신도수 감소문제 해결 방안으로 ‘재정공영화’를 제안했다. 재정공영화는 종단 전체 사찰의 수입을 한 곳으로 모아 사찰 규모에 따라 운영비를 재분배하고 모든 출가자들에게 일정한 보시를 차등지급하는 방식이다. 스님에 따르면 이럴 경우 일선 사찰 소임자들은 재정 걱정에서 해방돼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고, 사찰발전과 포교의 극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스님들이 개인토굴 마련에 전념하는 폐해도 사라질 것이고 수행문화도 크게 개선될 수 있다. 특히 재정공영화를 통해 종단 재정건전성이 확보된다면 스님들의 복지가 완연하게 개선돼 젊은 출가자가 증가할 것이고, 불교의 사회적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스님의 판단이다. 진우 스님은 “백년대계본부, 불교사회연구소, 불학연구소, 포교연구소 등을 모두 통합한 미래연구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이날 현실적인 문제보다는 종단이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의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스님은 “향후 종단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의제 가운데 하나가 중앙종단과 교구본사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라며 “이제 종단은 교구와 중앙의 역할과 범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님에 따르면 조계종은 1962년 통합종단이 출범한 이후 1994년 이전까지 단일승가공동체를 유지했다. 교구본사의 범주에 관계없이 전국의 사찰에서 수행하거나 소임을 살았으며 주지인사권도 총무원에서 행사했다. 그러나 1994년 이후부터 조계종은 교구본사별로 주지인사권과 자율권을 부여하면서 단일승가공동체 개념이 옅어졌다. 교구본사별 재적승들의 왕래가 없어지고 교구별로 승가복지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중앙종단의 역할은 어디까지이며, 교구본사의 독자성과 자율권은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사찰과 종단을 규제하고 있는 국가법령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생명윤리, 생태환경 및 기후변화, 현대산업문명,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문제 등 현대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해 불교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불교교리연구원’의 설립 등도 제안했다.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코로나19 등 급변하는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종단차원의 근본적인 성찰과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변동은 단기적 변화가 아니라 시대적 변화를 가져올 큰 전환으로서 다시 예전의 생활패턴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안이한 자세는 조직 전체적으로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라는 문명사적 급변상황에 대응하는 것은 결국 ‘오래된 미래’인 부처님 당시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현대화하는 작업에서 비롯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 “오래된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종단 안팎으로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많은 논의와 전략이 제안됐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논의와 검토만 반복될 뿐 실천된 사업이 많지 않다. 문제는 대안이 아니라 실천과 반성, 재실천의 끊임없는 구도의 자세가 중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스님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불교는 사부대중공동체를 통해 스스로 미래를 위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중앙종무기관 차원의 코로나19 통합대응 매뉴얼 제시 △총무원을 행정원으로, 교육원·포교원을 하나로 묶어 전법원으로, 여기에 수행원 신설하는 등의 중앙종무기관 전면적 조직개편 △종책연구기관 통합 △종단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조직의 네트워크화 △불교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동국대 학제 개편 △전통불교문화의 진흥을 위한 데스크 설치 등을 제안했다.

이에 앞서 중앙종회의장 범해 스님도 인사말에서 한국불교가 처한 위기상황과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스님은 “우리 모두는 이미 출가자 및 신도의 감소, 고령화, 재정의 악화 등을 체감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해결해나갈 종단적인 지혜와 실천은 미약한 것이 현실”이라며 “바로 우리는 한국불교의 위기라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뭇 생명의 안락과 이익을 위해 길을 떠나자’는 부처님의 전도선언을 인용한 스님은 “불교의 존재 이유는 중생의 고통을 해결하고 깨달음의 길로 함께 걸어가는 데 있다”며 “현재의 한국불교 교단과 구성원들이 이 시대 대중의 삶과 고뇌, 행복과 평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지에 대해 엄중하게 고민하고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스님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불교는 더 이상 새롭지도 않고 감동도 주지 못하는 종교가 되기 시작했다. 불교가 대중의 고통스런 현장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불교 위기의 핵심이다. 그렇기에 지난겨울 위례 상월선원 천막결사 무문관 정진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중대한 변화의 움직임이며, 천막결사 정신이 다시 만행결사 자비결사로 이어진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라는 것이다.

자비순례 결사에 동참하고 있는 범해 스님은 “우리 모두는 길을 걷는 도반으로 한국불교의 중흥을 위한 정진에 분별없이 동참해야 한다”며 “뼈를 깎는 고통이 있더라도 근본적인 변화와 올곧은 실천에 전 사부대중이 동참해야 할 때”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범해 스님의 인사말에 이어 조계종 기획실장 삼혜, 교육부장 서봉, 포교부장 정인 스님은 종단의 재정, 출가현황, 신도수 감소 등에 대한 현안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날 대중공사는 ‘중흥과 쇠퇴’의 기로에 선 조계종의 현재를 진단하고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대안을 찾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런 만큼 이날 대중공사에는 조계종 원로의원 자광·원행 스님을 비롯해 호계원장 무상 스님 등 종단 중진스님과 재가불자들이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양평=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58호 / 2020년 10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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