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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정성, 마을을 움직이다

기자명 금해 스님

파라미타서 보내준 사경 책자
아이들과 하루 한페이지 사경
대중동참도 늘어나며 새 활력

어린이, 청소년 법회를 1년 가까이 줌 영상법회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참 만나지 못하니 점점 연락이 끊어집니다. 20년간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까 걱정도 많이 됩니다.

지난 1월,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에서 청소년을 위한 사경쓰기 수행 책자를 20여권 보내왔습니다. 아이들 법회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입니다. 지금 같은 시절에, 법회를 대신 할 수 있는 자료를 마련해준 것만으로도 무척 감사한 일입니다.

사경은 기도이자 수행입니다. 또한 무량한 공덕을 갖춘 선업(善業)이기도 합니다. 경전을 읽고 쓰는 동안 마음이 맑아지고, 집중력이 높아지며 잡다한 생각이 사라집니다. 사춘기 시절의 반항도 긍정으로 바뀌고, 스트레스까지 줄여주는 힐링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특히 외부활동이 제한된 시기의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공부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일 학원 다니며 바쁜데다, 재미있는 일이 아니면 죽어도 하지 않을 청소년 법우들에게 어떻게 사경을 권할지가 고민이었습니다. 이왕이면 자발적으로 재미있게, 끝까지 책 한권 완성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고민 끝에 100일 동안, 하루 한 페이지씩 사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입재일을 정했습니다. 

이후,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통화하며 기도를 설명하고, 사경 책과 사경용 금색 은색 펜까지 곁들여 예쁜 선물 세트를 만들어 각 가정으로 배달했습니다. 저는 우리 절 보살님들에게 ‘청소년들이 매일매일 잊어버리지 않고 사경 할 수 있도록, 같이 사경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보살님들은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청소년 법우들 10명에, 선생님들과 보살님들 20명이 함께 입재를 했습니다. 아이들 10명을 이끌어가기 위해 어른들이 두 배나 더 참가한 것입니다. 아이들의 기도를 위해 우리절 전체가 움직인 새로운 시도입니다. 

드디어 입재하는 날, 유튜브 실시간 영상으로 만났습니다. 청소년 법우들에게 사경의 의미와 방법, 공덕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20분간 직접 사경을 해 보면서, 채팅창을 통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날 바로 ‘사경 백일기도’ 단톡방을 만들어서 매일매일 한 페이지씩 사경한 것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도록 했습니다. 아침 5시부터 사경한 사진이 올라오면, 하루 종일 30명 대중들의 사경 기도 사진을 서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대중들의 사경 기도 사진을 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이들을 매일 만나는 것 같습니다. 글씨가 꼼꼼해 하나도 어긋남 없이 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자유분방하게 날아가도록 쓰는 법우들도 있습니다. 페이지마다 예쁜 그림으로 장식해서 멋진 경화집을 만들어 내는 이도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 글씨 속에서 오늘 그의 마음이 어떤지까지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날은 대학 합격 소식까지 들려주니 더욱 힘이 납니다.

어떤 모습이든, 어떤 형태든 매일매일 사경하는 아이들이 대견할 뿐입니다. 보살님들은 만날 때마다 아이들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40년 나이 차이가 나는 애기 도반이 생겼다며 기뻐합니다. 100일 기도 회향 때는 아이들에게 무슨 선물을 할까 미리 고민하기도 합니다.

지난 1일, 사경기도한지 30일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축하를 전하며, 앞으로 백일을 잘 성취하자며 격려했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 걱정 마시라’며 오히려 저를 다독여 줍니다. 아직도 어린아이들 같아 걱정했더니, 어느덧 이렇게 쑥 성장해 있습니다. 아이들 덕분에 우리 절 모두 사경기도 열정으로 가득합니다. 봄 새싹이 자라는 소식만큼, 서로를 성장케 하는 어여쁜 기도 시간입니다.

종단에서 큰 마음으로 사경 책을 보시하고, 그 책이 작은 우리 절까지 이르러, 한 마을 전체가 움직이니 그제야 아이들이 꽃을 피웁니다.

금해 스님

이 정성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모두가 하나입니다.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576호 / 2021년 3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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