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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는 번뇌 잘라내는 관운장의 청룡도”

  • 교계
  • 입력 2020.12.18 18:45
  • 수정 2020.12.18 21:37
  • 호수 1566
  • 댓글 5

한국참선지도자협회, 해인사 선림원서 명상세미나
월호스님 발제…각산·선법·정과스님·백성호씨 참여
무심·무아·참나·선정·참선효과 등 주제로 열띤 토론

한국참선지도자협회가 11월22일 해인사 선림원에서 개최한 명상세미나.
한국참선지도자협회가 11월22일 해인사 선림원에서 개최한 명상세미나.

“간화선이란 온갖 사량분별이 떠오를 때마다 얼른 화두로 마음의 초점을 바꾸어 수행의 길을 가는 것이다. 결국 화두는 번뇌를 녹이고 잘라내는 용광로와 같고 관운장의 청룡도와 같다.”

최근 간화선 수행 풍토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간화선의 현대적 의미와 구체적인 효용성을 다룬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참선지도자협회(이사장 의정 스님·협회장 각산 스님)가 11월22일 오전 해인사 선림원에서 ‘간화선, 실제 삶에 어떻게 적용되나?’를 주제로 명상세미나를 개최했다. 참선아카데미 심화교육인 참선지도사 1급 과정의 집중수행 일환으로 열린 세미나는 서울 참불선원장 각산 스님의 사회로 행불선원장 월호 스님이 발제를 맡고 전국선원수좌회 의장 선법 스님, 수좌회 선승 정과 스님, 백성호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오랫동안 일선에서 간화선을 지도하고 있는 월호 스님은 자신이 선과 인연이 닿게 된 계기와 그동안 공부정진하며 체득한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스님은 마음공부의 근원인 참선을 “안심(安心)법문이며 궁극적인 안심은 무심(無心)”으로 보았다. 스님은 ‘평상심이 도(道)’라는 마조대사의 말을 인용한 뒤 평상심은 무분별심이며 공한 것으로, 이 차원에서는 얻을 바도 없다고 했다. 그믐달을 보름달로 만들고자 애쓸 필요가 없는 것처럼 중생을 부처로 만들고자 애쓸 필요가 없으며, 다만 착시현상에서 벗어나 바로 보면 된다는 것이다.

스님에 따르면 화두란 분별심을 평상심으로 돌이키는 관운장의 청룡도다. 사람들은 자성이 공하고 모든 것을 갖추고 있음을 믿지 못해 밖으로 구해 온갖 분별망상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분별망상을 화두라는 의심덩어리[疑團]에 녹여내 평상심인 무분별심으로 전환시키는 게 화두의 효용이다. 비오는 날 운전할 때 윈도우 브러시가 왔다 갔다 해도 전방을 주시하면 운전에 큰 지장이 없듯 분별망상이 시시때때로 오가더라도 휩쓸리지 않고 화두에 초점을 맞추면 망념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간화는 무소득(無所得)의 마음으로 바로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하는 바에 몰두할 뿐, 깨달음을 기대도 말고 분별심이 일어나면 화두로 평상심에 돌아가면 된다. 이렇게 꾸준히 정진해 마침내 성품이 공함을 보게 되면 ‘얻을 바 없음’을 깨우치게 된다.

스님은 “실생활에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게 간화선”이라며 “보이는 것을 보기만 하고 들리는 것을 듣기만 하고 느끼는 것을 느끼기만 하고, 아는 것을 알기만 하며 실생활에 몰두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주위와의 부딪힘 자체가 유용한 수행기회가 된다”고 밝혔다. 특히 “좌선은 다만 연습이며, 생활이 실전이다. 번뇌는 도반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선지식이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닦을 수 있는 열린 참선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호 스님 발제가 끝난 뒤 각산 스님의 진행으로 발제자 및 토론자들은 본심, 무심, 참나, 무아 등 의미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일반인이 가장 궁금히 여기는 것 중 하나인 간화선 효과 논의도 관심을 모았다. 토론자들은 자신의 경험에 기반해 차근차근 답변했다.

“번뇌는 외부에서 오지 않고 내 마음이 짓는 것이기에 이를 알게 해주는 것이 참선이다. 그렇기에 꾸준히 참선공부를 하면 인간관계가 편안해지는 효과가 있다.”(정과 스님) “아바타는 불교용어로 분신(分身)·화신(化身)이라는 뜻으로 석가모니불도 아바타이다. 그리고 명상은 몸과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다. 몸보기, 마음보기 해서 아바타임을 깨치는 것이다. 하여 몸과 마음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어 현실생활에서 자유롭게 된다.”(월호 스님) “마음의 실체가 공함을 알지만 내 의지와 무관하게 짜증에서 쉬이 놓이질 못했다. 그런데 간경하다가 ‘그 짜증이 본래 없는 짜증’이라는 구절이 청천벽력처럼 와 닿았다. 이후 화나 짜증의 실체를 알기에 거기에 젖지 않게 됐다.”(백성호) “수행 자체가 즐거운 휴식이다. 최고의 자세는 가부좌이다. 에너지를 뺏기지 않고 충만해진다. 참선을 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좋아지며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일상생활에서도 판단의 오류가 적어 편안해질 수 있다.”(선법 스님)

각산 스님도 자신의 견해를 제시했다. “반야심경의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은 무아를 특징으로 한다. 어떤 수행을 하더라도 팔정도가 있어야 불교다. 팔정도를 통해 삼법인을 깨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오온이고 나라고 할 만한 게 없기에 ‘나의 불행’ ‘나의 고통’도 원래 없다. 이것이 해탈열반의 의미다.”

토론자들은 간화선과 선정 문제, 어떻게 간화선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를 이어갔다. 다양한 견해가 제시됐고 참가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명상 세미나가 끝난 오후에는 발제자 및 토론자, 참가자들 사이에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제주에서 온 질문자는 운전 중에 다른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 자신의 대처법을 소개했다. 그는 그럴 때면 “감사합니다”를 생각한다고 했다. 짜증냄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화도 다스릴 수 있기에 이것이 자신의 일상 수행 중 하나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백성호 기자가 답했다. 그는 “질문자 방식이 번뇌를 보리로 바꾸는 굉장히 좋은 수행 방편”이라고 호평한 뒤 “‘짜증이라는 것이 비어있구나’ 하고 본질을 뚫어버리면 매번 짜증을 감사로 바꾸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부산에서 온 두 번째 질문자는 참나라는 본래성품의 자리가 절대적인 불변의 실체인지 성주괴공하는지를 물었다. 정과 스님은 이에 대한 답변으로 “유무가 없듯 참도 거짓도 없으며 그저 현상만 있다. 있고 없음을 떠난 진공묘유는 자신의 체험이 없이 말로써 이해하기 어렵다. 이 자리를 이해하려면 부실한 기반에 형성된 자신의 지식을 성찰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답했다. 선법 스님도 “연기적 관점에서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언어적 방편일 뿐 본래 부처도 중생도 번뇌도 보리도 없이 그저 작용만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밖에 흔히 사용하는 수행용어로 ‘참선명상’과 ‘명상참선’ 중 어느 것이 더 적절한지 아니면 그냥 참선으로 해야 할 지에 대한 질문과 논의도 오갔다. 백 기자는 “참선이 본질을 관통해 통찰하는 방법이라면 명상은 좀 더 가벼운 수행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정과 스님은 “참선과 명상의 지향점이 다르지 않기에 어느 것으로도 충분히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법 스님은 “서양의 명상은 근본적인 깨달음을 얘기하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행해 참선의 가치가 가려지고 있다. 참선이라는 용어를 지켜 언젠가는 세계에 알리는 때가 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명상 세미나 마무리는 각산 스님이 맡았다. 스님은 “명상의 진면목은 팔정도의 선정을 성취하는 참선에 있다. 외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자나(Jhāna) 명상’이라는 불교 전문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을 면밀히 가늠하되 우리 스스로 참선이라는 명칭을 지키고 그 가치를 드러낼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자”고 당부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566호 / 2020년 12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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