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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사람이 먼저다

기자명 민순의

왜 지연됐을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말이다. 알다시피 이는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에 대해 사업주에게 그 책임을 물어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다. 2020년 이와 관련한 몇 개의 법안이 상정되어 대기 중이다. 정의당과 민주당 그리고 국민의힘에서 모두 발의하였다. 조금 복잡하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자.

제일 먼저 발의한 정의당의 안은 ‘①사망사고 시 사업주에게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 부과 ②손해액 3배 이상 10배 이하의 배상 책임 ③감독 권한 공무원 처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민주당에서 발의한 안은 ‘①중대재해 야기 시 법인‧기관에 손해액 5배 이상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 ②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에게 2년 이상 징역 또는 5억원 이상 벌금’을 내용으로 해 처벌 규정에서는 정의당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③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 적용을 4년 유예한다’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이에 대해 정의당에서는 “최근 5년 간 산업재해 사업장의 규모와 사고유형을 분석한 결과,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전체 산업재해의 80%와 재해 사망자수의 60%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민주당의 안은 재해의 실제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후 민주당에서는 양형절차 조항을 추가해 공판절차 이분화와 국민양형위원 지정 절차를 마련한 법안이 새롭게 계류 중이다.

한편 가장 늦게 발의된 국민의힘 안은 ‘①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부과 ②같은 경우 기업에는 10억원 이상 30억원 이하의 벌금 부과 ③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해 3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00억원 이하의 과징금 부과’를 내용으로 한다. 한때 국민의힘은 정의당과 협조를 약속한 바 있으나 현재는 당론이 모아지지 않은 채 더 이상의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경영계에서는 일제히 ‘과잉규제’라며 반발하였다. 당초 연내 법안 통과를 공언했던 민주당에서도 당내 신중론에 힘이 실리며, 법안 내용의 철저한 검토 요구와 함께 법안 처리의 회기 이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공수처법 등 일련의 권력개혁법안 처리에 밀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연내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이 글을 쓰고 있는 12월11일 현재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등 산업재해 유가족들은 12월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하였다.

국회의원들의 고민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나랏일을 두루 살피는 자리에서 기업에 대한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이의 권익을 똑같이 중시해야 하는 처지에서 이쪽의 사고를 저쪽의 책임이라 말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을 줄 안다. 하지만 이쪽의 사고가 저쪽의 책임이라 무조건 일괄하여 단정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의 법안만 보아도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로 상황을 제한한다. 다른 미비한 점들도 논의를 통해 세부 사항을 조정하면 될 일이다. 50인 이하 사업장의 상대적 열악함도 모르지 않다. 하지만 없는 살림에 사고가 났다고 그 사고가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것은 아니다. 없는 살림일수록 더 조심스럽게, 서로를 헤아리고 보살피며, 안전의 의무를 다 하도록 관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사람 목숨은 언제 어디에서나 똑같이 소중하다.

일터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의 수가 매일 5명이 넘는다. 1년에 2000명이다. 올 한 해 코로나로 대한민국 국민 중 572분이 돌아가셨다. 같은 기간 그보다 세 배가 훌쩍 넘는 분들이 일터에서 돌아가신 것이다.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정권의 기본 정신이다. 국회는 그 정신을 잊지 말기 바란다. 말로만 끝내지 말고 그것을 실천하라고, 제대로 실천하라고 국민은 여당에 180석을 몰아준 것이다. 다행히 이 순간 또다시 업데이트되고 있는 뉴스에는 민주당이 다시금 내년 1월 10일까지 열리는 12월 임시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통과시키겠노라 밝혔다고 한다. 지켜보겠다. 제발, 사람이 먼저다.

민순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실장 nirvana1010@hanmail.net

 

[1565호 / 2020년 12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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