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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근현대사 함께한 혜초 스님 삶과 사상

  • 불서
  • 입력 2021.02.01 13:56
  • 호수 1572
  • 댓글 0

‘혜초대종사- 삶의 길 구도의 길’ / 혜초대종사법어집 편찬위원회 / 향지북스

‘혜초대종사- 삶의 길 구도의 길’

“선암사 일주문 양쪽에 ‘입차문래(入此門來) 막존지혜(莫存知慧)’라는 글귀가 있지요. 이 말은 ‘이 문에 들어오거든 뭘 안다고 하지를 말아라. 다 비우고 들어오라’는 얘기입니다. 즉 무해공기(無解空器), 알음알이 하지 않는 빈 그릇을 가지고 있어야 대도성만(大道成滿), 즉 크나 큰 도를 꽉 차게 가득 담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중생계에서는 내가 뭘 좀 안다는 생각을 버려야 부처님의 진리를 얻어 채울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불교태고종 17‧18‧19세 종정을 역임한 혜초 스님은 태고종이 갖는 정통성과 역사성에 대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수행하는 것은 물론, 후학과 재가불자들에게 부처님 법을 전하고 정진을 독려했다. 1932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1945년 청곡사에서 반웅청봉 스님을 은사로 득도하고, 1953년 해인사에서 인곡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혜초 스님은 1961년 불이성 법륜사에서 덕암 스님을 법사로 건당해 1966년 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거쳐 태고종이 출범하면서 1970년 한국불교태고종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하며 태고종과 역사를 함께했다. 이어 1975년 일본 임제대학(현 화원대)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귀국한 스님은 교학연구와 수행을 병행하며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데 전념했다. 그리고 1995년 태고종 총무원장에 취임해 종단의 행정수반으로 종단을 이끌고, 2004년 태고종 제17세 종정에 추대된 이래 18세‧19세 종정을 역임하며 종단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선대 스승들의 서원을 이어 태고종 종도들의 화합과 종단 발전을 위해 정진해온 스님은 “팔십구년 뒤돌아보니 어렴풋 꿈속 같구나. 고요한 물 속 달 같으니 어찌 오고감 있으랴/ 온다하나 온 바가 없고 간다하나 간 바가 없네. 오고 가는 것 본래 자연이라 진리는 이 자연의 뜻에 있네/ 허깨비로 왔다 허깨비로 가누나. 오고감이 모두 허깨비인데 그중 허깨비 아닌 놈을 보니 이것이 본래 나 일러라”라는 열반송을 남기고 2020년 8월26일 선암사 무우전에서 입적했다.
 

태고종 총무원장과 종정을 역임하며 종단 발전을 이끌었던 혜초 스님의 삶과 구도의 길을 엿볼 수 있는 법어집이 발간됐다.
태고종 총무원장과 종정을 역임하며 종단 발전을 이끌었던 혜초 스님의 삶과 구도의 길을 엿볼 수 있는 법어집이 발간됐다.

이에 스님의 가르침을 흠모하고 따르던 ‘혜초화상 문도회(회장 재홍 스님)’를 중심으로 구성한 ‘혜초대종사법어집 편찬위원회’가 스님의 생전 법문을 추려 ‘혜초대종사-삶의 길 구도의 길’로 엮었다. 책은 스님이 태고총림 선암사 방장으로 있으면서 매달 초삼일법회에서 사부대중에게 12년간 설한 대중법회 법문과 상좌스님들에게 설한 법문, 전체 스님들에게 설한 법문 내용을 담았다. 임종게, 약력, 화보, 묵서를 앞부분에 실은 책의 화보에서 해인대학 교복과 소풍모습, 일본 화원대학 학생증, 법맥과 조파, 대통령 동백장 훈장, 제21대 총무원장 취임법회, 태고종 제17세 종정 추대식, 사회참여, 포교, 해외포교, 종정 신년하례법회, 태고총림 선암사 행사 법문, 영결식 및 다비식, 부도탑 제막식 사진 등을 통해 스님의 일대기를 볼 수 있다.

이렇듯 화보와 함께 스님의 일대기와 가르침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은 제1장 ‘인생 그리고 해탈’, 제2장 ‘효도우란분’, 제3장 ‘수계와 교육’, 제4장 ‘수행정진’, 제5장 ‘사찰 및 종단불사’, 제6장 ‘미수 특별법문’, 제7장 ‘봉축‧신년‧안거 법문’ 등 전체 7장으로 구성됐다. 특히 7장은 태고종 제 17‧18‧19세 종정을 역임하는 동안 국민과 불자들에게 설한 신년법문, 봉축법문, 하안거 및 동안거 결제‧해제 등의 법문을 통해 선과 교에 분별을 두지 않고 정진했던 스님의 가르침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다.

태고종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태고종단의 정신적 지주이셨던 혜초대종사의 생전 가르침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은, 혜초대종사께서 우리 중생들의 고되고 어리석은 삶에 다시 한 번 정신적으로 환생해 오신 것이나 다름없다”며 책을 통해 혜초 스님의 가르침을 접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문도회장 재홍 스님도 “15년을 선암사를 지켜내는데 온 힘을 기울이면서 학인을 제접하고 신도들을 교화하셨던 스님”이라고 스승을 기리고, “평이하면서도 금쪽같은 말씀이 우리들의 가슴에 메아리치길 기원한다”며 사부대중이 함께 읽고 스님의 가르침을 새길 것을 당부했다. 태고종 역사와 함께해온 혜초 스님의 법문을 엮은 책에서 스님의 삶과 구도의 길을 엿볼 수 있다. 비매품.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72호 / 2021년 2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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