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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방재’ 시스템 총체 점검 필요하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03.15 11:03
  • 호수 1577
  • 댓글 1

예비승려 삭발염의 진정성 점검 필요
지속적 교육·상담 면밀한 관찰 절실
화재 진화할 자동소화 장치도 염두

내장사 대웅전이 전소됐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법당에 휘발유로 추정되는 인화물질을 끼얹고 불을 지른 범행자가 50대 초반의 사미라는 사실에 아연실색해질 뿐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인명 피해는 없었다는 점이다. 

내장사가 속해 있는 조계종 24교구본사 선운사는 화재 직후 국민에게 참회했다. “9년 전 화재로 소실된 대웅전의 아픔을 극복하고자 사부대중의 원력으로 완료된 수행의 근본이자 정신적 위안처였던 대웅전이 또 다시 화마에 휩싸이게 되었다”며 “더욱이 화재 발생 배경이 사찰 내부 대중의 방화로 알려져 국민과 불자님들에게 말할 수 없는 충격과 당혹감을 안겨주어 국민과 사부대중에게 비통한 마음으로 참회를 드린다”고 전했다.  

범행 동기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 “사찰 관계자들에게 서운한 점이 있어 술을 마시고 불을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내장사 측은 “갈등을 빚은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범행동기가 무엇이었든, 법당에 봉안된 석가모니불을 성보로 숭상하지 않았기에 벌어진 일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행자·사미교육에 큰 허점이라도 있는 것일까?

6·25한국전쟁 당시 선운사가 빨치산의 근거지로 활용되자 국군은 소각 작전에 돌입한다. 당시 김재환 소장은 군부대를 직접 찾아 가 설득해 천년고찰을 지켜냈다. 김영환이라는 인물이 없었다면 해인사 장경각도 사라졌다. 가야산을 중심으로 빨치산이 자주 출현하자 이를 토벌하라는 임무가 사천에 주둔하고 있던 공군에 떨어졌다. 4대의 공군기가 출격했다. 

유엔군 사령부는 네이팜탄으로 해인사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당시 편대장 김영환 대령은 기관총만으로 능선을 공격할 것을 지시했다. 유엔군 사령부의 독촉훈령과 공비들이 해인사로 몰린다는 부하들의 독촉 보고도 이어졌다. 그러나 김 대령은 “공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유엔군 사령부와 김 대령 사이에 오고 간 짧은 대화에 주목해 보자. 

“사찰이 전쟁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국가보다 사찰이 더 중요합니까?” “아닙니다. 사찰이 국가보다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공비보다는 사찰이 더 중요합니다. 해인사에는 공비와도 바꿀 수 없는 팔만대장경이라는 세계적인 국보와 우리 민족의 정신적 지주인 문화재가 있습니다.”

한국문화의 정수가 담긴 문화재로 인식만 해도 천년고찰을 지켜내지 않는가 말이다.

상원사가 인민군 은신처로 쓰일 수 있는 우려가 커지자 국군은 소각명령을 내렸다. 한 장교가 주석하고 있던 한암 스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잠시 기다리라” 하고는 가사장삼을 수한 후 법당에 앉았다. 그리고 역사에 남을 사자후를 토했다.

“불을 질러라! 나는 불법을 위해 죽을 것이다. 중이 죽으면 어차피 화장해야 하는 법. 절을 지키는 것은 중의 본분이다. 나는 마지막까지 중의 위치를 지키다 죽을 것이다.”

장교는 법당 한쪽만 살짝 태우고 물러갔다.

전쟁 중의 총칼을 든 군인이라도 부처님 법음이 생생히 살아 있는 전각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준엄하게 전하고 있다. 그리고 스님에게 맡겨진 가람호지 책임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도 느껴지는 대목이다. 전각을 보호한다는 것 자체가 위법망구이다. 

출가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갈마와 같은 필터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자는 얘기다. 출가 인구가 급감한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일 일은 아니다. 사미교육 과정도 면밀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너무 기본적인 것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긴 점은 없는지 짚어야 한다. 

사찰방재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점검도 필요해 보인다. 내장사 대웅전은 2012년 10월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로 전소됐다. 사설 보안업체의 감지 시스템에 의해 발견됐으나 이미 전소된 뒤였다. 이번 화재도 절에 머물던 사중들이 급히 나와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전통사찰의 경우 예산·미관상의 이유로 염두에 두지 않았던 스프링클러 설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조계종 총무원 중앙종무기관 부실장 스님 40여명이 3월15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내장사 화재에 대한 1080배 참회 법회를 봉행한다고 한다. 하루 전인 14일에는 선운사 대중 스님들이 내장사에서 국민과 불자들에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참회 법회’를 봉행한다. 교계의 참회가 국민들 가슴에 잘 전해지기를 바란다.

 

[1577호 / 2021년 3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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