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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걸어간 길에서 나의 존귀함을 찾다

  • 불서
  • 입력 2020.12.15 09:46
  • 수정 2020.12.15 09:47
  • 호수 1565
  • 댓글 0

‘인도 네팔 순례기’ / 각전 스님 지음 / 민족사

‘인도 네팔 순례기’

“인도는 무엇보다 부처님께서 살다 가신 나라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불자들에게 인도는 로망이다. 부처님의 제자로서 부처님 성지를 순례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자 가장 경험하고 싶은 일이다. 아무리 책에서 읽고 다른 이들로부터 듣는다고 하더라도 어찌 직접 체험을 대신할 것인가?”

‘해인’지 편집장을 맡기도 했던 각전 스님은 그래서 인도로 떠났다. 서울대 정치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해양수산부에서 근무하다가 궁극적 진리에 대한 갈망으로 출가한 이래, 전국 선원에서 수행하고 미얀마 쉐우민 국제명상센터를 다녀오기도 한 스님이 구도의 연장선에서 해제 철에 찾았던 인도‧네팔 성지순례 여정과 그 여정에서 느끼고 새긴 심상들을 역사와 문화, 철학에 버무려 기록으로 남겼다.

출가해서 줄곧 선원에서 정진한 스님의 안목으로 기록한 ‘인도 네팔 순례기’는 일반 여행가들의 시각과는 궤를 달리한다. 수행인의 자세에서 기록한 사람 냄새 나는 연민의 정, 애련의 정이 넘치는 글에는 부처님의 생애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때문에 불교를 공부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이해하는 공부 자료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다. 단지 성지이기에 친견할 장소가 아니라, 절박함을 일으켜야 하는 장소로 성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저자의 순례기는 아잔타 석굴에서 시작해 마지막 석가족을 찾아가기까지의 과정 자체가 선지식을 좇는 선재동자를 닮았다.

“여행이 내게 해 줄 이야기들에 생기를 불어넣고, 쌓여 있는 벽돌들의 군집에 새로운 현장감을 부여하는 일, 부처님과 그 제자들의 과거 활동의 아련한 모습들에 그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듯 지금 이 자리에서 살아 숨 쉬게 하고, 그리하여 매양 흐트러져 다시 다잡아야 하는 우리네 신심에 확신의 폭포수를 붓고, 깨침을 향해 가는 길에 끊임없는 돌진의 동력을 배가시키는 것, 이것이 이 책을 쓰는데 가장 고려된 사항입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보드가야에 세워진 마하보디 사원. 매일 수많은 순례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석가모니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보드가야에 세워진 마하보디 사원. 매일 수많은 순례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스님이 부처님 자취를 따라간 발걸음에서 찾아 옮기고자 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스님이 이 문제를 해결한 돌파구는 아잔타‧엘로라 석굴과 산치대탑에 그려진 다양한 벽화와 부조에 들어 있는 부처님 일대기와 본생담이었다. 그리고 벽화의 오래된 채색들과 돌 부조의 패이고 드러난 요철들은 2500여 년 전 과거라는 시간의 범위를 벗어나고 책 속에 갇힌 활자들의 틀을 깨고 그러한 작품들을 남긴 화공과 장인들의 신심과 예술혼을 느끼게 하고, 멀리 그곳을 찾아간 순례객들의 마음에 접목되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삶이 우리의 현대적 삶 안으로 비집고 들어오게 하려 노력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여기에 저자는 광대한 인도 대륙의 데칸 고원 서쪽에서 갠지스강의 동쪽을 거쳐 히말라야에 이르기까지 넓은 지역을 다니면서 만난 인도의 자연과 환경,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따라서 거기에서 만난 아이들의 순수함, 어른들의 순박함, 그리고 순백의 거대한 자연은 옛 선인들의 깨달음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진입로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그 여정 속에 녹아 있는 이야기는 부처님의 삶을 따라 순례하면서 우리 자신의 존귀함을 회복하는 길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또한 이 순례기에서 “온갖 고를 떨치고자 일어서는 것, 그리하여 수행자로서 거듭나는 것, 마침내 해탈하는 것, 그리하여 자신이 가진 본래의 존귀함을 찾고 확립하는 것, 이것이 삶의 제1 과제이자 핵심”임을 스스로 확인하고 독자들에 일깨워주려 노력했다.

역사와 문화, 철학을 아우르는 순례자의 ‘인도 네팔 순례기’는 ‘부처님의 삶, 나의 존귀함을 찾는 길’이라 붙인 부제처럼, 자신의 삶을 근본적으로 돌아보고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을 찾도록 이끌고 있다. 3만8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65호 / 2020년 12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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