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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계절, 기쁜 소식 둘!

기자명 효탄 스님

얼마 전 나는 한국정토학회로부터 ‘땅설법’에 관한 한 편의 논문심사 청을 받았다. 이 논문을 보면서 땅설법의 본격적 논문이라는 기쁨이 있었다. 땅설법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땅설법의 법주이며 주인공인 삼척 안정사 다여 스님을 만난 것은 참말로 묘한 인연이었다. 아파트 재개발사업 문제로 사찰과 조합 간 분쟁이 있을 때 함께 집회와 시위를 도와준 한국불교수호연합회(이하 한불련) 멤버로서였다. 나는 스님의 예사롭지 않은 행동과 말에서 ‘땅설법’의 얘기가 나오자 귀가 번쩍 뜨였다. 이때 나는 그 실체가 묻혀 있던 땅설법이 전승되고 있음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다짐하였다. 

그 후 한상길 박사와 의논해 ‘땅설법 보존위원회’ 간판을 걸게 하고 한국불교민속학회(회장 고 홍윤식) 주관으로 2019년 3월 종단 공연장에서 시연과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것이 천하에 땅설법의 펼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재동․윤광봉 박사님 등이 중국의 속강과 강창, 일본의 에토키와 비교해 그 보편성을 발표했다. 나는 지난 백중 전날 ‘안락국태자경’을 시연한다 해서 먼 길을 무릅 쓰고 갔다. 법주의 시연은 물론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참여하는 신도들의 열정이었다. 부럽다 못해 눈물이 솟아올랐다. 이제 다시 이 논문을 접하니 그야말로 뜨거운 심장을 갖고 직접 발로 뛰며 쓴 결과물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한 무형문화재의 무형유산적 가치와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용된다. 그런 점이 유형문화재와 대비되기도 한다. 무형문화재가 되려면 우선 지정 범주에 부합되어야 한다. 연등회가 복합문화유산의 성격이듯이 땅설법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 그 가치를 알아도 그 위에 관(官)의 상신이 또 문제이다. 확인한 바로 삼척시는 ‘2021년 올해의 문화도시’로 선정되었다 한다. 여기에는 다여 스님의 땅설법, 산멕이, 만석승이 등이 한몫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 지정 검토 요청에 이어 그 가치의 조사, 문화재위원회의 종목 지정, 보유단체와 보유자를 지정하는 등 긴 여정이 따라야 한다. 이제 땅설법은 그 여정에 돛을 단 것으로 보인다. 

한편, 17일 아침 연등회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권고 되었다는 방송을 접했다. 이어 그동안의 연등회 행사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고 불교민속학회 부회장이신 전 한양대 김용덕 교수님과 총무원장이신 원행 스님의 인터뷰가 따랐다. 아, 얼마나 기쁜 소식이런가. 나는 이 소식을 접하면서 은사 고 홍윤식 교수님이 떠올랐다. 홍교수님은 내가 총무원에 직을 맡았을 때 연등회 국내 등재의 필요성을 역설하셨다. 주위의 이해 부족에 무척 안타까워하시며 종단의 적극적인 협조를 말씀하시었다. 그해 문화부에서는 심주완 팀장이 앞장서서 임돈희 교수님 등 각 분야의 자문·심사위원들을 모시고 브리핑을 하는 등 준비를 이어갔다. 그 결과 2012년 연등회의 국가무형문화재 122호 등재를 이끌어냈다. 많은 분들의 큰 노력과 기나긴 인고의 세월이 이루어낸 결실이었다. 그리고 어언 8년의 과정 끝에 오늘의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퍼뜩 ‘이제는 팔관회(八關會)다’라고 마음 속으로 외쳤다. 팔관회는 지금도 모처에서 그 전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팔관회까지 제자리를 찾는다면 국가적·국민적 자부심과 자존감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법화경’ 오백제자수기품의 의주유(衣珠喩), 계주유(繫珠喩)의 비유는 여기에 해당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한 나라의 문화 회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신촌 봉원사에서는 홍윤식 교수님의 영산재 유네스코 등재 공로를 인정해 공덕비를 세운다는 훈훈한 소식도 들린다. 오늘 홍 교수님을 그리며 법산 스님께서 지은 ‘산청을 지나며’ 시 한편을 읊조린다. 만추의 바람도 따뜻하게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효탄 스님 조계종 성보문화재위원 hyotan55@hanmail.net

 

[1562호 / 2020년 11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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