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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 원형 되살리는 근본대책 필요”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21.04.09 21:30
  • 수정 2021.04.12 16:24
  • 호수 1581
  • 댓글 1

기고-한국전통문화대 김지영 연구교수

시커먼 그림자 콧등까지 흘러내린 ‘절망’ 이모티콘 연상
빗물이 암반 윗면 홈에 모인 뒤 얼굴로 쏟아지는 모양새
손상 원인 제거 등 근본대책 세우려면 ‘원형’부터 밝혀야

법보신문이 보물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의 오염·박락·풍화 현상이 심각하다고 보도한 가운데 김지영 한국전통문화대 연구교수가 4월9일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 지속가능한 보존대책, 원형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제하의 기고문을 보내왔다. 김 교수는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에서 ‘한국 석빙고의 손상 메커니즘 해석과 보존환경 평가’로 박사학위를 받은 석조보존 전공연구자다. 이코모스한국위원회 및 ICOMOS-ISCS(이코모스석조학술위원회) 정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편집자

보은군이 2018년 펴낸 ‘보은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 정밀실측조사보고서’에 수록된 마애여래의좌상 암반 윗면 모습.
보은군이 2018년 펴낸 ‘보은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 정밀실측조사보고서’에 수록된 마애여래의좌상 암반 윗면 모습.

최근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이 방치되어 손상되고 있다는 법보신문 기사를 접하였다. 이 부처님은 필자에게 각별하다. 대학에 입학하여 처음 전시회에 출품했던 사진의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온화하면서 묘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신문기사에 실린 사진을 보니 입체적인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두운 그늘만 드리워져 있었다.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시커먼 그림자 줄기가 콧등까지 주룩주룩 흘러내린 ‘절망’ 이모티콘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제대로 관리 받지 못하고 방치된 것이 아닌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법하다.

지금까지 어떻게 관리되고 있었는지 자료를 들여다보았다. 이 마애불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03년, 2010년, 2016년, 2019년 네 차례에 걸쳐 보존상태를 점검하였고, 2014년부터는 충북 문화재돌봄사업단도 일상관리를 하고 있어, 국가와 지자체에 의해 촘촘하게 모니터링 되고 있다. 풍화상태, 생물영향, 구조안정성 모두 심각한 문제가 없는 중간 정도의 등급을 받았다. 보존방안으로써 보호각 설치, 경미보수 그리고 주의관찰이 필요하다는 일반적인 의견이 제시되었다. 필자가 판단하기에도 이 마애불은 심하게 깨지거나 부서진 곳 없이 비교적 상태가 양호하여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마애불은 문화재 이전에 신앙의 대상이다. 그간의 점검에서 줄곧 지적됐던 조류와 이끼에 의한 오염은 문화재의 손상에 경미한 영향만 미칠지라도 불자들이 볼 땐 부처님의 존상을 손상하는 근심거리일 수 있다.

부처님이 검게 변한 것은 주로 생물에 의한 것이다. 특이한 것은 변색이 유난히 부처님 얼굴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몸은 무척 깨끗해 보인다. 왜 부처님 얼굴에만 유독 심할까? 부처님의 머리 위를 보니 얼굴의 너비만큼 가로로 기다란 홈이 나 있다. 암반 윗면에서 보면 평면이 또렷하게 긴 사다리꼴 모양이다. 무언가를 딱 맞게 꽂기 위해 파놓은 자리처럼 보인다. 암반 윗면은 부처님이 조각된 면을 향해 경사져 내려있다. 비가 오면 빗물은 암반 윗면의 경사를 따라 사다리꼴 홈으로 모여들어 온전히 부처님의 얼굴로 쏟아지는 모양새다. 물이 흘러간 자국을 따라 생물이 활발하게 형성되어 부처님 얼굴에 검은 자국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마애불의 변색된 곳은 세정하면 말끔히 없앨 수 있다. 2007년에 보존처리가 실시되었던 당시에도 생물 오염물을 전면 제거하여 부처님의 원상을 깨끗하게 회복하였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번에도 다시 보존처리 하면 부처님의 환한 얼굴을 몇 년간 볼 수 있겠지만 이것은 단기간의 조치일 뿐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보존처리를 자주하는 것도 권장되는 방법은 아니다. 보존 행위는 최소한의 개입만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고 잦은 세정은 오히려 마애불 표면을 빠르게 마모시킬 수 있어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한다. 좀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보존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부처님 존상 손상의 원인은 위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이다. 이것을 막으려면 물이 모여드는 사다리꼴 홈을 단단히 메우거나 마애불 전체에 보호각을 씌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원형을 회복하는 최선의 방법일까?

우리나라 마애불 중에는 자연적으로 앞으로 기울어진 암면이나(보은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 암반이 지붕 처마처럼 튀어나와 있는 아래에 새겨진 경우가 종종 있다(북한산 삼천사 마애여래입상, 옥천 용암사 마애여래입상, 순창 석산리 마애여래좌상 등). 또는 암반을 오목하게 파서 인공적인 감을 만들어 부처님을 새기기도 하고(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괴산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 경주 골굴암 마애여래좌상 등), 머리 위에 별도로 납작한 보개를 얹기도 한다(서울 북한산 구기동 마애여래좌상 등). 마애불 주변에 여러 개의 네모진 또는 둥근 홈이 파여 있어 목조시설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다수 있다(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 경주 골굴암 마애여래좌상, 해남 대흥사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 서울 북한산 구기동 마애여래좌상, 보은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 서울 삼천사지 마애여래입상 등).

이 형태들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적으로 비바람으로부터 마애불을 보호하여 오래도록 보존하기에 아주 유리한 조건이다.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도 앞으로 기운 암반면에 새겨져 있고, 불상 위에는 사다리꼴 모양의 홈과 주변 암반의 둥글고 네모난 홈이 여러 군데에서 보여 부가적인 시설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불상 머리 위의 홈에 보개처럼 판석이 끼워져 있었는지. 지붕이 얹혀 있었는지 현재로선 알지 못하나 이에 대한 미술사학적 고증이 이루어진다면 밝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지영 교수
김지영 교수

부처님 존상의 손상 원인을 제거하고 근본적인 보존대책은 찾는 것은 모두 원형이 무엇이었는가 하는 원천적 문제해결에 달려 있다고 본다. 보존행위에 앞서 마애불 원형을 밝히는 것이 최소 개입이라는 보존원칙을 지키고 원형을 올바르게 회복하며 나아가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보존대책을 마련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1581호 / 2021년 4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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