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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여성 불자 시대를-③종단내 비구니 위상

기자명 이재형

“한국불교에 비구니는 없다”

비구니 스님들에겐 조계종 교육원이 3월 24일부터 실시하는 제16기 행자교육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여행자(女行者)들에게 비구니 스님 단독으로《사미니율의(沙彌尼律儀)》를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도 비구니 스님들이 여행자를 지도하긴 했지만 큰스님 공경하는 법, 대중과 함께 밥먹는 법, 법문 듣는 법 등 일상 예절 교육의 차원에서 그쳤을 뿐 비구니가 계율 교육을 시키는 것이 금기시 되어왔다.

《사미니율의》는 운서(1532∼1612) 스님이 편찬한 것으로 불살생(不殺生), 불도(不盜), 불음(不淫) 등 사미니가 지켜야 할 10가지 금계(禁戒)를 설명하고 있는 율전이다. 얼마 전 수계현장에서 비구니들이 비구니 계율을 강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교우회(전국비구니 교·강사 모임) 회원 전원을 율사회의에서 징계하기로 결의했다는 후문이 들렸던 점을 감안한다면 크게 진척된 상황이다.

그러나 불평등은 `교수(敎授)의 주체'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미와 사미니가 받는 10가지 계율은 동등하지만 그 심사과정에서 사미니에게는 `팔불가과법(八不可過法)'의 다짐을 받고, 여인의 몸 받는 것을 여의고 장부의 몸 받기를 서원해야 하는 등 기나긴 차별의 첫 행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99년 1월 현재 조계종 승려수는 사미 2,168명, 사미니 1,811명, 비구, 4,077명, 비구니 3,917명으로 사미와 비구가 6,245명, 사미니와 비구니가 5,728명으로 총 11,973명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들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은 제한적이나마 불교학 연구, 가람 수호, 사회 봉사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종단의 핵심적인 역할엔 비구니들이 항상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현재 25개의 교구본사 중 비구니는 한 명도 없으며,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은 물론 각 부장급 스님들도 모두 비구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비구니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국장급 이하 비구니 종무원을 둘 수 있다는 규정만 있을 뿐이다. 또 71년 창립돼 85부터 활동을 재개하고 있는 전국비구니회도 활동이 미비해 비구니들의 입장과 권익보호를 위한 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비구니 스님들이 그나마 제목소리를 내고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94년 개혁 종단 출범 이후. 비구 중심의 종단운영으로 인해 파생되는 폐단이 지적되고 이에 따라 사부대중의 참여가 제기되었으나 비구니 스님이 81명의종회의원 중 10석을 차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교단내 불평등 문제의 해소는 많은 스님들과 일반인들의 공감에도 불구하고 요원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관습적으로나 제반 규정사항 등 저해요소가 너무 많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한 비구니 스님은 “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을 비롯해 많은 경전에서 남녀의 평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당위적인 차원에서 그치고 있을뿐 여전히 비구니 차별이 뿌리 박혀 있다”고 지적하고 “불교는 여전히 `비구 스님의 종교'에서 탈피하고 있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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