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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회 유네스코문화유산 등재 환영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0.12.21 11:37
  • 호수 1566
  • 댓글 0

1500년 역사 배인 연등행렬
불교 넘어 전 세계인의 축제
생명의 귀함· 평화 절실함
약자 배려한 메시지 ‘강렬’

‘연등회’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등재가 최종 확정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판소리, 강강술래, 영산재, 처용무, 아리랑 등에 이은 21번째다.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겠다는 서원이자, 부처님의 대자대비가 온 누리에 퍼지기를 염원하는 기도가 연등공양이다. 신라 진흥왕 12년인 551년에 시작됐다는 기록을 감안하면 연등회의 역사는 1500년이다. 조선시대 억불숭유 정책 여파로 인해 고려시대처럼 국가 차원의 축제는 열 수 없었지만 민중 속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해방 이후 초파일 행사는 전국에서 제각각 치러졌는데 1955년 조계사 인근에서 역사적인 현대적 제등행렬이 시작됐다. 1975년 사월초파일이 국가 공휴일로 제정된 직후인 1976년부터는 여의도광장에서 조계사까지 이르는 연등행렬이, 1996년부터는 동대문운동장에서 조계사에 이르는 연등행렬이 봉행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연등을 비롯한 장엄물들은 보다 세련되고 화려해졌다.

불교문화마당, 어울림마당, 회향한마당 등의 행사들도 추가되며 불자를 넘어 일반인들의 이목도 집중시키며 참여케 했다. ‘신라시대부터 등장하며 현재까지 지속과 단절 및 변화를 거쳐 불교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의식’이라는 점이 인정돼 2012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방증한다.

아울러 전 세계인의 시선까지 사로잡아 30여만 명이 참여하는 전 시민·세계적 축제로 거듭났다. 실제로 연등축제일에 맞춰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급증했다는 보도도 잇따르곤 했다. 연등회에 참여하는 외국인들은 연등회를 종교행사라 생각하지 않고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멋지게 살린 축제’로 평가해 왔다.

연등회가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을 주제로 한 연등회에서는 우리 마음 속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이웃을 배려하자는 뜻을 전했고, ‘세월호 참사’가 있던 해에는 봉축법회와 행사를 추모제로 전환함과 동시에 추모를 의미하는 백등과 생환을 기원하는 홍등을 달았다. 그리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발원을 표출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전 세계의 평화를 기원한다는 뜻도 함축한 것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는 연등회 자체를 전격 취소했다.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해야 한다’는 부처님 말씀을 그대로 따랐음이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가 “인류 전체의 특수성과 문화다양성을 잘 보여주는 유산으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며 “화려한 축제이지만 운영에 있어서 절제와 약자를 위해 배려가 돋보인다”고 찬사한 연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연등축제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문화축제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연등회를 벤치마킹 한 축제들이 지역 곳곳에서 열리는 것만 보아도 공감할 수 있다. 법성포 단오제, 남원 춘향제, 진주남강 등의 축제에서는 연등, 유등, 풍등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을 진행해 지역민들로부터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연등회를 활용한 콘텐츠들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017 연등회 심포지움’에서 발표한 최민성 한신대 교수의 ‘축제의 관점에서 본 연등회 고찰’에서 나온 분석 하나를 우리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촛불의 수직성은 종교적 초월성과 쉽게 결합한다. 인간의 삶에서 더 높은 신성, 더 값진 영성을 추구할 때 촛불이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등불은 이를 계승하기 때문에 종교적 지혜와 연결된다. 또 등불이 가지는 방사성은 지혜의 나눔, 공동체의 가치와 연결되면서 종교적 자비, 사랑과 쉽게 연결된다. 불교의 등이 지혜와 자비의 상징이 되는 것은 이런 본질적 상상력과 관련이 깊다.’

연등회는 세월이 더해지며 더 깊은 사랑을 받을 게 분명하다.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점으로 좀 더 품격 높은 연등회를 기대해 본다.

 

[1566호 / 2020년 12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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