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학이란 무엇인가
1. 종학이란 무엇인가
  • 신규탁
  • 승인 2021.01.06 09:44
  • 호수 1568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증된 교단 전통 이론으로 세상 논하는 게 종학

서유럽에서 시작한 불교학은 불교를 연구대상으로만 간주
불교 믿고 실천하려는 불자들에게 불교는 대상 될 수 없어
서구방식 접근만은 한계…종잡을 수 없는 불교이론 그쳐야
한국불교는 서구와 달리 진리 자체인 법신 부처님을 중심으로 한 신앙이다. 그렇기에 석가모니 부처님은 법신의 화신으로 본다.
한국불교는 서구와 달리 진리 자체인 법신 부처님을 중심으로 한 신앙이다. 그렇기에 석가모니 부처님은 법신의 화신으로 본다.

무엇을 ‘종학(宗學)’이라고 하는가? 우리가 사는 현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예술, 학술, 종교, 건강 등 각 분야마다 다양한 주장과 가치들이 무수하다. 무수한 것 중에서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할 경우, 그때 작용하는 기준을 종(宗)이라고 한다. 부처님 가르침 중에서도 우리의 교단 전통 속에 공감되고 검증된 이론을 기준으로, 우리가 처한 지금의 세상을 논하는 것이 ‘종학’이다.

불교를 소위 ‘대상화시켜 연구’한 곳은 근대의 서유럽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이 인도 지역을 식민지하면서 그 지역의 옛 종교 중의 하나인 불교를 연구했다. 언어학과 역사학 방면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철학 사상 방면으로 확장되었다. 그 결과 팔리어와 산스크리트어 불교문헌자료에 독보적인 성과를 내었다.

이런 연구 방법을 한국은 일본을 통해 수입해오고, 나아가 원산지인 서유럽에서도 수입하고 있다. 이 방면의 학문을 한국말로 ‘불교학’이라 불렀다. 서양 전통의 철학, 기하학, 물리학 등등처럼 대상화시켜서 연구했다. ‘불교’도 그들에게는 그냥 연구의 ‘대상’이다. 과학자들이 핵에너지를 만들 때의 심정처럼, 그것으로 사람을 죽이든 살리든 그것은 쓰는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고, 과학은 가치중립적이다. 서유럽에서 시작한 불교학도 그런 입장이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관한 규명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불교를 믿고 자신의 삶 속에 실천하려는 불자들에게 불교는 대상이 아니다. 이 문제를 제일 먼저 고민한 나라는 근대 시기의 일본이다. 그들은 근대화 과정에서 서유럽을 배워왔고, 그 배움을 자신의 전통 속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생긴 유명한 사건이 ‘대승비불설 논쟁’이다. 대승경전은 석가모니가 설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렇다. 역사적 사실로 볼 때에 대승경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한 것이 아니다. 이 문제는 차차 논의하겠지만, 이런 문제들을 비롯하여 근대 이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불교 내부에서 또는 밖에서 발생하고, 불교계는 이 문제에 답을 내놓아야만 하는 현실이 되었다. 일본의 경우는 각 종단마다 ‘종학연구소’를 설치하여 이런 문제들을 종단 내부에서 정리하고 절차를 거쳐 공표하여, 시대에 부응하는 신행생활을 선도해오고 있다. 인권, 환경, 노동, 평화, 가치, 제도 등등에 관한 시대의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한다.

역사적으로 불교 신자가 없었던 미국 등과 같은 곳에서의 불교 신행과, 역사적 전통이 있는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부처님이 누구인가? 이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부처님은 인도에서 80평생을 살다 열반에 드신 석가모니 밖에 없다. 그러나 대승불교권에 속하는 한국불교에서의 부처님은 수없이 많다고 가르친다. 진리 자체인 법신 부처님 신앙을 중심에 두고 말이다. 법신 부처님을 근본으로 삼아 석가모니 부처님은 법신의 화신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것이 전통 ‘종학’이다.

한국불교 의례 속에서는 언제나 법신 비로자나 부처님이 중심에 있다. 법신 부처님이 여러 인연에 상응해서 시·공의 옷을 입고 나타나는데 이를 부처님의 응신이라 한다. 응신의 ‘응’은 인연에 따라 감응한다는 뜻이다. 그런 응신에는 불자들이 수행한 만큼 감응하는 보신 부처님도 있고, 불자들의 수행이 없더라도 법신의 자비심으로 나투시는 화신 부처님도 계신다. ‘종학’에서는 그렇다.

한국불교의 ‘종학’ 핵심에는 ‘화엄경’과 ‘경덕전등록’이 있다. 이 문제는 조선의 최고 법전 ‘경국대전’에서부터 명시되어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는 전통이다. ‘화엄경’의 ‘세주묘엄품’에 등장하는 부처님이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를 보자. “그때 세존께서 이 사자좌에 앉아 온갖 법에서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루시니, 지혜는 3세에 들어가 모두 평등하여지고, 몸은 모든 세간에 가득하고, 음성은 시방세계의 언어에 순응하시니, 마치 허공이 여러 가지 물상을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모든 경계에 차별이 없는 것 같았으며, 또 허공이 온갖 것에 두루하여 여러 세계에 평등하게 따라 주는 것과도 같았다.”

부처님을 ‘지혜’와 ‘몸’의 측면에서 묘사하고 있다. 부처님의 ‘지혜’는 과거-현재-미래의 전 시간에 걸쳐 항상 일정하시단다. 부처님의 ‘몸’은 허공과 같으시단다. 허공 없는 공간이 없고, 과거-현재-미래 어느 시절에도 허공 없는 때는 없다. 또 모든 물체가 허공 속에 존재하듯이 부처님의 몸 위에 모든 존재가 성립 가능하단다. 한국불교의 역사는 이런 부처님을 믿고 수행해왔다. 이것이 전통 ‘종학’의 해석이다. 이런 부처님은, “여러 부처님 나라에 항상 일부러 태어나신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일부러 태어나심’인데, 한자 원문 ‘示生’을 그렇게 번역한 것이다. 인간의 몸으로 태어남을 보여주셨다는 것이다. 태어났다느니 열반하였다느니 하는 그런 생각으로 여래를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글귀는 오래된 법당의 주련 곳곳에 붙어있다. 부처님을 ‘인간’의 범주에만 국한하려는 해석을 ‘종학’에서는 비판한다. 법신 부처님은 “한량없는 신통한 힘을 나타내어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여 조복하시고, 몸이 시방세계에 두루하면서도 오고가는 일이 없으시다”고 한다. 인용문에 들어있는 내용은 모두 ‘세주묘엄품’ 앞부분에 나오는 본문이다. 본 연재에서는 이상과 같은 ‘종학’의 뜻으로 불교의 다양한 이론들을 재평가하고, 이 시대가 당면한 문제를 우선적으로 검토해보고자 한다.

‘설법’과 ‘불교 강의’는 어떤 지점에 이르면 길을 달리 갈 수밖에 없다. 강의나 강연에서야 학문적으로 하는 것이니 무슨 소린들 못하겠는가! 물론 그 소리에는 근거와 논증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설법에는 논증 이상의 그 무엇이 필요하다. 전통을 따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전통 속에서 살아가는 삶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삶의 공동체가 엄연하기 때문이다.

한국불교계의 전통적인 교단에서는 모든 의례와 의식 속에서 법신 비로자나 부처님을 중심으로 삼고 있다. 이런 전통에 들어온 불자라면, 계를 받은 품수(品數)가 재가 5계이든 출가 250계이든, 법신 신앙에 모순되는 이야기를 ‘법회’에서 해서는 안 된다. 승가 내에서 교학적인 논의를 충분하게 거치고, 종단의 심의 절차를 통해, 종정이 공표한 다음에, 법신 이론에 반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하더라도 제시해야 한다. 승가는 250계를 받아 지키고 8000 위의를 갖춘 비구가 중심이지만, 종단은 사부대중으로 구성한다. 이런 승가와 종단의 학문이 ‘종학’이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568호 / 2021년 1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법림 2021-01-08 22:07:06
과거 불교 00 원에서 펴낸 불교성전에 부처님의 일생을 다루는데 있어 열반 부분을 "말년과 위대한 죽음"이라고 기술했습니다...... 일본 불교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은 불교학의 본산...00대학교 교수님들이 집필진이었습니다. 인간이면서도 인간을 초월한 법, 보, 화신의 불타관에 의한 신앙과 귀의의 종교로 인류사회에 그 역할을 다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재 하실 내용에 기대가 크군요.......이제열

잘 읽었습니다만 2021-01-08 07:10:31
이미 승가와 특정 종단에 귀의한 불제자들만을 위해 마치 '자유롭게 사고해도 안되고, 비판해도 안되고, 달리 해석해도 안 되는' 내용만을 펴는 학문이 종학이라고 하시는 듯하네요. 설마 연세대 철학과에서는 철학도 이렇게 가르치고 연구하지는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