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익산박물관(관장 신상효)이 100년 전 미륵사지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테마전 ‘100년 전 사진에 담긴 미륵사지 1300년’을 개최한다.
내년 3월28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100년 전 촬영한 미륵사지 사진들을 만날 수 있따. 특히 1915년 국보 제11호 미륵사지 석탑 수리 시 쓰였던 보강철물 ‘H빔’과 콘크리트 부재, 공사도면. 청사진(靑寫眞)도 함께 소개된다. 일제강점기 시작부터 광복 전까지 문화재 조사를 위해 익산을 찾은 일본인 학자들은 사진과 글로 미륵사지를 담았다. 이 기록은 당시 문화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흑백사진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필름이 나오기 전 촬영한 유리건판 사진을 고화질로 스캔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 일본인들이 유리건판으로 촬영한 전국의 문화재 사진 3만8170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미륵사지와 관련된 것은 27점이다. 익산박물관은 2017년 발간한 ‘일제강점기 사진으로 보는 익산의 문화유산’ 보고서를 토대로 이번 테마전을 기획했다.
전시는 모두 3부로 구성됐다. 1부 ‘미륵사지, 세상에 드러나다’는 1910년 일본의 문화재 조사사업으로 동아시아 고대사원의 면모가 드러난 미륵사지의 첫 사진을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문서에 드러난 일본인 연구자들의 조사 내용과 평가기록을 바탕으로 미륵사지가 당시 어떤 모습이었는지 살펴본다.
2부 ‘석탑, 시멘트로 보수하다’는 첫 조사 후 5년 뒤인 1915년 미륵사지 석탑을 응급 수리한 기록을 소개한다. 밑그림이 남아있는 설계도면의 청사진뿐만 아니라 미륵사지 석탑 수리 과정에서 사용된 H빔과 콘크리트 부재는 당시 일본의 문화재 수리기술의 시험무대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3부 ‘미륵사지, 가까이 보다’는 100년 전 일본인들이 바라본 미륵사지의 모습이다. 당시 문화재와 조선인을 함께 촬영해 크기를 가늠했다. 해마다 석탑을 같은 방향에서 촬영한 변화하는 옛 미륵사지 풍광은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이다.
익산박물관은 “코로나19로 박물관을 찾을 수 없는 관람객도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3D VR 온라인 전시실’ ‘미륵사지 다른 그림 찾기 게임’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박물관 홈페이지에 준비했다”며 “이번 전시가 100년 전 미륵사지를 담아낸 오래된 기억을 감상하고, 현재와 비교해 역사의 의미를 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66호 / 2020년 12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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