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2. ‘극락왕생’ - 하

소소한 일상에 나타난 인연의 소중함

곡절 끝에 도명존자 도움으로
자신과 어머니의 사랑 깨달아
지혜의 상징 문수보살도 등장
주인공 자비로운 모습 인상적

‘극락왕생’의 최고 미덕은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친구와의 관계, 부모와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제3화인 ‘신발도둑’은 부모와 자녀의 인연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주인공 박자언이 “신발을 빌려달라”는 귀신의 부탁을 승낙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박자언은 등교를 하느라, 어머니는 출근을 하느라 함께 차를 타고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박자언이 어머니에게 대하는 태도가 무례하게 그려진다. 어머니가 즐겨듣는 노래가 듣기 싫다면서 오디오의 전원을 끄고, “이제 내가 알아서 한다고 하면 그냥 신경 좀 꺼라”라고 버릇없이 말하는 것이다. 등교 후 박자언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는데, 얼굴에는 신발도둑이 남긴 자국이 있다. 놀란 박자언에게 한 귀신이 “처음 올 땐 신발을 가져가고 다시 올 땐 얼굴을 보러온다오. 그리고 동이 틀 때는 목숨까지 신발도둑의 것이 된다오”라고 일러준다. 그날 저녁 박자언은 어머니의 얼굴에도 신발자국이 남아 있는 것을 본다. 우여곡절 끝에 박자언은 도명존자의 도움을 받아 “신발도둑이 목숨까지 빼앗는다”는 말이 허풍귀신의 거짓말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신발을 되찾아 돌아온 박자언은 어머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된다.

제4화인 ‘목구멍 속의 얼굴’은 재경의 몸에서 항아리 귀신을 빼내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말을 잠시라도 멈추지 않던 재경이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을 박자언이 이상하게 여기고, 재경의 입을 열어본 뒤 도명존자는 항아리 귀신이 몸에 들어갔음을 알게 된다. 항아리 귀신은 시끄러운 소리가 무서워 항아리 속에 사는 귀신으로 항아리 속의 소리를 지운다. 도명존자는 재경의 상태를 보고서 “지금은 단순히 말을 못하는 정도이지만 심장소리가 지워질 수도 있다”고 충고한다.

‘목구멍 속의 얼굴’에서는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이 등장한다. 문수보살은 아수라도에서 자라는 콩과 팥인 흑갑신병과 백갑신병을 박자언과 도명존자에게 건넨다. 아수라도에서 암살용으로 쓰는 흑갑신병과 백갑신병은 사이가 좋지 않아서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고 한다. 이 사실을 듣고서 도명존자는 재경의 목에 흑갑신병과 백갑신병을 넣는다. 재경의 몸에서 흑갑신병과 백갑신병이 싸우느라 아수라장이 펼쳐지고, 그 소리에 놀란 항아리 귀신이 재경의 몸 밖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재경의 체온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박자언은 “재경이를 잃을까봐 너무 무서웠어. 잃을 거 같으니까 고맙고 미안한 일이 자꾸 생각나는 거 있지. 앞으로 그런 마음은 그때그때 소리 내서 말해야겠어”라고 말한다. 기실, 박자언의 말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건네는 교훈이기도 할 것이다.

좌충우돌한 두 주인공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사무량심(四無量心)’의 교훈을 떠올리게 된다. 사무량심은 보살이 가지는 자비희사(慈悲喜捨)의 마음을 일컫는다.

자무량심은 모든 중생에게 즐거움을 베풀어 주는 마음가짐이며, 비무량심은 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고통의 세계에서 구하여 깨달음으로 인도하려는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자무량심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비무량심을 아버지의 마음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희무량심은 중생이 고통을 여의어서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며, 사무량심은 모든 중생을 구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보는 마음가짐이다.

어머니처럼 자무량심을 지니고 아버지처럼 비무량심을 지닌다면, 모든 관계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희무량심과 사무량심을 지닌다면 누구도 차별하지 않을 것이다.

유응오 소설가 arche442@hanmail.net

 

[1564호 / 2020년 12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