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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와 전법의 삶 이어왔던 선지식의 고구정녕한 당부

  • 교계
  • 입력 2020.11.02 14:38
  • 호수 1559
  • 댓글 1

‘나무 대방광불화엄경 입부사의 해탈경계 보현행원품과 불교 5대 수행’ / 불심도문 스님 / 장수 죽림정사 / 비매품

‘보현행원품’ ‘불교 5대 수행’ ‘수도 표본 교화 지침서’ 수록
스님·불자들 모두 성불에 이르고 국운 창성해지는 길 제시
법륜 스님 “정토회 만들고 새 불교운동 나침반 된 책” 찬사

도문 스님은 자비심에 기초한 중생구제의 서원과 실천을 대표하는 보현보살 십대원은 모든 불자들이 따라야할 성언이라고 역설한다. 이는 부처님의 정법을 이은 용성 스님과 그의 상좌인 동헌 스님, 손상좌인 도문 스님이 평생 실천하고자 했던 서원이기도 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책을 쓰지 않고 법상에 올라 법문도 하지 않겠습니다.”

최근 전북 장수 죽림정사에서는 ‘용성진종조사 오도 134주년 봉찬대재’와 불심도문 스님이 펴낸 ‘나무 대방광불화엄경 입부사의 해탈경계 보현행원품과 불교 5대 수행’ 합본 봉정식이 열렸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거리를 두고 앉은 참석자들이 도문 스님에게 법을 청했고, 법상에 오른 스님은 대중 앞에서 선언했다.

이 같은 공개선언은 도문 스님이기에 파격적인 의미를 가졌다. 올해 세수 86세인 도문 스님은 1946년 8월, 12살에 출가해 일평생 용성 스님의 ‘유훈 10사목’ 실현을 위한 불사와 전법의 삶을 이어왔다. 가야, 고구려, 백제, 신라불교 초전법륜성지 성역화를 위해 일일이 부지를 매입해 각각 전래지에 사찰을 복원하거나 성지화했다. 가야불교 초전법륜성지인 경남 창원 봉림산 봉림사 봉림선당지,  백제불교 초전법륜성지인 서울 서초구 우면산 대성사, 신라불교 초전법륜성지이고 용성 진종 조사 오도성지인 경북 구미(선산) 도개면 아도모례원이 그것이다. 부처님 탄생성지인 네팔 룸비니에 대규모 한국 전통사찰 양식의 대성석가사 건립을 비롯해 붓다가야, 녹야원 등지에도 성지를 가꾸는 불사를 지속해왔다. 또 장수군 장안산 아래 위치한 용성 진종조사 탄생성지 성역화를 발원하고 불사에 착수해 용성 스님 생가, 승방, 요사, 용성교육관, 용성기념관 등을 차례차례 지어 2007년 죽림정사 낙성식에 이르렀다.

도문 스님은 전법에도 큰 뜻을 두어 경이로운 성과를 이뤘다. 불경과 조사어록을 100만권 넘게 발간 유포 무주상 보시를 하였으며, 1961년부터 이제에 이르도록 수계법회를 통하여 성불 인연을 맺어준 불자가 무려 11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 모든 것이 장대한 원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대작 불사였고 전법이었다.

일생 동안 부처님 가르침을 펼쳐왔던 스님이 갑작스레 절필과 법문을 않겠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이제 개인적인 수행에 매진하겠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 이번에 발간한 ‘나무 대방광불화엄경 입부사의 해탈경계 보현행원품과 불교 5대 수행’에 스님이 그동안 지향하며 살아왔던 불교의 기본 사상과 실천수행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스님의 상좌인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이 발문에서 “제가 고등학생 초발심 때부터 공부한 내용이고, 정토회를 만들고 새로운 불교운동을 시작할 때 나침반이 되어준 책”으로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무 대방광불화엄경 입부사의 해탈경계 보현행원품과 불교 5대 수행’

스님은 이 책의 집필을 위해 낮 시간은 물론 숱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몸이 극도로 쇠약해지고 아플 때에도 치료를 받으며 꾸준히 초고를 써 내려갔다. 금생에 ‘보현행원품’과 불교 5대 수행 합본 불타 경전 조사 어록을 발간·유포하는 게 마지막 불사라 여겼다. 도문 스님이 펼쳐온 숭고한 뜻을 잘 아는 스님과 불자들이 이 사업을 돕기 위해 나섰다. 

평택 명법사 회주 화정 스님, 법륜 스님과 정토수련원장 유수 스님,  인천 법명사 회주 선일 스님, 인천 수미정사 주지 종연 스님, 통영 용봉사 주지 환희 스님, 무주 향산사 주지 성본 스님, 화성 신흥사 주지 선관 스님과 용성진종조사 유훈실천후원회 회원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들은 십시일반 정재를 모으고 책 발간과 유포 계획을 세웠다. 집필 과정에서 스님이 원고를 쓰기 어려울 때면 직접 구술을 받아 적고 글로 옮긴 용성진종조사 유훈실현후원회 묘법 수승행 한명옥 회장의 역할도 책의 완성에 크게 기여했다.

도문 스님의 원력이 녹아있는 이 책은 ‘나무 대방광불화엄경 입부사의 해탈경계 보현행원품’ 번역과 ‘불교 5대 수행’. 부록으로 ‘수도의 표본 교화의 지침서’로 구성돼 있다. 먼저 ‘화엄경’ 중에서 대단히 중시됐던 ‘보현행원품’에는 보현보살이 세운 열 가지 원행이 나온다. 모든 중생이 다 구제되는 그날까지 게으르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모든 부처님께 예경하는 것, 모든 부처님을 칭송 찬탄하는 것, 모든 부처님께 널리 공양하는 것, 업장을 참회하고 제거하는 것, 남이 지은 공덕을 함께 기뻐하는 것,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는 것,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머무르기를 청하는 것, 항상 부처님을 따라 배우는 것, 모든 중생의 근기 따라 순응하고 베풀어주는 것, 자신의 공덕을 중생에게 회향하는 것이다.

도문 스님은 자비심에 기초한 중생구제의 서원과 실천을 대표하는 보현보살 10종대원은 모든 불자들이 따라야할 성언이라고 역설한다. 이는 부처님의 정법을 이은 용성 스님과 그의 상좌인 동헌 스님, 손상좌인 도문 스님이 평생 실천하고자 했던 서원이기도 했다. 도문 스님은 ‘보현행원품’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독송할 수 있도록 우리말로 번역해 앞부분에 수록했다.

‘불교 5대 수행’은 불사, 간경, 주력, 참선, 염불의 5가지 수행법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의미를 담았다. 도문 스님은 5대 수행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불사수행 복덕구족 연기이치 성불인연(佛事修行 福德具足 緣起理致 成佛因緣)/ 간경수행 혜안통투 불도노선 기초확립(看經修行 慧眼通透 佛道路線 基礎確立)/ 주력수행 업장소멸 지혜현명 환지본처(呪力修行 業障消滅 智慧賢明 還至本處)/ 참선수행 의단독로 확연대오 보호임지(參禪修行 疑團獨露 廓然大悟 保護任持)/ 염불수행 삼매현전 왕생정토 행보살도(念佛修行 三昧現前 往生淨土 行菩薩道).’

요컨대 5대 수행 중 불사는 복덕을 구족하여 성불인연을 짓는 것, 간경은 지혜의 눈이 열리고 불도를 닦기 위한 기초를 확립하는 것, 주력은 업장을 소멸하고 본성을 철견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 참선은 의단이 깊어져 마침내 번뇌가 일시에 사라지는 깨달음을 이루는 것, 염불은 삼매가 뚜렷이 드러나게 하고 정토에 왕생하며 보살도를 행한다는 것이다.

도문 스님은 출가자와 재가불자들이 이 5가지 수행을 소홀히 했기에 한국불교의 위기가 찾아왔고, 향후 실천 여부에 따라 개인의 행복은 물론 한국불교의 중흥이 달렸다고 말한다. 특히 도문 스님은 대승불교에는 아주 기초적인 것에서부터 고도의 수행법을 다 갖추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는 불교계 풍토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불사, 간경, 주력, 참선, 염불은 유기적인 관계이면서도 그 각각이 지혜를 밝히고 성불로 이어지는 수승한 수행들입니다. 그런데 요즘 남방에 가서 수행을 배운 뒤 그것을 최고인 양 여기고 우리 것은 하찮게 여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학, 대학원까지 졸업한 사람이 뜬금없이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그것이 최고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동아시아 수행전통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정작 그 전통에 무지한 자신이 가장 문제입니다.”

‘수도의 표본 교화의 지침서’ 부분도 도문 스님이 법문을 통해 늘 강조했던 내용 들이다. 여기에는 3법인, 4성제, 8정도, 12연기, 4무량심, 4섭법 등 불교의 근간이 되는 교리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불자들이 일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일러주고 있다.

일평생을 곳곳에 도량을 일구고 부처님 가르침을 전했던 도문 스님. 그 선지식이 대중에게 전하고자 하는 불교의 핵심이 이 책에 담겼다. 생경한 문투들도 적지 않지만 되새김 질 하듯 천천히 읽다보면 그마저도 고구정녕하고 예스럽게 다가온다.

도문 스님이 이 책에서 확신을 갖고 강조하는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갑진년 서기 2024년  음력 5월8일 용성진종 조사 탄생 제 160회의 날에 오등정국인 대한민국 800년 대운의 문호를 고정 확정 짓고 그 이듬해인 을사년 서기 2025년 음력 5월8일 용성 스님 탄생 161회의 날부터 대한민국 800년 대운이 열리는 원년이 되는 해”라는 것이다. 그 대운을 전 국민이 받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데 부처님의 가르침과 조사의 어록이 담긴 이 책을 받아 지녀 독송하고 받들어 행하는 것이 그중의 하나다. 이는 곧 능히 악업을 그치고 능히 선업을 닦는 바탕 위에 불교 5대 수행을 실천하고 그 공덕으로써 부지런히 불도를 닦아나가고,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대승불교의 이념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한평생 불법을 위해 일로매진해왔던 큰스님의 뜻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한민국 800년 대운이 들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에 평화가 정착된다면 참으로 감격스러운 일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제 법문과 집필을 접고 수행에만 전념하겠다는 도문 스님에게 여쭸다. 출가 이후 75년을 불사, 간경, 주력, 참선, 염불의 5대 수행을 지속해왔는데 더 닦을 게 남아 있으신지를….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다.

“허어, 수십 년 동안 밥 먹었으니까 오늘 밥 안 먹고 내일 밥 안 먹을 겁니까. 부처님께 예경하는 것이나 수행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한결같이 해야지요. 그게 수행자입니다.”

장수=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559호 / 2020년 11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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