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들음의 완성 - 상
13. 들음의 완성 - 상
  • 이제열
  • 승인 2021.04.05 17:14
  • 호수 15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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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법문 늘 듣고도 못 깨친 아난

가장 오랜 세월동안 부처님 시봉
부처님 가르침에 놀랍도록 열중 
교법 많이 기억해도 수행엔 한계
아라한과 증득한 후 결집에 참여

불교의 모든 경전은 여시아문, 즉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는 말로부터 시작한다. 이 말에는 불교경전이 부처님께서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부처님으로부터 들은 말씀을 누가 대신 기록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처님께서 대열반에 드신 후 교단은 부처님이 남기신 교법에 대해 혼란이 일기 시작했다. 부처님 상수제자인 가섭존자가 부처님의 장례식에 참석해 애통해하고 있을 때 수밧다라는 늙은 비구가 이런 말을 했다.

“도반들이여. 이제 그만하십시오. 그렇게 울면서 슬퍼할 것 없습니다. 저 대사문(석가모니)은 지금까지 ‘이것은 마땅히 해야만 한다, 저것은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많은 말씀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우리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싫은 것은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자유롭게 됐습니다.”

이같은 수밧다 비구의 개념 없는 말을 들은 가섭존자는 걱정과 함께 부처님이 남기신 가르침들을 확고하게 정립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부처님의 장례식이 끝나자 가섭존자는 교단에 고했다.

“이제 여래께서 멸도에 드시어 세상은 공허하게 됐습니다. 지금부터 우리는 법장을 결집해 불은에 보답해야합니다. 만약 사람의 숫자에만 의지한다면 이 성스러운 대업을 완성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삼명과 육통을 갖추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오류 없이 알며 변재에 막힘이 없는 최상의 덕을 지닌 장로비구들만 참가하기 바랍니다. 그밖의 아라한이나 성과를 증득하지 못한 수행자들은 참여할 수 없습니다.”

이에 교단에서 인정할 수 있는 500명의 최상급 장로들이 마하가섭의 주재 하에 라자가하의 칠엽굴에 모였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부처님을 오래도록 시봉하면서 부처님이 설하신 교법을 누구보다도 많이 듣고 기억한 아난존자의 참여에 관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일찍이 부처님으로부터 다문제일 혹은 총지제일의 호칭을 받기도 하였다.

부처님 재세 시에 아난존자가 얼마만큼 부처님의 가르침에 열중했는지 일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한 번은 아난존자의 등에 큰 종기가 생겼다. 그냥두면 뼈까지 곪아 자칫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교단의 주치의였던 지바카가 부처님을 찾아뵙고 아난존자의 병에 관해 상의를 드렸다. 지바카는 아난존자의 종기를 치료하려면 살을 도려내야 하므로 엄청난 통증이 일어난다고 했다. 이에 부처님은 아난이 설법을 들을 때면 마음이 모두 설법에 집중되어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모른다면서 지바카로 하여금 여래가 설법할 때에 아난의 종기를 도려내라고 말씀하셨다. 지바카는 부처님 말씀대로 아난존자가 부처님 설법을 들을 때를 기다려 그의 환부를 치료했다. 부처님 말씀대로 아난존자는 설법을 듣는 데에 모든 마음이 집중돼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통증도 자각하지 못했고 비로소 부처님의 설법이 끝난 후에야 아픔을 호소했다.

이런 아난존자가 문제가 됐던 것은 아난존자가 칠엽굴 결집에 참여할 자격이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칠엽굴 결집에는 교법과 신통과 변재에 통달한 장로 아라한들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아난존자가 도달한 경지는 수다원에 불과했다. 수다원은 성과의 초기단계로 탐·진·치의 번뇌가 왕성하게 남아 있는 단계이다. 가섭존자는 아난존자의 참여를 거부했다. 많이 듣기만 하고, 성과를 증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질책했다. 가섭존자는 아난존자에게 “그대가 반드시 결집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일주일 안에 성과를 이루고 그 증표로 신통을 써서 문을 열지 않은 채 굴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가섭존자의 이같은 요구에 아난존자는 그 뒤로 밤낮 없이 수행에 몰두했다. 마지막 일주일 되는 날이었다. 새벽에 몸을 쉬기 위해 등을 바닥에 누이고 머리가 바닥에 닿기 직전이었다. 아난존자의 마음이 환하게 열리고 번뇌가 모두 다했다. 그는 아라한과를 성취했고 여기서 얻은 신통력으로 칠엽굴의 문을 통과하지 않고 열쇠 구멍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580호 / 2021년 4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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