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블국토가 바로 여기" 환호 또 환호

기자명 채한기
신계사 석탑 맨땅에 엎드려 3배
불보살 명호 峰마다 '장엄 법당'

※불교도 금강산 순례 참가기
금강산 순례단 1천1백여명을 실은 금강호가 북한 장전항으로 출항한 것은 6월2일 오후 6시. 순례 첫날에는 금강호 선내에 마련된 공연장에서 금동 석가모니 좌상과 5존 괘불도 점안 및 봉안법회를 봉행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고산 스님이 밝혔듯이 이 불상과 5존 괘불도는 고산 스님이 직접 방북할 때 이운된다.

금강호가 북한 장전항에 도착한 것은 3일 새벽 6시. 순례객들은 북한땅을 1초라도 빨리 보고 싶은 듯 새벽 5시가 지나면서부터 금강호 갑판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으로 북한땅을 바라보는 순례객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별다른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장전항과 그 뒤에 솟아있는 금강산 자락만 바라 보았다. 고산 스님이 피력한 것처럼 "내 민족이 일구어 온 땅을 밟을 수 있다는 벅찬 감동"이 밀려와서 일까.

순례단은 아침 10시30분께 신계사터에 도착했다. 총무원장 고산 스님과 조계총림 방장 보성 스님은 신계사터를 밟은 감격을 억누르지 못하겠다는 듯 3층석탑 앞 맨땅에 엎드려 3배를 올렸다. 금강산 법회는 그 어느 법회보다 진지하게 봉행됐다. 한국불교 법회사상 이만큼 숙연한 법회가 또 있었을런지….

불자들은 3일엔 구룡폭포를, 4일엔 만물상 코스를 밟으며 순례했다. 금강산은이미 초여름의 봉래산으로 변해 있었다. 금강산을 순례하는 불자들의 산행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비로자나불에서 유래된 비로봉을 비롯해 관음봉, 석가봉, 법기봉, 지장봉, 미륵봉 등 각 봉우리 이름이 불교에서 유래된 이름들이고, 기암괴석에 얽힌 전설 또한 불교와 연관이 깊었으니 금강산 일대가 성지 그 자체였다. 성지를 걷는 성스러운 발걸음이 무거울리 없다.

순례객들은 하나같이 "불국토에 와 있는 것만 같다"며 탄성을 자아냈다. 마음을 비운 청정한 사람에게 나툰다는 만물상 부처님을 친견할 때마다 순례객들은 발길을 멈추고 합장을 했다.

북한 당국의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북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금강산과 금강호를 오가며 버스 창 밖으로 본 풍경이 전부였다. 버스 창밖으로 언듯언듯 보이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손짓을 하자 그 아이들도 손을 흔들며 답례했다. 반가움과 가슴 미어짐이 교차했다. 순례객들도 같은 심정이었음이 분명했다. 순례객들은 "어서 통일이 돼야 하는데 …"하며 긴 한숨을 쉬었다. 작가 황석영씨가 말한 것처럼 그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이고 형제이며 도반들이었다.

4일 금강산 순례를 마치고 금강호로 돌아오는 저녁 무렵에는 잔잔한 이슬비가 내렸다. 장전항에 짙게 피어오른 안개로 인해 그 우람했던 금강산 자락은 어느새 수줍은 처녀처럼 모습을 감춰갔다. 금강산은 "또 와 달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금강산 순례를 마친 직후 각 종단 지도자들이 신계사 복원과 북한 동포 돕기 운동에 좀더 적극적인 활동을 펴겠다고 한 그 말은 분명 가슴 속에서 우러나온 진언이었음이 틀림없다. 불교도들의 이번 첫 금강산 순례는 이같은 의지를 한데 모은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깊다. 교계의 남북교류에 기대를 걸어본다.

금강산 =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