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수를 극락으로 보냅시다

기자명 황산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0.12.28 10:46
  • 수정 2020.12.28 10:47
  • 호수 1567
  • 댓글 0

복수는 새로운 악연 씨앗일 뿐
부처님, 연쇄살인범 교화했듯
불자라면 그를 위해 기도해야

나는 악한 사람이 죽어 지옥에 가길 바라지 않는다. 그도 사바인연이 다하면 극락왕생하길 바란다. 인과의 법칙을 믿지만 ‘악인악과 선인선과’와 같은 일방적인 인과보다는 좀 더 선한 인과를 보려한다. 악한 일을 하고도 본인의 악행을 참회해 그 후로 선하게 살아갔으면 한다. 원한이 있는 사람은 그 원한의 대상이 지옥에 떨어지길 바라겠지만 그 또한 업의 연결고리로 인해 지옥으로 떨어질 수 있다.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연결고리 말이다. 원한의 대상이 죽어 극락에 가라고 기도해주기는 어렵겠지만 그렇게 해야 마음의 평온을 이룰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99명의 목숨을 빼앗은 연쇄살인마 ‘앙굴리마라’를 제자로 받아주셨다. 연쇄살인마를 잡고자 코살라 국왕은 군대를 파견했지만 부처님께서 보호하셔서 출가 승려로 살아갈 수 있었다. 요즘 같으면 사형수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앙굴리마라가 시내 탁발을 갔을 때 그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고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가 탁발을 위해 찾아간 집의 부인은 해산하기 위해 산실에 들었다가 그가 왔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놀란 나머지 해산을 못하고 말았다.

사람들의 무서운 저주를 받으며 기원정사로 돌아온 앙굴리마라는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께 도와주기를 호소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앙굴리마라야, 너는 곧 그 집으로 가서 여인에게 ‘나는 이 세상에 난 뒤로 아직 산목숨을 죽인 일이 없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당신은 평안히 해산할 것이다’라고 말하라”고 하셨다. 어찌된 일일까? 앙굴리마라는 99명을 살해한 무지막지한 연쇄살인마 인데도 부처님께서는 의외의 말씀을 하신다.

“앙굴리마라야, 도에 들어오기 전에는 전생이다. ‘세상에 난 뒤’라는 말은 도를 깨친 뒤를 말한다.”

앙굴리마라는 곧 그 집으로 가서 부처님께서 시킨대로 말했더니 부인은 편안히 해산 했다고 한다. 그런 앙굴리마라는 출가 전의 일로 원한이 깊은 이들에게 맞기를 거듭하다 죽었지만 부처님께서는 “나의 제자들 가운데 앙굴리마라와 같이 빨리 깨달은 자는 없느니라”고 말씀하셨다.

부처님 말씀을 통해 우리는 원수를 대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 악행을 저지른 이도 아라한이 될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과보를 선택하기보다는 교화를 이루셨다. 인도에 가면 앙굴리마라 탑이 크게 봉안돼 있다. 인도의 불자들은 연쇄살인마가 개과천선해 아라한이 된 걸 기적으로 여기고 그 위대함을 추모해온 것이다. 보통의 우리 중생은 교도소에 보내거나 사형에 처하라고 한다. 죽어 지옥이나 가라고 저주도 한다. 그러나 부처님은 특유의 자비로움으로 악행을 참회케 하여 근절시켰고 오히려 수행을 통해 최상의 경지 아라한이 되도록 이끌었다.

부처님 마음을 배우는 우리 불자도 나와 가족에게 큰 피해를 준 원수가 과보로 지옥에 떨어지길 바라지 않고 극락에 가길 바라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선행을 실천하며 살아가도록 도와야 한다.

세상에 악행을 저지른 사람, 사기꾼, 반역자, 폭행자, 살인마 등 언론에서나 사회에서 모두 악인이라고 할 때 불자들은 그를 위해 “제발 극락왕생하여 중생제도하며 살아가길…’ 기도해 주는 사람이 되자.

황산 스님

하지만 그런 다짐에도 불구하고 막상 나와 가족을 큰 위험에 빠트리게 하는 이가 나타나면 원망과 저주하기에 바쁘다. 용서나 자비 같은 단어는 아예 생각도 나지 않다. 그것은 그런 상황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며 실체가 없는 것인지를 모르고 집착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생과 현생, 내생의 인연을 살핀다면 조금이나마 집착을 여의고 공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저 앙굴리마라 이야기를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기도하고 참선하는 이유이다. 아는 것을 적용하는 불자가 되자.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hwangsanjigong@daum.net

 

[1567호 / 2020년 12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