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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장애 시인들이 빚은 희망‧평화

  • 불서
  • 입력 2020.11.30 13:44
  • 호수 1563
  • 댓글 0

‘우리가 바다 건너 만난 것은’ / 보리수아래 엮음 / 도서출판 도반

‘우리가 바다 건너 만난 것은’

코로나19로 세계인들의 발이 묶인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장애시인들이 마음을 나눈 공동시집을 출간했다. 아시아 장애 작가들의 국제교류 일환으로 2017년 미얀마, 2018년 베트남과 공동시집을 펴낸데 이어 세 번째다.

한일 양국의 장애시인들이 코로나19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밭에 씨를 뿌려 가꾸듯 준비한 과정을 거쳐서 펴낸 아름다운 시집이다. 한일 양국 장애시인들이 상호 소중한 만남을 기려 제목을 붙인 ‘우리가 바다 건너 만난 것은’에는 최명숙, 김소영, 유재필, 장효성, 정상석, 홍현승, 호리에 나오코, 우에다 시게루 등의 시가 실렸다.

“멋진 나라는 어디에 있나요?/ 아신다면 알려 주세요/ 애쓰고 있지만/ 이 몸으로는 찾을 수 없어요/ 어딘가에 좋은 나라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하지만/ 희망의 나라를 찾을 수 없어요/ 좋은 나라는 어디에 있나요?”(‘북쪽에서 들리는 소리’)라고 묻는 호리에 나오코의 시에서는 현실에 대한 진단과 더불어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소망이 간절히 묻어난다.

그리고 시집을 엮은 보리수아래를 이끌고 있는 최명숙 시인의 “노스님이 심검당 댓돌에 앉아 넋 놓고 앉았더니 몇 해 피지 않았던 살구꽃이 환히 피었다.(…) 땅거미를 부르고 어둠을 놓고 날아가는 저녁새는 심검당 노스님의 오도송을 물고 숲으로 들어갔다/ 달빛은 밤 깊도록 부는 바람과 놀고 나서/ 누구를 향해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삼배를 하였다/ 스님은 어디 가셨는지 살구꽃만 져서/ 심검당 뜰이 온통 하얀데/ 바람은 꽃잎을 떨구고 어디로 갔나/ 꽃은 지는데 아무도 없다”(‘심검당 살구꽃’)에서는 마치 따뜻한 기운을 담은 동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가 “두 나라 언어로 번역해 소개하니 좋은 시로써 두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보리수아래를 이끌고 있는 최명숙 시인에 찬사를 보내고, 독자들로 하여금 시집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오감을 열어볼 것을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동이 제한되고 만남이 제한된 가운데 선보인 장애시인들의 문화교류 성과물은 어두운 현실에서 우리의 마음을 빛으로 채우는 감동과 희망, 그리고 평화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1만2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63호 / 2020년 1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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