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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같은 상좌…승단질서 흔들"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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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 고령화' 방치 괜찮나

40대 출가자 6년새 4.7배 증가

위계·교육·포교에 장애 속출




"나이 많은 분들은 강원에 와서 대중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합니다. 매일 아프다고 외출이나 하려고 하고요." "나이 먹은 사람일수록 절대 손에 물 묻히는 일을 안 하려고 그래요. 나이 많다고 해서 나이 어린 학인 스님들을 휘어잡으려고 한다니까요."

90년대 중반 이후 출가자 평균 연령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스님들 간에 위계질서가 무너지는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이런 추세대로라면 향후 수행, 교육, 포교에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한 만큼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96년 제10기 행자교육원 이수자 251명 가운데 출가연령이 30대 이상인 이수자가 41.4%(104명)였으나, 2002년 8월 제23기 행자교육원에 지원한 235명 중 63.8%(150명)가 30∼40대 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대에 불문에 귀의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 제10기 행자교육원 때는 이수자 251명 중 4.3%(11명)에 불과했지만 이번 행자교육원에서는 전체 20%(47명)로 불과 6년 만에 4.7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출가연령의 고령화 현상과 관련해 "불교는 나이를 먹고 세상의 쓴맛을 봐야 제대로 발심하고 수행할 수 있다"는 일부 긍정적인 시각을 누르고 기성 스님들 대다수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오 해인사 강원 강주 스님은 "늦깎이 출가자 중에는 이미 20여 년 동안 나름대로 생활하던 방식이나 습관에 따라 사찰에서 생활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나이든 학인들은 공부를 하는데도 뒤쳐지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철우 영산율원장 스님도 "40대 출가의 경우 출가해서 기본 교육기관 등을 마치고 구족계와 3급 승가고시를 통과하면 보통 50∼60대에 이른다"며 "이 나이에 전법이나 수행에 전념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출가자의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그 중에도 행자를 단순한 노동력의 확보나 문중세력의 확장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이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법산 동국대 교수 스님은 "행자를 받아들일 때 그 사람이 제대로 스님 생활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무조건 상좌를 받아들이려는 그릇된 풍토가 퍼져있다"며 "참다운 발심인지 아니면 단순한 사회생활로부터의 도피인지를 철저히 가려 끝까지 책임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조계종 종법에는 출가자의 나이를 15세 이상 50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계 지도자급 스님들 사이에서는 출가연령 상한선을 40세 혹은 35세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과 나이와 상관없이 받아들이되 비구계를 주지 않거나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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