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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결사 90일, 겉치레를 벗고 초발심을 찾다

  • 불서
  • 입력 2020.11.23 11:22
  • 수정 2020.11.23 11:24
  • 호수 1562
  • 댓글 0

‘상월선원- 천막결사 90일간의 이야기’ / 백승권 지음 / 조계종출판사

한국불교중흥을 발원한 아홉 명의 스님들이 목숨을 건 천막결사 90일 정진을 마쳤다. 그 속에서 그동안 걸쳤던 겉치레를 벗고 잊었던 초발심을 찾은 스님들의 이야기가 ‘상월선원’에 담겼다.
한국불교중흥을 발원한 아홉 명의 스님들이 목숨을 건 천막결사 90일 정진을 마쳤다. 그 속에서 그동안 걸쳤던 겉치레를 벗고 잊었던 초발심을 찾은 스님들의 이야기가 ‘상월선원’에 담겼다.

“이 땅에 부처님 가르침이 널리 퍼질 수 있기를 발원하면서 몸이 으스러져도 좋다는 각오로 정진에 임하겠습니다.” “우리의 정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부대중 모두의 결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9명 스님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정진하겠습니다.” “머리를 깎고 절에 들었던 행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정진에 임하겠습니다.” “외호 대중들의 시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고 정진에 매진하겠습니다.”

2019년 11월11일. 한국불교중흥을 발원한 위례천막결사 대중들이 상월선원에서 90일간의 용맹정진에 들어갔다. 한국불교 최초로 동안거 천막결사에 임하는 대중들이 ‘첫째,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한다. 둘째, 공양은 하루 한 끼만 먹는다. 셋째, 옷은 한 벌만 허용한다. 넷째, 양치만 허용하고 삭발과 목욕은 금한다. 다섯째, 외부인과 접촉을 금하고 천막을 벗어나지 않는다. 여섯째, 묵언한다. 일곱째, 규약을 어길 시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각서와 제적원을 제출한다’는 7개 항의 청규를 정하고 목숨을 건 정진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결연한 각오로 입제에 든 지 90일이 지난 2020년 2월7일, 한국불교중흥과 온 세상 평화를 발원하며 위례신도시 황량한 벌판에서 진행된 천막결사가 마침내 회향됐다. 엄동설한 온기 없는 천막 안에 스스로를 가두었던 결사 대중들은 매일 14~16시간씩 화두 하나 붙들고 정진했다. 엄격한 청규대로 동안거 기간 내내 하루 한 끼 식사에 일체 말을 않는 긴 침묵의 시간을 이어갔다. 삭발과 목욕조차 않겠다고 결기를 세웠던 것처럼 잠시도 방일하지 않고 촌음을 아껴가며 수행에 일로매진했다. 

그 아홉 스님은 90일 동안 천막 안에서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생활했을까? 그리고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월선원- 천막결사 90일간의 이야기’
‘상월선원- 천막결사 90일간의 이야기’

이 책 ‘상월선원- 천막결사 90일간의 이야기’는 자승(회주), 무연(선원장), 진각(입승), 성곡(한주), 호산(지객), 재현(지전), 심우(정통), 도림(시자), 인산(다각) 스님 등 아홉 스님들이 굳게 닫힌 문 안에서 있었던 90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순하게 추운 날씨는 어떤 영향을 미쳤고, 춥고 배고프고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은 어땠으며, 공사장 소음과 불자들의 기도는 어떠했는지를 느낀 감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스님들은 인터뷰를 통해 펼쳐진 이야기에서 90일 동안 입재할 때의 다짐이 얼마나 숙성됐고, 풍찬노숙과 다름없는 천막결사에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일어난 변화가 무엇이었는지를 담담하게 전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90일의 풍찬노숙이라 할 수 있는 천막결사를 간접체험하며, 그 속내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그 중 자승, 무연, 재현 스님 등 세 명의 스님들은 끝까지 인터뷰를 마다해 함께 한 스님들이 전하는 이야기로 대신했다.

“하루하루가 사부대중의 정성과 원력에 감사하는 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나아가 수행의 종풍이 자랑스러운 우리 종단임에도, 제가 여러 소임을 살면서 수행정진을 소홀히 한 것을 깊이 돌아보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안거마다 제방의 선원에서 정진하는 비구 비구니 스님들의 노고를 진심으로 공경하고 존중합니다. 해제마다 쌓이는 수행의 결실들이 승가는 물론 사부대중 모두에게 널리 전해지고 한국불교를 선도해 나가길 서원합니다.” 

조계종총무원장을 8년간 역임하고 퇴임 후 두 차례 무문관 수행을 한데 이어, 천막결사를 제안하고 이끌었던 자승 스님의 이 이야기에서 어렵지 않게 아홉 스님들의 원력과 마음, 그리고 알음알이를 유추해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정말 시주의 은혜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선원에서 계신 분들은 새로운 각오로 수행정진의 길을 가시고 사판으로서 주지 소임을 맡은 분들은 정진 수행을 근본으로 소임을 살아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분명한 목적아래 극한 상황에서 더욱 발심하게 됐고 초심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라고 말하는 스님들의 진정성 가득한 이야기에서 수행의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된다.

혹한에도 불구하고 천막에서 90일을 수행한 아홉 스님들이 공통적으로 들려준 이야기는 ‘초발심’이다. 천막결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총무원장, 종회의원, 주지 등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하고 진중한 겉옷을 입었던 스님들은 그 시간 그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극한의 상황을 마주하면서 자신들의 마음 가장 밑바닥을 보았고, 인간 본질을 마주하게 됐다. 그러면서 “부처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원을 세우고, 그동안 잊었던 ‘초발심’을 되찾았다.

저자는 진정성 가득한 그 스님들의 이야기가 날것 그대로 전해질 때 비로소 사부대중에게 그 진심이 전해지고, 각자의 위치에서 초발심을 다시 찾는 일에 나서게 될 것이라 믿었기에 가공하지 않았다. 덕분에 비닐하우스를 법당 삼아 90일 간 먹고 자고 움직이는 인간의 기본 욕망을 잊은 채 무문관 정진을 마친 아홉 스님들의 이야기에서 이 시대에 종교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수행자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느껴볼 수 있다. 또한 한국불교의 희망을 말하는 풍찬노숙 천막결사 이야기에서 불자로서, 종교인으로서, 혹은 종교가 없더라도 지금 선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날 수 있다. 1만6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62호 / 2020년 11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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