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중매체 종교편향은 국가‧사회의 파탄

종교다원주의 사회에서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이념적 요소를 가진 것이 바로 불교이다. 타 종교를 존중하고 타 종교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칙령을 내린 아쇼카대왕이라는 위대한 선배를 지닌 불교는 타 종교를 존중하면서 그들과 평화로운 공존을 도모하는 이념적 바탕을 제공할 수 있는, 여러 종교가 공존할 수밖에 없는 현대 사회에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선구적 종교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종교적 관용성 못지않게 공적인 영역에 있어서의 종교편향을 엄하게 금지하는 근본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또한 타 종교에 대한 불법적인 침해에 대한 엄한 징벌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이것들이 없는 종교적 관용성은 오히려 더 큰 종교적 비극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위에 말한 두 가지는 실제에 있어서는 그 뿌리가 같다. 자신의 종교를 부당한 방법으로 전파하는 것은 타 종교에 대한 부당한 침해에 해당하고, 그것이 가장 극단적이고 심각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공적인 영역에 있어서의 종교편향이다. 공직이나 권력을 이용한 종교편향, 공적인 방송매체 등에 있어서의 종교편향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 서울시장, 포항시를 성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했던 포항시장 등과 같이 공적인 권력과 사적인 신앙의 장을 구분하지 못한 공직자들에게 공평무사한 종교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들에 의해 저질러진 만만치 않은 종교적 편향과 그 피해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 바로 대중매체에 있어서의 종교편향이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대중매체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매체가 아닌, 공적인 대중매체가 종교적 편향성을 띠게 되면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대중매체의 영향력이야 모르는 이들이 없을 것이니, 그 큰 영향력을 장악하려 모든 종교들이 다투어 나서는 사태를 예상해 보라. 공적인 매체가 사적인 신앙을 선교하는 자리가 된다고 생각해 보라! 그 끝에 피가 흐를 것을 예상할 수 있지 않은가? 그것은 결국 모든 종교에 불행한 일에 그치지 않고, 이 국가 사회를 파탄에 빠뜨리게 된다. 그렇기에 모든 공적인 대중매체는 종교적 편향성의 문제에 엄격해야 하고,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종교적 문제에 있어서 편향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근본적 규범 위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근본을 무너뜨리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그것이 또한 어떤 제재도 없이 약간의 잡음 정도로 넘어가는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공영방송인 KBS가 송년음악회에서 찬송가를 방영하고, TV조선에서도 개신교 찬양트롯을 부르는 출연자가 등장하였다. 연말 시상식 등의 행사에서 다수의 시상자들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표출하는 일도 있었다.(법보신문 1월20일자 보도) 일요일을 ‘주일’이라고 하는 것조차도 종교적 편향으로 금지되어야 하는 방송에서 그런 일들이 버젓이 벌어진다니 참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분명히 방송법 등에 금지되어 있는 일인데도 약간의 물의 정도로 넘어가는 것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넘어간다는 것은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징계가 있어야 마땅하다. 이를 요구하고 엄하게 그 결과를 검토하는 조치가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보다 큰 차원에서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게 하는 법의 제정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법의 제정에 대하여 개신교 측에서는 ‘종교의 선교 행위’를 막는 것은 종교의 자유에 어긋난다고 반발하는데, 이러한 반발 자체가 무한한 ‘신앙의 자유’와 철저히 제한되어야 하는 ‘선교의 자유’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일이 또다시 일과성 물의에 그치지 않았고 공적인 영역에서의 종교편향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572호 / 2021년 2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