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동물 얘기는 인간 위한 원천적 지혜 제공
불교의 동물 얘기는 인간 위한 원천적 지혜 제공
  • 김진영
  • 승인 2021.01.06 09:25
  • 호수 15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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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재를 시작하며

탐진치로 생명 가해하는 인간
동물과 공감하는 불교 이야기
불살생 교리 따르는 의무 넘어
현대적 우화로 ‘인간다움’ 말해

1975년 윤리철학자 피터 싱어가 동물권(animal rights)을 주장하면서 동물의 고통을 대하는 인간의 윤리적 태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촉발된다. 점차 동물의 지위가 ‘윤리적 고려의 대상’이며, 인간에게 ‘배려의 대상’으로 간주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야생동물을 길들이거나 개량하여 사역에 이용하고 음식물로 섭취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윤리적 문제와 충돌하게 된다. 가축과 가금(家禽)은 오랜 역사를 거쳐 길들여진 동물로, 인간의 이익을 위해 갇히고 선택적으로 번식되면서 결국 인간에게 계속해서 돌봄을 받아야 하는 의존적 존재가 되었다. 길들여지는 과정에서 선택적 교배를 통해 작아지고 유순해지며 생리 자체도 변화하였다. 농장동물의 경우는 번식과 생산의 편의 위주로, 애완동물은 나이를 먹어도 어릴 때의 귀여움을 간직하도록 유형성숙(幼形成熟, neoteny) 시켰다.

이러한 동물지배의 원리로 인간이 내세운 것은 이성적 우월함이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간은 인공지능 AI와 지능경쟁을 펼치고, 침팬지가 인간보다 더 합리적 선택을 할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이 밝혀진다. 근대에 인간의 고유한 특성을 이성이라고 규정했던 것과 다르게 지금의 우리는 인간만의 고유함을 공감, 창의력, 공정함 같은 감성적이고 가치론적인 요소로 재정의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미국철학자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은 인간다움은 타인에 대한 ‘연민’이라는 도덕적 공감력이며, 동물의 ‘역량(capabilities)’도 존중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한다.

불교에서 현대 동물윤리학의 사조를 반영한 대표적 에피소드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법구경’에 나타난 뱀과 소년들의 이야기이다. 부처님은 소년들이 뱀이 무서워 막대기로 때리는 장면을 보고, 인간의 안락(安樂)과 동물의 안락이 불이(不二)임을 말씀하셨다. 우리는 여기서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민과 자비심으로 대해야 하는 윤리적 자세를 배울 수 있다. 또한 동물이 본래의 습성대로 살 수 있도록 권유하신 것에서 동물의 ‘역량’에 대한 존중의 태도를 알 수 있다.

인간을 재정의해야 하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불교 경전과 우화에 나타난 동물 이야기는 인간을 위한 불교의 원천적 지혜를 제공한다. 특히 ‘본생담’의 경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동물의 긍정적 양상과 저급한 본능에 지배되는 동물의 부정적 양상이 공존하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수행자의 고귀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양면성은 동물을 대하는 두 인간의 상반되는 태도로 드러나기도 하는데, ‘시야마 자따까(Śyāma-jātaka)’에서 주인공 시야마와 왕의 이야기를 실례로 들 수 있다.

인도 산찌(Sanchi) 스뚜빠 서문(西門) ‘시야마 자따까’ Bas relief
인도 산찌(Sanchi) 스뚜빠 서문(西門) ‘시야마 자따까’ Bas relief

시야마는 숲속에서 눈먼 노부모를 모시면서 비록 굶주리며 어렵게 살더라도 어떠한 동물도 해치거나 살생하지 않고 그들과 어우러져 살았다. 반면 그 지역의 왕은 사슴고기 맛에 탐닉해 숲으로 사슴사냥을 나가는데, 시야마를 사슴으로 오인하여 독화살을 맞추어 살해하게 된다. 이 ‘자따까’의 내용은 북인도 바라나시를 배경으로 동물을 대하는 두 인간의 고귀하고 저급한 태도를 대비시켜 보여준다.

이처럼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서 그 사람의 인격이 드러난다. 부처님은 맛지마 니까야 ‘깐다라까경(Kandarakasutta)’에서 코끼리 조련사의 아들 뻬샤(Pessa)와의 대화를 통해 동물은 속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존재이지만, 인간은 그 속을 알 수 없는 덩어리 같은 존재임에 동의하신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뻬샤는 인간이 자신을 괴롭히고 타 존재를 학대하는 복잡한 존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현명하다고 말씀하셨다. 어떤 생명에게도 ‘고의적으로’ 해를 입히지 말아야 한다는 불살생(不殺生, ahimṣā) 계율은 인간만이 자신의 탐진치에 의해서 생명을 가해하는 존재임을 전제로 한다. 인간보다 더 자비로운 동물, 동물보다 못한 짐승 같은 인간, 동물과 공감하는 불교 이야기는 무조건적으로 불살생의 교리를 따라야 한다는 의무적 윤리를 넘어서는 현대적 우화로서 인간의 마음과 의지, 더 나아가서 ‘인간다움’이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다.

김진영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교수 purohita@naver.com

 

[1568호 / 2021년 1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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