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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주인공의 삶을 살자

기자명 법장 스님

세상의 주인공은 나…나로 인해 세상이 바뀐다

이번 생에 깨달음 얻기 위해선
순간의 헛된 시간도 용납 안돼
무의미하게 시간 허비하는 것
율장에선 죄가 된다고 가르쳐

불교는 수행과 실천의 종교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불교는 기도를 하거나 좌선하는 모습의 이미지가 강하다. 산사에서 정적으로 가만히 앉아있는 수행자, 우리에게 비춰지는 불교의 대표적인 모습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모습이 불교인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정적이라는 것, 가만히 앉아서 명상에 들어있는 모습의 실제 내면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불교 수행을 대표하는 표현으로 ‘깨어있음’이 있다. 부처님을 붓다(Buddha)라고 하는데 이 또한 ‘깨친 자, 눈뜬 자’라는 의미이다. 즉, 불교는 정적인 겉모습 속에 무엇보다 동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마음의 작용이 있다. 자신의 하루 중에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끊임없이 알아차리는 깨어있는 상태로 있는 것이 바로 불교 수행이다. 그것이 불교의 ‘좌선’ 수행이다. 

최근에는 여러 명상법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리명상, 걷기명상, 싱잉볼명상 등 수많은 명상법들이 만들어지고 소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좌선수행도 어느 샌가 명상과 같은 부류로 분류되어 사람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좌선과 명상은 분명 상당히 유사한 수행법이다. 가만히 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자신을 바라보는 좌선과 명상은 겉모습만으로는 마치 똑같은 수행인 듯한 느낌까지 준다. 그러나 그 수행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에서 좌선은 세간적인 명상과 차원을 달리 한다. 가만히 앉아는 있으나 쉼 없이 자신의 호흡을 확인하고, 자신의 감정상태와 매 순간의 자기자신을 끊임없이 바라본다. 그리고 그것들과 동화된 일체의 상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분명 좌선은 명상과 그 결을 달리한다. 오히려 명상보다 훨씬 마음(정신상태)을 극한으로 사용하고 그를 통해 자신을 쉴 새 없이 확인해야 하기에 다른 차원으로 매우 동적인 수행인 것이다. 이러한 점은 불교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의 시간도 이번 생애 속에서 매우 짧다고 하여 한 순간의 헛된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서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어떤 목적도 없이 하루를 낭비하는 것은 불교에서 수행도 가르침도 전혀 아닌 것이다.

‘범망경’ 제33경계 ‘허작무의계(虛作無義戒)’는 불교적 삶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 계에서는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들, 즉 자신의 발전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에 붙들려 지내며 헛되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죄가 된다고까지 한다. 다소 심한 느낌이 들 수도 있으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의 힘으로 변화시키고 그 주인공으로 살아갈 것을 가르치는 불교에서 이보다 확고한 계율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하루하루의 소중한 시간을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며 자신의 발전과는 무관하게 사람들에 의해 끌려 다니거나 그저 유행에 휩쓸려 살아간다면 그러한 인생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허작무의계’에서는 자신의 시간만을 허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어려움을 스스로 노력이나 수행으로 극복하려 하지 않고 허망한 것들, 예를 들어 주술이나 신비한 힘을 믿고 의지하는 것도 올바른 것이 아니라고 한다. 불교는 마음을 수행하는 종교이다. 마음을 수행한다는 것은 철저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스스로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가는 것이다. 이런 불교에서 주술 등을 따르고 그 신비한 힘이 마치 자신을 고쳐주거나 길흉을 바꿔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이미 불교적이라고 할 수 없다.

문을 걸어 잠그고 좌선수행을 하거나, 수천수만 번의 절을 반복하거나 수백 킬로를 걸으며 수행을 하는 것은 그 고된 수행 속에서 참된 자신을 발견하고 그 자신의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를 바꿔나가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힘을 자신만의 것이 아닌 모두에게 회향하여 보다 큰 선한 힘으로 만들어 세상을 올바르게 바꿔가는 것이다.  세상의 주인공은 바로 나이고, 나로 인해 이 세상이 바뀌는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buddhastory@naver.com

 

[1560호 / 2020년 11월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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